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SC_6083 copy
DSC_6083 copy


미국 애니메이션 〈심슨네 가족들〉에는 팝스타들이 종종 캐릭터로 등장한다. 비틀즈의 폴 매카트니, 롤링 스톤즈의 믹 재거, U2의 보노에 이르기까지 슈퍼스타들이 목소리 출연까지 마다하지 않는다. 슬슬 싸이도 출연할 만한데 아직은 소문만 무성하다. 국내 가수 중 또 누가 〈심슨네 가족들〉에 어울릴까? 걸그룹 중에 꼽자면 단연 투애니원(2NE1)이다. 씨엘, 산다라, 박봄, 공민지가 만화 캐릭터로 변신한 모습을 상상해보라. 바로 그림이 나오지 않나? 캐릭터의 힘은 대단한 법.

투애니원은 지난 2009년 데뷔했을 때부터 ‘다른 것’으로 평가받았다. 기존의 걸그룹이 가지고 있던 섹시하거나 귀여운 모습은 없었다. 힙합의 ‘스타일’을 멋들어지게 소화해내는 모습도 강점이었다. 국내에는 비교 대상이 없었다. 미국의 솔트 앤 페퍼, 엔 보그, TLC로 이어지는 흑인 여성 걸그룹들이 잠시 떠오르기도 했지만, 투애니원에게는 다른 무엇가가 있었다. 그게 무엇일까? 스타일? 패션? 음악? 아니면 깡다구? 한 가지 분명한 것은 투애니원은 이제 국내 대중음악계에서 찾아보기 힘든 ‘특별한 것’이 됐다는 것이다. 근 1년 만에 신곡 ‘Falling in Love’로 컴백한 투애니원이 9일 상수동 한 카페에서 라운드인터뷰를 가졌다. 현장에서 오고 간 이야기를 옮겼다.

Q. 1년 만에 신곡을 내놓는다.
씨엘: 1년 전에 ‘I Love You’가 나오긴 했지만 앨범을 통해 정식으로 활동을 재개하는 것은 거의 2년 만이다. 신곡 무대가 너무나 그리웠다. 멤버들과 신곡들을 작업하면서 ‘Fire’가 나오기 전처럼 힘을 모아서 해보자고 이야기를 나눴다.
산다라: 다시 데뷔하는 기분이다. 설렌다.
공민지: 팬들이 많이 기다린 만큼 우리도 너무나 신곡을 기다렸다.
박봄: 오랫동안 활동을 못 해서 양현석 사장님께 노래를 너무나 하고 싶다고 조를 정도로 무대에 목말라 있었다. 내가 원래 조르는 스타일이 아닌데.(웃음)

Q. 작년 월드투어 이후 공백기를 가졌다. 어떻게 지냈나?
박봄: 연습생의 자세로 돌아가서 보컬 선생님께 열심히 레슨도 받고, 이것저것 아이템도 사러 다녔다.
공민지: 나와 다라 언니는 운동을 열심히 했다.
산다라: 11자 복근을 만들려고 했는데 운동을 너무 열심히 해서 남자 복근이 나오고 있다. 적당히 했어야 하는데, 후회하고 있다.(웃음)

Q. 공민지는 이제 스무 살이 됐다.
공민지: 팀에서 막내이기 때문에 스무 살이 된 것이 실감이 나지 않는다. 신곡 ‘Falling in Love’ 뮤직비디오에서는 스무 살의 느낌을 보여드리려고 상큼한 ‘귀요미’의 느낌을 시도해봤다.

Q. 뮤직비디오에서는 핑크색 가발이 인상적이더라.
공민지: 스타일리스트 오빠에게 핑크색 가발을 써보고 싶다고 했다. 평소에 해보고 싶은 것들을 스크랩하는 버릇이 있다. 핑크색 머리도 그 중 하나였다.

Q. ‘Falling in Love’는 여름에 맞게 레게리듬을 차용했다.
씨엘: 레게와 힙합이 섞였다. 다이내믹한 느낌이다. 민지가 맡은 버스(verse) 부분은 편안하고, 훅은 발랄하다. 랩이 나올 때는 힙합 느낌이 강하고, 다라 언니 부분이 가장 레게 느낌이 강하다. 레게가 우리에게는 새로운 장르이기도 하고 춤도 레게에 맞게 짜서 재미있었다.

Q. 기존 투애니원의 가사는 일반적인 사랑노래와는 거리가 멀었다. 이번에는 밝고 사랑스러운 가사다. 낯설지 않던가?
씨엘: 우리에게는 처음으로 정상적인 사랑노래인 것 같다. ‘I Love You’가 있었지만 그것도 집착하는 여자의 이야기였다. ‘내가 제일 잘 나가’에서는 남자에게 꺼지라고 그러고, 그런 노래들이 대부분이었는데 이제는 드디어 제대로 된 사랑노래를 하게 됐다.

Q. 다른 걸그룹은 사랑스러운 콘셉트가 많다. 본인들은 그런 이미지를 상상해본 적이 있나?
씨엘:
우리는 나름 샤방샤방하게 하고 있다. 그런 말은 상처다.(웃음) 이번에는 밝으려고 많이 노력했다.

_cl copy
_cl copy


Q. 테디가 곡을 만든 것으로 알고 있다. 곡에 대한 첫인상이 어땠나?
씨엘: 정확히는 테디 오빠와 초이스37이 공동으로 만든 곡이다. 초이스37은 지용 오빠, 하이의 곡을 만들었던 분이다. 이 노래는 원래 작년 ‘I Love You’의 무대를 할 때 인트로로 ‘Falling in Love’를 가지고 랩을 한 적이 있다. 원래는 ‘I Love You’의 다음곡으로 나올 예정이었다.
산다라: 처음 듣고 바로 꽂혔다. 특히 민지의 파트를 들으며 해변에 온 느낌을 받았다.
공민지: 난 음악을 들으면 몸이 먼저 움직이는 스타일이라 춤추고 싶다는 느낌을 받았다.

Q. 신곡은 해변의 느낌이다. 최근에 해변에 간 적이 있나?
씨엘: 갑자기 슬퍼진다. 우리가 해변에 마지막으로 간 것이… 언제지?
산다라: 1년 넘었다. 화보촬영 때문에 필리핀에 갔다. 일도 하고 제트스키도 타고 재밌게 놀았는데 그 뒤로 한 번도 못 갔다.

Q. 얼마 전 힙합의 거장 스눕 독의 내한공연 때 함께 무대에 올랐다. 스눕 독도 최근 스눕 라이언이란 이름으로 레게 앨범 〈Reincarnated〉를 발표했다. 혹시 들어봤나?
씨엘: 스눕 독은 직접 자메이카에 가서 레게의 세례를 받고 와서 만든 앨범이다. 스눕 독은 예전부터 좋아했다. 이번에 함께 공연해서 즐거웠고, 이야기도 많이 나눌 수 있어서 좋았다.

Q. 한국의 수많은 걸그룹 중에 음악, 스타일 면에서 차별화가 가장 잘 된 것이 바로 투애니원이다. 이번에도 차별화를 위해 노력한 부분이 있나?
씨엘: 우리는 차별화를 신경 쓰기보다는 자기 자신에게 충실해왔다. 이번에도 너무 오랜만에 컴백이라 상대적으로 다른 모습을 보여주려 하기 보다는 우리 자신에게 충실하고 싶은 마음이다. 지난 2년 동안 틈틈이 많은 곡을 녹음했다. 어서 들려드리고 싶다. 스타일, 의상은 음악에 맞춘다.

Q. 신곡은 얼마나 모아졌나? 매달 한 곡씩 발표하고 최종적으로 앨범을 발표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씨엘: 재작년에 미니앨범이 나왔을 때도 이런 방식으로 앨범을 발표했다. ‘Lonely’로 시작해서 ‘Ugly’, ‘Hate You’, ‘내가 제일 잘 나가’를 차례로 내놓고 앨범을 냈다. 현재 신곡은 정규앨범을 두 장 정도 낼 수 있는 양이 모아졌다. 매달 곡을 발표하고 10월에 앨범으로 발표할 예정이다. 정규앨범이 될지, 미니앨범이 될지는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

Q. 그러고 보면 전에도 박봄이 솔로 곡을 낸 후 앨범을 냈는데, 이번에는 씨엘이 ‘나쁜 기집애’를 먼저 발표했다. 나머지 멤버들은 어떻게 들었나?
박봄: 내게는 신세계와 같은 노래였다. 채린이가 너무 잘 소화해서 팬이 됐다.

_dara copy
_dara copy


Q. 월드투어를 다녀왔는데 당시 경험했던 에너지들이 새 앨범 작업에 영향을 미쳤을 것 같다.
씨엘: 공연에서 받은 에너지를 가져다가 바로 앨범을 내고 싶었는데 공백이 생겨서 아쉽다. 많이 참은 만큼 국내 무대에서 보여줄 것이 많다.

Q. 과거 멕시코 클럽에서 공연한 영상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남미 사람들이 투애니원을 좋아할 것 같다.
씨엘: 실제로 해외에서 두 번째로 팬덤이 많은 나라가 브라질이다. 우리 노래가 뜨겁고 열정적인 느낌이라서 좋아하는 것 같다.

Q. 투애니원은 라이브에서 여느 걸그룹과 다르게 굉장한 에너지를 발산한다. 최근 기억에 남는 무대가 있나?
산다라: 싸이 오빠의 상암 월드컵경기장 공연은 사람이 너무 많아서 기억에 남는다. 그 정도로 큰 규모의 무대에 오르는 것은 흔치 않은 일이다. 너무 흥분이 돼서 마음껏 즐겼다.

Q. 당시 공연에서 공민지 무대 위를 뛰어다니면서 노래한 것이 기억난다.
공민지: 숨이 찰 정도로 긴 런웨이였다. 그런데 관객이 너무 많으니까 나도 모르게 흥분이 됐다. 관객들에게 엄청난 힘을 받았다.

Q. 신곡에 대해 양현석 대표는 뭐라고 하던가?
산다라: 양현석 사장님은 오글거리는 말은 잘 못하신다. 직접 표현은 안 하시는데 항상 곁에서 지켜봐주신다.

Q. 투애니원은 YG엔터테인먼트와 함께 언급이 된다. 어쩌면 그 이미지로부터 자유롭지 못한 것이 아닌가?
씨엘: 그렇지 않다. 사장님은 우리에게 어떤 스타일을 강요하지 않는다. 우리 안에 있는 것을 꺼내주는 방식이다. YG는 하나의 크루라고 생각한다. 스타일리스트, 스태프들도 모두 우리 멤버다. 앨범은 혼자 만들 수 있는 것이 아니지 않나? 좋은 분들이 옆에 있어서 좋다.

Q. YG의 가장 중요한 작곡가인 테디는 어떻게 평가하는가?
씨엘: 우선 다양한 매력이 있다. 항상 음악도 많이 들으시고 무엇보다 한 자리에 멈춰 있지 않다. 항상 더 앞을, 더 멀리를 바라본다. 무엇보다 음악에 진심이 담겼다.

Q. 투애니원도 이제 데뷔한지 4년이 흘러 후배 걸그룹이 많아졌다. 나름 선배다.
씨엘: 우리는 아직 1집 가수다. 공백기가 거의 2년이라 아직도 신인 같다. 공연은 편하지만 방송국은 아직 낯설다. 우리는 비교적 예능 프로그램을 많이 안 했는데 이번에는 예능에도 나갈 것 같다. 팬들에게 더 친근하게 다가가고 싶다.

DSC_4750 copy
DSC_4750 copy


Q. 나가고 싶은 예능 프로그램이 있나?
씨엘: 〈무한도전〉에 나가고 싶은데 재밌게 할 자신은 없다. 기회가 되면 토크쇼도 나가봐도 괜찮을 것 같다.
공민지: 난 체력에 자신이 있다. 운동을 좋아해서 〈런닝맨〉에 나가보고 싶다.
산다라: 난 말솜씨는 별로다. 〈우리 결혼했어요〉처럼 로맨틱한 프로그램에 나가보고 싶다. 외로울 때면 그런 프로그램 나가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한다.

Q. 최근 아이돌그룹들이 이미지에 변화를 주려고 〈SNL 코리아〉에 나가곤 한다. 도전해보고 싶은 생각 없나?
산다라: 나가면 재밌을 것 같다. 콩트는 자신이 있다.

Q. 다른 아이돌그룹은 대개 연기를 병행한다. 투애니원은 연기에 도전해보고 싶지 않나?
씨엘: 기회가 없었던 것 같다. 작년에도 앨범 활동 후 바로 투어를 가서 쭉 해외에 있었다. 지금은 어서 새 음악을 들려드리고 싶다.

Q. 실질적으로 존재감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아이돌그룹이 연기 또는 예능을 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투애니원의 경우 평소 TV에 안 나오는데도 ‘Falling in Love’가 음원차트 정상에 올랐다. 비결이 뭘까?
씨엘: 노래가 좋아서라고밖에 대답할 수 없을 것 같다. 아직 신곡으로 방송도 시작을 안 했으니 말이다. 대중이 우리를 잊었으면 어쩌나 했는데 1위를 해서 깜짝 놀랐다.
산다라: 너무 감사하다. 아직 1위 한 것이 실감이 안 난다. 어서 무대로 인사드리고 싶다.

Q. YG엔터테인먼트는 다른 기획사에 비해 예능을 안 시키는 것 같다. 음악에 집중할 수 있게 해주는 것 같다.
씨엘: 맞다. 우리가 자기 자신일수 있되 발전할 수 있어서 좋다. 창의성을 발휘할 수 있는 공간이다.

_minzy copy
_minzy copy


Q. 얼마 전 원더걸스 선예가 결혼을 했다. 본인들은 결혼 생각 없나?
산다라: 주변에 결혼하는 모습을 보면 너무 예뻐 보이고, 행복해 보이는데 난 연애를 안 하고 있어서 결혼이 현실적으로 다가오지 않는다.

Q. 연애를 하면 되지 않나. 연애금지가 작년에 풀린 것으로 알고 있다.
산다라: 작년에 풀렸는데 지금까지 아무런 소식이 없다.

Q. 누가 결혼을 제일 먼저 할 것 같나?
(일동 씨엘을 가리킴)
씨엘: 난 좋은 사람이 나타나면 후다닥 갈 수도 있을 것 같다.
산다라: 채린이는 가수와 결혼을 멋지게 병행할 수 있을 것 같다.

Q. 산다라와 박봄은 나이 앞 숫자가 달라졌다. 30대가 된 느낌이 어떤가?
산다라: 변화는 못 느낀다. 난 아직도 내가 스물 살 같다. 그런 질문 받으면 어색하다. 만으로는 아직 스물여덟이다.
박봄: 나는 아직 고등학생 같다. 고민이다. 나이만 먹고 달라진 것은 없는 것 같다.

Q. 산다라 동안의 비결은?
산다라: 딱히 없다. 동생들과 즐겁게 지내는 것 정도?

Q. 투애니원 노래 중에 각 멤버들이 공감하는 사랑노래를 한 곡씩 뽑는다면?
박봄: 난 ‘아파요’. 옛날에 어렸을 때를 생각하면서 진짜로 울면서 불렀다. 실제로 디렉터 분이 나에게 슬픈 감정을 요구하긴 했지만, 진심으로 복받쳐서 노래했다.
공민지: 난 ‘Falling in Love’를 고르고 싶다. 연애를 안 해본 상황에서 이 노래를 부르는 현실이 너무 슬프다.
산다라: 두 곡이 있다. ‘I Don’t Care’의 경우에는 가사가 어쩌면 그리도 여성의 마음을 잘 표현했는지 모른다. 옷깃에 묻은 립스틱들이라는 가사나, 전화를 했는데 옆에서 여자 웃음소리가 들리는 그런 상황들이 정말 있을법한 이야기다. ‘Lonely’도 가사가 공감이 간다. 곁에 있어도 외롭고 그런 것.
씨엘: 난 ‘You and I’와 ‘Lonely’다. 사랑하는 사람이 있는데도, 굳이 연인이 아니고 가족들이랑 있어도 외로울 때가 있지 않나? ‘Lonely’는 그런 느낌을 너무 잘 표현한 곡이다. ‘You and I’는 사랑하고 있지만 슬픈 느낌?

Q. 다음 달에 지드래곤이 나오고 9월에는 태양이 나온다. 활동이 겹친다. 나란히 1위 후보에 오른다면 어떨까?
씨엘: 누가 1위를 해도 좋다. 우린 가족이니까.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