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주역들. /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달 컴퍼니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주역들. /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달 컴퍼니
첫눈에 반한 여자를 평생 잊지 못하고 살아가는 한 남자. 비가 내리거나 왈츠가 들려오면, 항상 같은 사람을 떠올린다. 그런 그의 앞에 그녀와 비슷한 습관을 가진 누군가가 나타난다. 남자의 머리는 아니라고 하는데, 마음은 반대다. 남자가 남긴 한마디. “사랑하기 때문에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사랑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당신을 사랑합니다.”

2001년 개봉된 영화 ‘번지점프를 하다'(감독 김대승)의 이야기다. 배우 이병헌·이은주·여현수 등의 열연과 작품이 지닌 아련한 감성이 많은 이들을 설레고 아프게 만들었다. 개봉한지 17년이 흘렀지만 여전히 회자되는 영화이며, 누군가는 ‘인생작’으로 꼽기도 한다. 이 작품이 올해 뮤지컬로 다시 태어났다. 2012년 초연, 2013년 재연 이후 5년만이다. 지난 12일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막을 올렸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장면. /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달 컴퍼니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장면. /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달 컴퍼니
‘번지점프를 하다’는 2013년 재연 이후 공연 전문 잡지 ‘더 뮤지컬’에서 조사한 관객들이 뽑은 ‘다시 보고 싶은 뮤지컬’ 1위로 선정됐다. 이번 공연은 올해 개관 40주년을 맞이하는 세종문화회관의 ‘2018-19 세종시즌’ 공연으로, 세종문화회관과 제작사 달컴퍼니가 공동 주최로 참여했다. 600석 규모의 극장에서 오는 8월 26일까지 공연된다.

5년이 흐른 만큼 ‘번지점프를 하다’의 제작진은 작품에 약간의 변화를 줬다. 20일 오후 서울 세종문화회관 M씨어터에서 열린 ‘번지점프를 하다’의 프레스콜에서 김민정 연출가는 “세 번째 공연의 연출을 맡으면서 책임감이 무거웠다. 시간이 흐르면서 감수성이 달라졌다. 대사와 가사, 감성을 면밀하게 검토하고 수정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총 50개의 장면이 유기적으로 전환되는 것이 이 작품의 특징인데, 제작진도 그 지점에 집중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김민정 연출가는 “사실 이 작품은 음악이 지닌 골격이 깊고, 완성도가 높아서 누가 연출을 맡아도 ‘번지점프를 하다’일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시대가 달라진 탓에 대사와 가사가 조금씩 바뀌었지만 작품이 갖고 있는 큰 줄기와 감성은 고스란히 살렸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여기에 8인조 오케스트라 연주를 더해 각 인물의 감정을 돋보이게 했으며, 시공간을 넘나드는 독특한 분위기를 표현하기 위해 조명과 소품 등 무대 장치를 다양하게 활용했다고 한다.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장면. /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달 컴퍼니
뮤지컬 ‘번지점프를 하다’ 공연장면. / 사진제공=세종문화회관, 달 컴퍼니
극중 가슴 깊이 첫사랑의 기억을 안고 살아가는 인우 역은 배우 강필석과 이지훈이 번갈아 무대에 오른다. 강필석은 2009년 ‘번지점프를 하다’의 시범공연부터 초·재연에도 참여해 작품에 대한 애정이 남다르다.

강필석은 이번 프레스콜에서 “5년 전과는 다르게 여러 생각이 들었다. 나이가 들어서인지 인우의 무책임에 대해서 되돌아보게 됐다”면서 “극중 태희와의 사랑을 소박하지만 진한 사랑으로 다루기 위해 애썼다”고 했다.

이번에 처음 합류한 이지훈은 “연기할 캐릭터가 나에게 얼마나 잘 어울릴지 떠올리면서 작품을 선택한다. 인우의 순수함에 반해서 선택했다”며 “어쩌면 내가 갖고 있는 이미지와는 상반된 역할이지만, 관객들에게 극중 인물로 보일 때 짜릿하고 성취감을 느낀다”고 털어놨다. 무엇보다 그는 “강필석에게 많이 배우고 있다. 내가 부족한 부분을 전수해줘서 채울 수 있을 것 같다”고 말했다.

인우의 첫사랑 태희 역은 배우 김지현과 임강희가 맡는다. 두 사람은 뮤지컬 ‘프라이드’와 연극 ‘카포네 트릴로지’에서도 같은 역할을 맡은 인연이 있다. 김지현은 임강희의 ‘착한 심성’을 칭찬했고, 임강희는 김지현의 ‘여유’와 ‘나른한 매력’을 호평했다.

이외에도 ‘번지점프를 하다’에는 최우혁·이휘종·최호중·진상현·강기헌·하도빈·박철·이예슬·임지혜·이지민 등이 출연한다.

김민정 연출가는 “이 작품은 불완전한 인간이 영원하고 완전한 사랑으로 다가가려는 통증의 과정을 다룬다. 인우와 태희, 현빈의 사랑뿐만 아니라 어쩌면 나와 비슷한 사람들의 통증을 연습하는 내내 느꼈다”고 털어놨다. 이어 “공연을 보면서 사랑에 대한 담론, 영원이라는 코드 등 살고 있는 현재를 깊이 생각해볼 수 있을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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