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승철 콘서트 현장
이승철 콘서트 현장
이승철 콘서트 현장

보컬의 신 이승철이 공연의 신으로 거듭나는 순간이었다.

지난 20일부터 24일까지 서울 삼성동 코엑스에서 열린 이승철의 콘서트 ‘캐롤 라인(Carol Line)’은 총 4회 공연 동안 약 2만 5,000여 명의 관객과 함께 흥겨운 시간을 보냈다. 약 2시간 30분에 걸친 콘서트는 주옥같은 이승철의 히트곡을 비롯해 캐럴도 곁들어 크리스마스를 기념했다.

이승철은 ‘홀리 나잇’으로 매우 경건하게 콘서트를 시작했다. 이승철이 직접 피아노를 연주하고, 리듬체조 선수를 연상케 하는 무용수가 와이어타고 날아다니며 아름다운 무용을 선보였다. 네이브로와 여성 코러스들은 환상적인 화음으로 콘서트의 오프닝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분위기는 바로 반전됐다. 이승철은 곧바로 ‘징글벨락’을 부르며 단숨에 분위기를 끌어올렸다. 이어 ‘안녕이라고 말하지마’와 ‘가까이와봐’를 일렉트로닉으로 편곡해 관객들은 공연 초반부터 힘껏 뛰었다. 이승철도 무대 전체를 누비며 관객 호응을 적극적으로 유도했다. 노래를 부르는 것만큼 ‘일어나세요’, ‘호우’, ‘뛰어’, ‘다같이’ 등의 추임새도 많았다.
이승철 콘서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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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승철은 “회사에서 회식을 왔다는 느낌으로 콘서트를 만들었다”며 “히트곡 위주로 콘서트를 짰는데 혹시나 몰라도 1절만 들으면 2절을 따라할 수 있는 단순한 노래들이다”며 웃음을 자아내기도 했다. 실제로 ‘안녕이라고 말하지마’ ‘희야’ ‘네버엔딩 스토리’ 등 히트곡 무대에서는 사이드 전광판에 가사도 함께 보여 떼창의 진수를 확인할 수 있었다. DJ승철이 펼치는 신나는 댄스 파티도 관객이 하나되는 시간이었다. ‘징글벨’ ‘오늘도 난’ ‘방황’ ‘펠리스 나비다(Feliz Navidad)’로 이어지는 리믹스 메들리와 함께 관객석을 향해 쉴 새 없이 터지는 사이키 조명이 클럽 분위기를 조성해 흥을 돋웠다. 기타리스트가 하늘을 날며 화려한 연주를 선보이기도 했으며 관객들 모두 무아지경 댄스에 빠져들었다.

관객들을 위한 이벤트는 끊임없이 계속됐다. ‘마이 러브’의 전주가 나오자 전매특허인 어깨춤을 가장 열광적으로 추는 관객을 찾아 전광판으로 당첨 도장을 찍으며 콘서트 후에 이승철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선사했다. 앙코르 무대 도중에는 관객들 중 한 명을 추첨해 내년 1월 4일 이승철과 저녁 식사를 함께 하는 이벤트도 마련했다. 그러나 가장 관객들의 함성이 컸던 순간은 어떤 이벤트보다 ‘소녀시대’ 무대였다. 관객들 모두 목이 터져라 ‘어리다고 놀리지 말아요’를 몇 번이고 외치며 신나는 무대를 만들었다.

히트곡을 펼치는 이승철의 입담도 놀라웠다. 이승철은 “대중음악에서 중요한 것은 공감이다. 너와 나의 이야기, 우리의 공통된 이야기, 바로 사랑이다. 사랑에는 꼭 이별의 소재가 들어간다. 그런데 이별 가사는 시점이 중요하다. 오늘인지 어제인지 한 달, 6개월, 일 년 등 시점에 따라 메시지가 달라진다. 특히 내가 쓴 가사에 그런 게 많다”며 “드라마 ‘불새’의 OST였던 ‘인연’이 오늘 헤어진 연인의 이야기를 담았다”고 자연스레 노래를 시작했다. 피아노 반주와 함께 이승철은 깔끔하게 진하게 1절만 선보인 후, 곧바로 드라마 ‘제빵왕 김탁구’ OST ‘그사람’을 비롯해 ‘오직 너뿐인 나를’ ‘사랑 참 어렵다’ ‘희야’로 이어지는 히트곡을 모두 사이사이 가사에 담긴 이별의 시점을 이야기하며 1절로 노래를 끝내 한 편의 뮤직드라마나 라디오를 연상케 하는 시간을 만들었다.

이승철 콘서트 현장
이승철 콘서트 현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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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2시간 30분 공연을 5시간으로 늘렸는데 막차를 고려해 다시 2시간 30분으로 만들었다”며 관객들을 쥐락펴락한 이승철 콘서트의 실제 체감 시간은 1시간도 안됐다. 듣고 즐기고 열광하다보니 어느새 공연은 막바지에 이르렀다. 비보이 댄서, 리듬체조 댄서 등 화려한 퍼포먼스와 함께 이승철의 열정적인 무대 매너가 함께 어우러진 이번 콘서트는 크리스마스라는 축제와 보컬의 신이 만나 일으키는 시너지였다.

이승철은 올해만 세 가지 콘셉트로 공연을 펼쳤다. 여름 투어 ‘비치 보이스’, 가을 투어 ‘러브 레인’에 이어 크리스마스 투어 ‘캐롤 라인’까지 연이어 펼치는 이승철은 보컬의 신, 라이브 황제다운 면모를 어김없이 과시했다. 이제는 공연의 신 이승철이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룬커뮤니케이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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