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효주, "띄워줄 때 적당히 즐기고 내려올 거다"(인터뷰)
에 출연한 한효주." />영화 <감시자들>에 출연한 한효주.

한효주는 2005년 MBC 시트콤 <논스톱5>로 데뷔하자마자 눈도장을 찍었다. 이후 드라마 <봄의 왈츠> 여주인공으로 발탁되면서 스타덤에 올랐다. 이후로도 승승장구다. 드라마 <찬란한 유산> <동이> 등 했다하는 드라마 모두 시청률 ‘대박’을 기록했다. 최연소 MBC 연기대상 대상 수상이란 타이틀까지. 현대극과 사극을 가리지 않고, 어떤 역할이 주어져도 ‘한효주만의 것’으로 만들어 냈다. 실패, 부진 등 이런 단어들과는 거리가 멀었다.

드라마 <동이>의 성공을 이끈 한효주, 그녀의 행보는 영화로 이어졌다. <오직 그대만>에서 소지섭과 애절한 멜로를 선보인 한효주의 행보는 숨가쁘다. 지난해 <광해>와 <반창꼬> 그리고 3일 개봉된 <감시자들>까지 1년새 3편의 영화로 극장을 찾고 있다. <광해>로는 1,000만 타이틀을 거머쥐었고, <반창꼬>에서는 기존에 보여주지 않았던 또 다른 매력으로 자신을 어필했다. 드라마 만큼이나 영화에서도 흥행과 평가, 모두를 사로 잡고 있다. <감시자들>도 이런 상승세를 이어가기에 충분하다. 결과를 미리 예측하고 작품을 선택한 건 아니겠지만 지금과 같은 한효주의 ‘선구안’, 모든 배우들이 부러워할 것 같다.

Q. 먼저 반응이 좋다. 언론 시사회 후 미디어데이를 하지 않았나. 그때 배우들을 봤을 때 굉장히 신나 보이더라.
한효주 : 신난다. 영화평도 좋게 나오고 하니까 배우들도 흥이 나는 것 같다. 우성 선배는 이미 1,000만 공약을 세우고 계시다. 하하.

Q. 요즘 출연작을 보면 ‘선구안’이 장난 아니다. 참여하는 것마다 터지고 있다. 운이 좋다고 할 수도 있지만 사실 굉장한 능력이다. 그 뛰어난 ‘선구안’은 도대체 어디서 나오는 건가.
한효주 : 손석우 대표님(한효주의 소속사인 BH엔터테인먼트 대표). 하하하. 운이 좋은 것 같다. 정말로 주변에 좋은 사람들이 많다. 좋은 일과 좋은 사람 그리고 긍정적인 것들은 한 번 쌓기 시작하면 빨리 불어나는 것 같다. 좋은 사람이 좋은 사람을 만나게 하니까. 그렇게 연결 연결돼 많은 도움을 받고 있다. 나 혼자만으론 못한다. 물론 내가 선택을 하지만 전적으로 내 선구안이 아니다. 우스개로 좋은 감독과 좋은 배우들에게 묻어가야 한다는 말을 하곤 한다.

Q. 그래도 최종 선택은 결국 본인이 하는 것 아니냐. 그럼 한효주는 작품을 볼 때 어디에 가장 중심을 두나.
한효주 : 시나리오. 시나리오가 완성도 있게 나왔는지, 무슨 이야기를 품고 있는지, 영화화 됐을 때 어떤 영향을 미칠지 등을 제일 먼저 생각하는 것 같다. 그 다음이 캐릭터다.

한효주
한효주
한효주

Q. 드라마서부터 영화까지 계속된 성공을 거듭하고 있다. 그런데 계속된 성공을 하다 보면 ‘실패’를 잊고 살게 된다. 그런데 매번 성공만 할 순 없는 것 아니냐. 혹시 ‘실패’에 대한 생각, 그리고 앞으로 실패했을 때 어떻게 할 것인지에 대해 생각하고 있는 게 있나.
한효주 : 혹시나 그런 일이 있어도 너무 아쉬워하지 말자라고 늘 생각하는 것 같다. 그래서인지 지금을 즐기면서 살자는 모토가 생겼다. 작품을 할 때도 결과와 상관없이 작품을 하는 기간 동안에는 최선을 다해 즐기면서 하자는 주의다. 지금도 즐겁게 일을 하고 있다. 하하. 최근 들어 생긴 삶을 대하는 여유 같은 거다. 그리고 사실 칭찬을 받으면 당연히 좋긴 한데 한편으론 되게 어색하다. 칭찬을 받았을 때 어떻게 반응을 해야 할지도 모르겠고, 굉장히 민망해진다. 기자님의 말처럼 요즘 어딜 가도 띄워주는데 너무 위로 가는 게 두렵다. 땅에 발을 붙이고 사는 게 좋은데. 어찌됐던 띄워줄 때 적당히, 기분 좋게 그 순간을 즐기고, 다치지 않는 선까지 올라간 다음에 뛰어내리려고 한다. 적당히 즐기고 내려올 거다.

Q. <감시자들>은 한효주 영화다. 감독과 배우들이 다 그렇게 말하더라. 그런데 사실 한효주 보다는 전체적인 ‘조화’가 더 눈에 들어왔다. 그렇다면 원래보다 부각이 조금 덜 된 건가
한효주 : 그렇진 않다. 더 부각이 됐다거나, 덜해졌다거나 그런 것 없다. 원래 시나리오대로 나왔고, 밸런스 조화가 좋은 영화가 나온 것 같다. 캐릭터끼리 색깔도 그렇고. 튀는 사람 없이 잘 버무려진 영화랄까. 그래서 영화 보고 정말 만족했다. 그리고 밸런스를 좋아하는 사람이에요. 하하.

Q. 극 초반 핸드폰을 이용한 액션을 보여준다. 그래서 뒤에 또 있지 않을까 기대했는데 없어서 아쉬웠다. 직접적으로 남자와 타격을 하는 액션은 처음 인 것 같은데.
한효주 : 액션 스쿨에서 2~3주 정도 연습했는데 (액션을) 더 보여주고 싶다. 몸 쓰는 것을 좋아한다. 물론 춤추는 건 싫어하지만. 여하튼 몸으로 하는 건 재밌어 하고, 승부욕도 있는 편이다. 근데 쉬운 일은 아니더라. 내가 힘든 건 괜찮은데 아무리 합을 맞춰도 실제로 타격을 하게 되는 경우가 있다. 더욱이 (액션연기는) 초보자니까. 촬영하는 데 계속 진짜로 때리게 되더라. 그리고 사실 그 신 자체가 원래 없었다. 시나리오를 읽고, 좀 더 임팩트 있게 캐릭터를 보여주기 위해 초반에 액션 신이 있으면 좋을 것 같다고 건의를 했다. 그래서 넣게 됐는데 막상 우려가 되더라. 여자가 남자를 제압하는 것 아니냐. 근데 잘못하면 차라리 안 하니만 못하니까. 어느 날 무술 감독님께서 핸드폰을 쥐고 액션을 하는 설정을 해왔는데 딱 ‘이거다’ 싶더라. 핸드폰으로 맞으면 상당히 아프다. 진짜 무기다. 여자분들께 호신용 신무기로 추천한다.

Q. <감시자들> 속 하윤주 캐릭터는 예쁨을 강조하는 캐릭터가 아님에도 보고 있으면 예쁘게 나오더라. 개인적인 ‘사심’도 포함되긴 했지만.
한효주 : 이런 말 하면 욕먹겠지만, 영화보고 나서 ‘감독님, 왜 이렇게 예쁘게 찍었어요. 이렇게까지 안 해도 되는데’ 싶더라. 그래도 감사하다. 애정이 느껴지지 않나. 여하튼 예뻐 보여야 할 때도 있지만 그렇지 않은 역할인데 예쁘게 만드는 걸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또 여자 경찰이라고 해서 남자 같고, 털털해 보이는 것도 별로다. 일을 할 때는 일에 대한 열정이 있기 때문에 전문적으로 보이고 싶고, 일을 하지 않을 때는 여자 같은 느낌도 살짝 보여주고도 싶었다. 일을 하고 있을 때 목소리 톤과 일을 하지 않을 때 톤이 조금 다르다. 그런 디테일을 살리고 싶었다.Q. 그런데 영화를 보다 보면 다소 과한 ‘뽀샤시’한 화면이 있다.
한효주 : 하하. 김병서 감독님이 촬영을 하셨는데 어떤 각도에서 어떤 모습으로 나와야 예뻐 보이는지 철저하게 계산을 했더라. 테스트 촬영을 통해 적당한 비주얼을 만들어 낸 거다.



한효주
한효주
한효주

Q. 최근 인터뷰 한 것을 보니 시크해 보이고 싶었다고 하더라. 그 이유는 무엇인가.
한효주 : 앞서 말한 것과 이어지는데 여자 경찰이라고 해서 털털한 남자 같은 경찰 말고, 다른 캐릭터를 보여주고 싶었던 것 같다. 신입라고 해서 무조건 서툴고 털털해 보일 필요가 없다고 생각했다. 처음에는 털털한 여자 경찰에 가까웠다. 약간 ‘허당’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 보다는 지금의 하윤주 캐릭터가 더 매력적이지 않을까 싶어 감독님께 권유했던 부분이다.

Q. 극 중 하윤주의 독특한 움직임이 있다. 손가락을 계속 두드리지 않나. 그건 어떻게 만들어졌나.
한효주 : 뭔가 ‘특별한’ 능력을 가진 사람의 ‘특별한’ 모습을 담고 싶었던 것 같다. 독특한 습관이라 보면 된다. 개인적으로 그런 습관을 굉장히 잘 잡은 것 같다.

Q. 평소에도 하윤주처럼 주위를 잘 살피고, 사소한 것까지 기억을 잘하는 편인가.
한효주 : 전혀. 오히려 주위를 잘 못 보는 편이다. 기억도 잘 못하고. 그런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어떻게 하면 그렇게 보일지, 눈빛이나 눈동자의 움직임과 동작에 있어서도 군더더기 없는 그런 캐릭터를 만들고 싶었다.

Q. 전체적으로 인물들의 히스토리가 생략돼 있다. 스스로 하윤주의 히스토리를 만들어봤을 텐데.
한효주 : (인물들의 히스토리가 생략돼 있어) 더 좋은 것 같다. 그리고 나만의 하윤주가 분명 있고, 그 일부분이 영화 속에 나온 거라 생각한다. 분명 하윤주의 이야기를 생각해보긴 했는데 굳이 이야기하고 싶지 않다. 가장 많이 받은 질문이 ‘하윤주는 어떻게 그런 능력이 생겼어’, ‘전에는 어떤 삶을 살았어’ 등이다. 이는 하윤주 캐릭터 말고 다른 캐릭터들도 다 해당되는 상황이다. 캐릭터에 대한 부연 설명이 없어서 보는 사람들 모두 자기만의 캐릭터를 만들 수 있다. 그런 묘미가 있다.

Q. 인물 간 관계도 많은 부분 생략됐다. 이야기에 힘도 있고, 빠른 전개라 크게 의식되진 않지만 한효주와 이준호, 한효주와 설경구 등 이들 사이에 왠지 뭔가 있을 것 같다. 심지어는 정우성과 한효주도 어떤 관계로 엮여 있을 것만 같다.
한효주 : 맞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재밌지 않나. 예를 들어 사실은 황 반장이 하윤주의 부모가 살해당하는 걸 봤는데 감시만 해야 하는 입장이라 손을 쓸 수 없었던 것. 그래서 어린 아이를 옆에서 지켜보면서 감시반으로 들어올 수 있게 한 것은 아닐까. 아니면 특수한 능력을 뽑아내기 위해 특별한 관리를 했거나. 감독님하고 이 같은 다양한 디테일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나 역시도 그런게 궁금했다. 시나리오를 보고 ‘어떤 아이일까’란 생각이 들었고, 시나리오를 받고 첫 번째 질문이 ‘감독님이 생각하는 하윤주는 어떤 아이예요’다.

Q. 정우성은 어떤 배우던가. <비트>가 개봉됐을 당시 정우성은 상상을 초월했다. 물론 그런 감흥이나 로망은 없겠지만 그래도 멋있게 나오지 않나.
한효주 : 재밌는 일이 SBS <런닝맨> 촬영했을 때인데 촬영 마치고 스태프들이 사진 찍으려고 기다리고 있더라. 스태프들도 같이 사진 찍고 싶어 하는 연예인이었다. 나한테는 그냥 선배님, ‘호형호제’하는 존재랄까. 하하. 그런데 그 때(<비트> 개봉 당시) 그 로망은 없지만 딱 봐도 우성 선배는 영화배우 같다. 그냥 걷기만 해도, 딱히 촬영하지 않을 때에도 영화를 찍고 있는 느낌이었다. 이 사람이 영화배우를 안 했으면 뭘 했을까 싶을 정도였다.

Q. 정우성만 물어보고 설경구, 이준호에 대해 안 물어보면 그들이 삐지겠다.
한효주 : 그렇죠. 하하. 개인적으로 설경구 선배와 같이 연기할 수 있어 너무 좋았다. 어떻게 해도 다 받아주고, 내가 연기한 것보다 더 잘 살려주더라. 이번 영화에서 선배님 덕을 가장 많이 본 것 같다. 준호는 정말 막내였다. 연기도 처음이고, 서툴고 어색하면 문제가 될 수 있는데 그런 부분에 있어 자기 역할을 완벽하게 해 냈다. 그랬는데 외적으로도 너무 싹싹하게 잘하고, 굉장히 성실하고. 그러다 보니 더 예뻐 보이더라. 영화사 집의 이유진 대표가 우리를 보면서 ‘4남매’ 같다고 하더라. 큰 형, 둘째 형, 셋째 누나 그리고 막내. 그 느낌이 딱 맞는 것 같다.

Q. <감시자들>은 조의석, 김병서 감독의 공동연출이다. 두 명의 감독과 작업이란, 조금은 특이한 상황이다.
한효주 : 더 든든했다. 사실 처음에는 감독님이 여기도 있고, 저기도 있다 보니 (뭔가 막힐 때) 누구한테 이야기해야 하지 싶더라. 역할 분담이 확실히 되고 나선 전혀 문제 될 것 없었다. 그리고 두 분이라서 오히려 더 든든하더라.



한효주
한효주
한효주

Q. 드라마 <찬란한 유산> <동이> 등의 이미지가 점점 희미해져간다. 동시에 영화에선 계속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그래서 다음에 또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되면서도 드라마에서 보여줬던 그 모습도 보고 싶기도 하다. 한효주가 두 명일 순 없으니 이걸 조화롭게 만들어가는 것도 팬들에 위한 것 아니냐.
한효주 : 방금 언급했던 드라마들 때문에 많이 사랑 받게 된 것을 잘 알고 있다. 그리고 드라마에서 보여드렸던 밝고, 친근한 모습을 다시 하고 싶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캐릭터적인 도전을 많이 하고 싶다. 굉장히 생각을 많이 한 것 같죠. 사실 생각을 많이 한건 아닌데 그렇게 했으면 좋겠다는 바람이 생겼다. 물론 내 마음대로 되는 건 아니지만.

Q. 그런데 좀 생각이 달라지긴 한 것 같다. <반창꼬> 개봉 당시 인터뷰 했을 때 이와 비슷한 질문을 했다. 그때 대답이 ‘전 청개구리에요. 남들이 영화 속 한효주가 좋다고 하면 드라마를 할 거고, 강한 모습이 좋다고 하면 청순한 모습을 보여줄 거에요’라고.
한효주 : 하하하. 청개구리인 건 지금도 맞아요.

Q. 최근 아이비가 얘기하기도 했지만 취향은 인디 아니었나. 처음에는 <달려라 자전거> <아주 특별한 손님> 등 작은 영화로 필모를 쌓기도 했고. 대중은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그 성향은 변함없나.
한효주 : 예술영화, 상업영화 다 좋아한다. 어느 쪽에 치우치지 않는 것 같다. 예술영화 보면 느끼는 것도 많고. 무엇보다 한쪽에 치우치는 것을 두려워한다. 너무 대중적이지도 않고, 그렇다고 너무 아티스트 같지도 않고. 일하는 것도 그렇지만 사는데 있어서도 그런 밸런스를 맞추려고 노력하는 성격이다. 그래서 때론 뭐 하나에 미치는 사람이 부럽다. 그런 사람들은 동물적인 그런 감각과 느낌이 있지 않나. 나는 그런 동물적인 느낌이 부족한 것 같다. 어느 순간에는 미쳐보고 싶기도 하다. 동물적으로 앞뒤 따지지 않고. 그런데 아직은 아닌 것 같다.

Q. <달려라 자전거>에서는 작사도 했다. 문득 이 배우, 연출에 대한 욕심은 없었을까란 생각이 들더라.
한효주 : 사실 (욕심이) 있었다. 그런데 하다 보니 배우 쪽으로 굳혀지는 것 같다. 호기심 많은 아이가 이것저것 하는 것 마냥 옛날에는 이것도 해보고 싶고, 저것도 해보고 싶었다. 그런데 점점 배우의 길을 가고 싶다는 생각이 굳혀지고 있다. 지금으로선 연기로서 욕심이 훨씬 많다. 다만 음악적인 부분은 기회가 되면 하고 싶다. 그렇다고 가수로 데뷔하는 건 아니겠지만 가끔 기회가 생긴다면 할 수도 있는 부분이다. 좋은 영화라면 작은 영화에도 출연하고 싶다. (출연료는?) 당연히 많이 받으면 안 되죠. 하하.

글. 황성운 jabongdo@tenasia.co.kr
사진. 구혜정 photonin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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