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조재현/사진=텐아시아DB
조재현/사진=텐아시아DB
배우 조재현이 새로운 도전에 나섰다. 무거운 소재를 품은 2인극 ‘블랙버드’로 관객들과 만난다. 영화 ‘나홀로 휴가’의 각본과 연출을 맡아 감독에 도전한데 이어 이번엔 연극이다. 그의 도전은 끝이 없다.

조재현은 19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DCF 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에서 진행된 연극 ‘블랙버드’의 기자간담회에 참석해 작품을 선택한 배경과 맡은 역할 등에 대해 소개했다.

‘블랙버드’는 15년 만에 만난 두 남녀가 과거의 사건을 두고 엇갈린 기억을 쏟아내는 형식으로 진행되는 2인극이다. 지난 2005년 영국 에딘버러 국제페스티벌 공식개막작으로 초연된 이후 다양한 국가에서 공연됐다.

조재현은 미성년자 성적 학대 혐의로 수감생활을 마친 50대 레이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사건 이후 고통 속에 살아온 20대 우나 역의 옥자연, 채수빈과 연기 호흡을 맞춘다.

지난 2008년 이후 8년 만에 문삼화 연출에 의해 다시 국내 무대에 오르게 됐다. 문삼화 연출은 영어 각본을 다시 번역했고, 작가의 의도를 고민, 작품에 대해 연구하며 새롭게 내놨다.

조재현은 초연 당시 객석에서 ‘블랙버드’를 관람하며 ‘언젠가는 다시 해보고 싶다’는 생각을 했고, 8년 만에 자신이 설립한 공연제작사 수현재씨어터에서 공연을 기획하며 바람을 이뤘다. 게다가 출연까지 결정했다.

‘블랙버드’는 오는 11월 20일까지 대명문화공장 비발디파크홀에서 공연된다.

연극 ‘블랙버드’ 포스터/사진제공=수현재씨어터
연극 ‘블랙버드’ 포스터/사진제공=수현재씨어터

10. ‘블랙버드’를 기획하게 된 배경이 궁금하다.

조재현 : 8년 전, ‘연극열전’에서 이 작품을 했을 때 관람했다. 그때는 막연하게 신선하고 세련됐다고 느꼈다. 그리고 뭔가 다른 것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을 했고, 언젠가 ‘다시 해야겠다’고 마음을 품었다. 기회가 된다면, 출연까지 해보고 싶었다. 마흔에 사건이 일어났고, 15년이 흘렀다는 설정이라 리얼리티를 살리기 위해서 ’55살이 넘어 보일 때 하자’고 생각했는데, 좀 더 빨리 하게 됐다. 가뜩이나 동안인데 걱정이 태산 같았다.(웃음) ‘해야지’라고 생각한 이유는 당시 객석에 앉아 있을 때, 건물로 비유를 한다면 기둥은 세우고 포장은 해놨는데 색감과 인테리어가 돼있지 않은 느낌이었다. 이번에 문삼화 연출이 새로운 번역본을 내놓고 연습을 하면서, 원작자가 생각한 인테리어로 도전을 한 것이다. 그런 점에서 매우 만족한다.

10. 2인극이다. 게다가 대사도 굉장히 많은 작품이다. 원캐스트로 소화할 예정인데, 부담은 없다. 또, 상대 배우가 신인이기 때문에 끌고 가기에 어려움도 있을 것 같은데.
조재현 : 어려움은 없고, 이 연극에 매력은 ‘날것’이라는 점이다. 공연이 숙달되면, 날것이 없어지지 않을까 걱정도 된다. 그런 면에서 연극 경험이 많은 배우보다, 신인이 내게는 더 도움이 됐다. 오히려 그동안 갖고 있었던 나름대로의 방식들이 부끄러울 정도로 도움을 많이 받았다.

10. 미성년자를 성적 학대한 인물인 만큼 캐릭터의 이해와 작품에 대한 해석이 쉽지는 않았겠다.
조재현 : 역할을 수행하는 배우로서, 그 인물의 행동이나 한 짓에 대해서 애정을 가질 수는 없지만 인물에 대해서는 애정을 가져야 하는 것이 필연적이다. 스태프들과 대화를 많이 나눴고, 작품에 대한 해석도 했다. 작가 인터뷰를 보고 깜짝 놀랐다. 우리가 접근하고 생각했던 것과 크게 다르지 않았다. 작가는 드라마와 영화를 볼 때 인물을 클로즈업해서 관찰하는데 자기가 쓴 희곡은 멀리 떨어져서 썼다고 하더라. 인물을 쫓아서 동화되지 않았다는 거다. 그 인물을 그대로 뒀다는 건데, 그런 부분이 이 연극만의 매력이다.

10. 채수빈, 옥자연과 모두 연기를 한다. 각각의 매력을 설명해달라.
조재현 : 지인들이 ‘어떤 캐스트를 볼까?’라고 물으면 대답한다. 성신여대에서 강의를 하는데, 그 친구들이 본다면 ‘옥자연’을 추천한다. 같은 선상에 있는 친구이고, 기회가 왔을 때 얼마나 멋있게 해내는지 보라고 했다. 또 내 친구들이 물을 때는 ‘채수빈’이다. TV에 나온 배우를 볼 수 있지 않나.(웃음)

옥자연은 극중 우나 역과 잘 맞는다. 연기를 하다 보면, 화가 날 때가 있다. ‘이렇게 날 무섭게 쳐다봐? 나도 고생하며 살았는데, 그럼 죽으란 말인가’ 싶을 정도다. 옥자연의 우나는 강렬하다. 반면 채수빈은 내가 무조건 잘못한 것 같다. 또 다른 아픔을 드러낸다. 채수빈은 상대의 마음을 건드리는 무기를 갖고 있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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