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서상원(왼쪽부터), 이영숙, 남명렬/사진제공=스토리피
서상원(왼쪽부터), 이영숙, 남명렬/사진제공=스토리피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어요.”

핵분열, 원자탄, 불확정성원리, 상보성의 원리 등이 주요 소재이며, 등장인물도 물리학자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이다. 연극 ‘코펜하겐’에 대한 설명이다.

14일 오후 서울 종로구 동숭동 동숭아트센터 소극장에서는 ‘코펜하겐’의 프레스콜과 기자간담회가 진행됐다. 출연 배우 남명렬, 서상원, 이영숙 등은 원캐스트로 약 2주간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 난해한 과학용어가 쏟아지고, 대사의 양도 상당하다. 하지만 배우들은 ‘삶’에 초점을 맞춰 연기했다.

때문에, 어렵기만 하지는 않다는 얘기다.

윤우영 연출/사진=스토리피
윤우영 연출/사진=스토리피
윤우영 연출가는 “상당히 어려운 작품이다. 최근 대학로 연극의 분위기가 상업적이고 코미디 위주인데, 진지하고 철학적인 작품을 기다린 관객들도 많았던 것 같다. 좋은 작품은 끊임없이 무대에 올려 관객들이 많이 봤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제작했다”고 전했다.

‘코펜하겐’은 2008년 한 차례 무대에 오른 작품이다. 앞서 2007년 서울대학교 공과대 출신들이 모여 만든 극단 ‘실극’의 작품을 원작으로 한다. 윤우영 연출가는 당시 객원 연출을 맡았고, 그 인연으로 정식으로 ‘코펜하겐’의 초연을 도맡았다.

그는 “2007년 당시와 사실 달라진 내용은 많이 없다. 작품을 하면서 과학 이론과 철학을 어떻게 연결할지, 관객들에게 가능하면 조금 더 쉽게 전달하고자 고민했다”며 “2010년 공연과 달라진 점은 음악과 무대의 조명 등 관객들에게 좀 더 친밀하게 다가가고자 했다”고 말했다.

‘코펜하겐’은 닐스 보어와 하이젠베르그의 대화를 통해 사회와 밀접하게 닿아있는 과학의 사회적 책임, 윤리에 대해 조명했다.

남명렬, 서상원, 이영숙 등이 원캐스트로 출연하며 방대한 양의 대사를 매끄럽게 소화한다.

남명렬/사진제공=스토리피
남명렬/사진제공=스토리피
초연에 이어 두 번째로 ‘코펜하겐’을 선택한 남명렬은 “사실 6년 이란 세월은 굉장히 긴 세월이기 때문에 많은 것이 달라졌다. 다시 한다는 생각이 아니라, 이 작품을 새롭게 만든다는 생각으로 연습했고 이 자리까지 왔다. 좋은 작품인 것은 분명하다”고 말문을 열었다.

그는 “시간이 많이 흐르긴 했지만, 2010년에 공연을 한 번 했기에 리마인드를 하는 것이 다른 두 배우보다는 훨씬 나았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짧은 대사를 계속해서 주고받으면서 해야 하기 때문에 암기하는 과정이 쉽지만은 않았다”고 고충을 털어놓기도 했다.

이어 “과학 이론 중 강의에서도 잘 다루지 않는 용어들이 많다. 어려운 이론, 과학을 소재로 만들었고 작가, 연출, 배우들은 어렵게 연습했지만 관객들에게는 쉽게 설명할 수 있도록 애를 많이 썼다”고 덧붙였다.

서상원/사진제공=스토리피
서상원/사진제공=스토리피
서상원 역시 보다 쉽게 접근할 수 있는 조언을 했다.

그는 “전문적인 물리학의 세계는 생소한 것이 사실이다. 이 작품에서 다루는 양자역학을 비롯한 과학적인 문제들은 눈이나 피부로는 느낄 수 없는 소립자를 다루는 물리학이다. 이해하기 어려웠지만, 과학적으로 접근할 필요가 없겠다고 생각했다”고 회상했다.

서상원은 ‘코펜하겐’ 속 과학적인 이론을 ‘인생’이라고 봤다. 그 누구도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른다는 것이다. 이는 과학적인 이론인 불확실성과도 일맥상통한다는 게 그의 접근 방식이다.

서상원은 “인간이 살아가는 이야기다. 인생의 불확실성을 떠올리면 작품을 보는 데 어려움이 덜할 것”이라며 “이 세상을 어떻게 끌어갈 것인가에 초점을 맞춰서 이해를 했고, 그것이 관객들에게도 전달됐으면 좋겠다”고 당부했다.

윤우영 연출은 “관객들이 공연을 보며 억지로 과학 이론을 이해하려고 애쓰지 않았으면 하는 바람이다. 어째서 하이젠베르그가 위험을 무릅쓰고 닐스 보어에게 불확실한 목적을 갖고 찾아갔는지, 천재 물리학자들이 말하는 인생에 집중해달라”고 전했다.

이 작품은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빠져들 것이다.

‘코펜하겐’은 14일부터 오는 31일까지 동숭아트센터 동숭소극장에서 공연된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