N94A8110
N94A8110


지난 5월 21일부터 Mnet에서 방영 중인 〈MUST 밴드의 시대〉(이하 밴드의 시대)는 록밴드의 퍼포먼스를 멋지게 잡아내며 음악관계자들 사이에서 호평을 받고 있다. 처음 프로그램 론칭 소식이 들렸을 때 음악관계자들의 시선이 곱지만은 않았다. 크라잉넛, 노브레인, 델리 스파이스, 3호선버터플라이, 갤럭시 익스프레스 등 자신들의 음악세계를 탄탄하게 구축한 인디 신의 밴드들이 선정적으로 비칠 수 있는 서바이벌 무대로 승부를 겨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밴드의 시대〉는 밴드의 퍼포먼스를 전에 볼 수 없었던 멋진 그림으로 잡아내며 논란을 불식시켰다. 무대 연출에 있어서 밴드의 요청을 적극적으로 수용한 제작진 측의 용단 덕분이었다. 음악평론가 김작가 씨는 “〈밴드의 시대〉는 무대 연출에 있어서 방송사가 갑이 아니라 밴드가 갑이 되는 방식이 획기적이다. 밴드를 소재로 한 방송 프로그램에 하나의 획을 그었다”고 평가했다.

허나 〈밴드의 시대〉는 모 출연 밴드의 대마초 혐의로 마지막 결승전 방송을 고민하는 중이다. 제작진 측은 “현재 결승전 방송 여부를 놓고 회의 중”이라고 말했다. 〈밴드의 시대〉는 지난 1일 최종 결승전을 치러 우승팀도 이미 정해진 상황이다. 평소 공중파에 나가기 힘들었던 밴드들로서는 방송을 통해 모처럼 맞은 좋은 기회를 날려버릴 위기에 처한 것이다. 음악관계자들 사이에서는 밴드음악을 다루는 방송들이 움츠러들까봐 지레 걱정을 하고 있다.

결승전에 진출한 세 팀 갤럭시 익스프레스, 데이브레이크, 로맨틱펀치는 지난 1일 상암동 CJ E&M 센터 1층 미디어홀에서 기자회견을 가졌다. 당시 현장에서 데이브레이크의 보컬 이원석은 “음악과 경연이라는 것이 그다지 잘 어울리지 않는다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하지만 제작진과 이야기를 나누며 승패 차원을 떠나 멋진 무대를 만들자는 의견에 동의했다. 지금까지의 방송에 만족스럽다”고 말했다. 로맨틱펀치 보컬 배인혁은 “서바이벌에 염증이 나기도 하지만 좋은 취지였다. 밴드음악이 대중들과 닿기 힘든데 축제 같은 프로그램을 만들어주셔서 만족했다”고 말했다.

방송에서 기타를 부숴 화제가 된 갤럭시 익스프레스의 박종현은 “록밴드는 공연에서 기타를 멋지게 부수는 것이 로망이다. 제작진이 흔쾌히 허락을 해줘서 재밌게 했다”고 말했다. 배인혁은 “건즈 앤 로지스의 공연을 보고 그랜드피아노 위에 올라가 기타를 연주하는 것을 꼭 해보고 싶었다. 무대에서 직접 해보니 짜릿했다”고 말했다. MC를 맡은 윤도현은 “무대에서 기타를 부수고, 피아노 위에 올라가는 퍼포먼스 등은 해외의 아티스트들이 하고 있는 것들이다. 중요한 것은 이런 시도를 국내 밴드들이 경험을 하고 방송에서 일반 시청자들에게 멋진 모습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밴드의 시대〉가 대중음악의 다양성을 알리는데 큰 역할을 하고 있다. 특히 제작진과 밴드가 갑을 관계가 아닌 동등한 입장에서 소통하기 때문에 MC의 입장에서도 매우 즐겁다”고 말했다.

〈밴드의 시대〉에 출연한 밴드들은 방송은 낯설지만 음악페스티벌에서는 단골손님들이다. 라이브 무대에서는 이미 실력이 정평이 나있다. 이원석은 “공연은 현장감이 중요하다. 자유로움을 위해 미리 연출을 정하지 않는다. 하지만 방송은 화면에 어떻게 비쳐질까를 고민하면서 치밀하게 준비한다. 〈밴드의 시대〉는 그러한 연출적인 고민을 해보게 된 계기”라고 말했다. 박종현은 배인혁은 “가장 좋은 점은 우리의 무대를 텔레비전으로 만날 수 있다는 접근성이다. 평소 방송에 나가기 힘든 밴드들에게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텔레비전에서 밴드의 멋진 모습을 보기는 여전히 어렵다. 〈밴드의 시대〉의 경우 최근 밴드음악에 박했던 TV의 신선한 기획으로도 주목받는다. 윤도현은 “〈밴드의 시대〉가 밴드들이 방송의 환경을 알아간 기회가 돼준 것”이라며 “〈밴드의 시대〉에 나온 밴드들의 무대는 세계적인 무대와 비교해도 전혀 손색이 없다. 뮤지션과 제작진이 힘을 합쳐 이런 시너지가 나온 것”이라고 설명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CJ E&M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