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뮤지컬 ‘영웅’의 양준모 / 사진제공=㈜에이콤
뮤지컬 ‘영웅’의 양준모 / 사진제공=㈜에이콤
시작부터 울컥하고, 갈수록 여운은 진하다. 불끈 쥐어진 두 손은 좀처럼 풀릴 생각을 않고, 가슴은 점점 더 뜨거워진다. 안중근의 시작과 끝은 그렇게 관객들에게 많은 것을 안겼다.

다시 돌아온 뮤지컬 ‘영웅'(연출 윤호진)은 안중근 삶을 그린다. 오직 조국인 대한민국을 위해 귀한 목숨을 바치는 한 남자의 이야기는 보는 내내 가슴을 울린다.

2009년 초연된 이 작품은 2013년을 제외하고, 매년 국내외를 오가며 관객을 만났다. 그러면서 뿌리는 탄탄해졌고 색깔은 확고해졌다.

열한 명의 동지들과 약지를 자르며 독립을 외치는 안중근의 굳은 신념으로 시작되는 ‘영웅’은 넘치지도, 또 모자라지도 않게 관객에게 그의 뜻을 엄중하게 전달한다. 거창하게 포장하지 않아도 그 깊이는 충분하며, ‘장부가’를 부르는 안중근의 목소리에는 힘이 넘친다.

여기엔 2010년 ‘영웅’에 참여한 양준모의 열연과 흠잡을 데 없는 가창력이 큰 몫을 한다. 그저 나라의 독립만 바라보고 향하는 한 남자의 열정과 두려움, 그리고 가족을 떠올리며 흘리는 눈물까지. 양준모는 안중근의 모든 것을 완벽하게 표현해냈다.

보는 이들의 두 손을 불끈 쥐게 만드는 ‘누가 죄인인가’를 부를 때는 누구보다 결연했고, ‘장부가’는 눈물이 절로 차오르게 처연하다.

조선의 마지막 궁녀라는 설정의 궁녀 설희 역의 정재은도 놓칠 수 없다. 이토 히로부미의 암살을 기도하는 그의 마지막도 빼놓을 수 없는 백미다. 극이 절정에 달했을 때 등장하는 안중근의 어머니 조마리아 역의 임선애는 빛나는 클래이맥스를 돕는다.

뮤지컬 ‘영웅’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콤
뮤지컬 ‘영웅’ 포스터 / 사진제공=㈜에이콤
이처럼 ‘영웅’은 군더더기 없이 엮어내 관객들의 몰입을 한순간도 흐트러뜨리지 않는다. 가슴 저미는 넘버는 더 말할 것도 없으며, 칠흑 같은 밤과 달리는 기차 등 무대 장치 역시 튀지 않게 녹아든다.

막이 걷히고 꽉 쥔 두 손이 풀리면, 가슴은 더 뜨거워진다. 극장을 뒤로하며 현실과 마주할 때, 그 울림은 배가된다.

오는 2월 26일까지 세종문회회관 대극장.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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