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장진리 기자]
홍광호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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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형 뮤지컬 ‘데스노트’를 마친 홍광호가 향한 곳은 소극장이었다. 홍광호는 차기작으로 250석 남짓의 소극장 뮤지컬 ‘빨래’를 선택했다. ‘빨래’에 대한 홍광호의 애정은 익히 알려져 있지만, 홍광호의 선택은 꽤나 이례적이었다. 작은 무대로 향한 큰 배우, 국내 뮤지컬계를 대표하는 최고 스타 홍광호의 의외의 선택에 뮤지컬계가 들썩였다.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무대에서 만난 홍광호는 왜 자신이 ‘빨래’로 9년 만에 다시 돌아가게 됐는지, 무대로 입증했다. 관객을 극 상황에 완벽히 몰입시키는 홍광호의 연기와 진심을 담은 노래는 좁은 객석을 꽉 채운 250여 관객에게 웃음과 감동을 선사했다.

‘빨래’는 서울에서도 하늘과 맞닿은 작은 동네에서 만난 나영과 솔롱고를 중심으로, 오늘을 살아가는 소시민들의 정겨운 인생살이를 ‘빨래’라는 일상을 통해 풀어낸 웰메이드 뮤지컬이다. 서울살이 5년차, 서점에서 비정규직으로 일하는 당찬 강원도 아가씨 서나영과 꿈을 위해 한국에 온 순수 몽골 청년 솔롱고의 에피소드는 관객들의 마음 한 켠을 따뜻하고, 뭉클하게 데운다.

꿈을 찾아 ‘무지개의 나라’ 한국으로 온 솔롱고가 된 홍광호는 공연장을 꽉 채우는 에너지로 작은 무대, 큰 감동을 완성했다. 9년 만에 ‘빨래’에 출연하며 “무대 위에서, 객석에서 지난 십여 년간 큰 위로를 얻어갔던 작품이다. 이방인으로서 해외에 오랜 기간 머물며 솔롱고의 어려움과 외로움을 직접적으로 이해할 수 있었기에, 좀 더 솔직하고 진정성 있는 솔롱고를 만들어 보고 싶다”고 말했던 홍광호는 자신의 각오처럼 관객들에게 따뜻한 위로를 선사했다.
홍광호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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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국 웨스트엔드에 진출해 뮤지컬 ‘미스 사이공’으로 브로드웨이 웨스트엔드 월드닷컴 어워즈 새로운 프로덕션 뮤지컬 부문 남우조연상, 제 15회 왓츠온스테이지 어워즈 뮤지컬부문 남우조연상을 수상하는 쾌거를 거두기도 했지만, 화려한 영광을 거두기까지 홍광호에게도 고독한 이방인의 삶은 있었다. 자신이 직접 몸으로 겪은 타지 생활의 외로움을 연기와 노래에 녹여낸 홍광호의 솔롱고는 더욱 진한 향기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다. 빨래를 널기 위해 옥상으로 올라온 나영에게 첫눈에 반해 젖은 셔츠에 몸을 억지로 끼워넣는 순진한 솔롱고에게서 웃음이 터졌던 관객은 나영을 보호하기 위해 솔롱고가 품에 안고 집주인의 모진 폭력까지 감내하는 대목에서는 대부분 울음을 터뜨렸다. 분명 솔롱고가 된 홍광호의 진심이, 관객들에게 전해졌기 때문이리라.

‘빨래’는 오직 솔롱고만을 위한 원톱 뮤지컬도 아니다. 솔롱고, 나영의 이야기와 함께 주인할매, 희정엄마, 구씨, 빵, 마이클, 여직원 등 서울에서 또다른 이방인으로 살고 있는 소시민들의 이야기가 빼곡하게 그려지고, 홍광호는 다른 배우들과 함께 극의 튼튼한 한 축이 돼 ‘빨래’의 메시지를 전달하는 역할을 충실히 담당하고 있다. 솔롱고의 디테일은 살리지만, 굳이 튀려고도 하지 않는다. 강약을 조절할 줄 아는, 오직 홍광호만이 가진 힘이다.

주인할매 역의 조민정, 희정엄마 역의 양미경, 구씨 역의 정재원, 빵 역의 최연동, 마이클 역의 한상욱, 여직원 역의 김유정 등 다른 배우들의 호연도 작지만 큰 작품 ‘빨래’를 지탱하는 또다른 원동력이다. 또한 ‘참 예뻐요’, ‘안녕’ 등 세월이 흘러도 관객의 마음을 적시는 아름다운 넘버 역시 ‘빨래’를 놓치지 말아야 할 이유다.

뮤지컬 ‘빨래’. 공연시간 160분. 2017년 2월 26일까지 서울 대학로 동양예술극장 1관.

장진리 기자 mari@
사진. 씨에이치 수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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