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풍' 설경구 인터뷰
설경구./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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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번 슬럼프인 것 같아요. 매번 고비를 넘기고 있죠. 시간이 가고 해가 갈수록 힘들더라고요. 체력이 힘든 게 아니라 (새로운 걸) 보여줄 게 없어서요."


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 한 카페에서 텐아시아와 만난 배우 설경구가 데뷔 32년차에도 여전히 슬럼프를 느끼고 있다며 이렇게 말했다.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이다. '추적자 THE CHASER', '황금의 제국', '펀치'로 권력 3부작을 선보인 박경수 작가의 7년 만의 신작이다. 설경구는 부패한 세력을 쓸어버리기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기로 결심한 국무총리 박동호 역을 맡았다.

김희애 매니저를 통해 처음 '돌풍'을 접하게 됐다고 밝혔던 설경구. 그는 당시 상황에 대해 "허진호 감독의 '보통의 가족' 촬영 막바지였다. 김희애가 먼저 캐스팅이 됐고, 자기들끼리 이야기를 하다가 드라마 할 생각있냐고, 자기가 먼저 읽었는데 재미있다고 해서 '줘봐라' 라고 했다. 그렇지만 뒷구녕으로 받으면 기분이 안 좋으니까. 제작사에서 정식으로 연락이 오면 대본을 받겠다고 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박동수 작가에 대해 잘 몰랐다. 정보도 없었고, 책만 봤는데 잘나가는 작가라더라. 책에 힘이 있었다. 정치물을 떠나서 쭉쭉 읽게 되더라"고 덧붙였다.
설경구./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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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출연을 결정을 하기까지 고민이 많았다. 설경구는 "해도 후회, 안해도 후회라는 이상한 감정이 있었다. 드라마 환경에 대한 선입견도 있었다. 배우가 카메라 앞에서 연기 하는 건 똑같은데 환경이 나를 지치게 하지 않을까 싶었다. 이 많은 대사량을 어떻게 소화할지도 모르겠더라. 스케줄이 빡세다는 선입견도 있어서 겁을 먹었다. 주변에서도 쉽지 않을거라고 하더라"고 말했다.

이어 "박경수 작가의 흉을 보자면, 주변에서 그 작가 5부까지 나오면 안 나온다고, 쪽대본 유명하다고, 받아들일 수 있냐고 걱정을 하더라"며 "이렇게 한 번 해보는이 거지 생각하고 시작했다.다행히 쪽대본 안 나와서 주변에서 놀라더라. 책이 쭉쭉 나왔다. 11부에서 조금 걸렸고, 12부도 바로 나왔다"고 덧붙였다.
설경구./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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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은 설경구의 데뷔 첫 드라마 주연작이다. 설경구는 "그 전에 인터뷰 할 때도 드라마를 안 할 이유는 없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어떤 작품을 할지는 생각하지 않고 있었을 뿐"이라며 "드라마 현장이라서 긴장되는 게 아니다. 매일매일 매 작품 긴장이다. 환경이 바뀌어서 그런 건 아니다. 새 작품을 받으면 초반에는 늘 긴장한다"고 말했다.

설경구의 차기작 '하이퍼 나이프' 역시 OTT 드라마 작품이다. '하이퍼 나이프'는 과거 촉망받던 천재 의사인 세옥(박은빈 분)이 자신을 나락으로 떨어뜨린 스승 덕희(설경구 분)와 재회하면서 벌어지는 두 천재의 대결과 성장을 그린 메디컬 범죄 스릴러다.

설경구는 "'돌풍'보다 적은 회차지만, '돌풍' 때보다 환경은 더 좋아진 것 같다. 요구한 것도 몇 개 있었다. 밥 먹는 시간 줄여달라고. 또 배우들끼리 같이 밥 먹자고 했다. 영화는 같이 밥 먹는데, 드라마 현장은 따로 밥 먹으니까 2시간까지 늘어나더라. 이해는 되는데 시간이 아까웠다"며 "긴 호흡의 영화, 이야기라고 생각하고 있니 불편함은 없더라"고 밝혔다.
설경구./사진제공=넷플릭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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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경구는 배우 김희애에 대한 존경심을 표했다. 그는 "김희애가 데뷔 42년차인가 그렇다. 나이는 저와 동갑인데 나보다 10년 더 먼저 활동했다"며 "진짜 열심히 한다. 대본을 완전 숙지해서 온다. 그거밖에 방법이 없다고 하더라. 촬영 세팅을 하건 말건 리허설 때도 촬영하는 것처럼 연기 하더라. 방심을 안하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김희애와 맞붙을 때마다 매번 압도 당했다며 그와의 연기 호흡을 "혈투"라고 표현하기도 했다. 사적인 대화는 잘 나누지 않았다며 "둘 다 일 할 때는 모든 걸 올스톱하는 스타일이라 작품에 몰빵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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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돌풍' 김용완 감독은 설경구를 수줍고 소탈한 배우라고 표현했다. 이에 설경구는 "옛날에는 사람 눈도 잘 못 마주쳤다. 옛날에 비해 많이 뻔뻔해졌다. 김희애도 나와 똑같다. MBTI가 둘다 극 I"라며 "연기를 내성적으로 하면 안되니까. 연기로 푸는 것 같다. 소심함은 숨어있고"라며 웃었다.

"박동호가 섹시하다고요? 하하. 그 사람의 행동이 거침없고 저돌적이어서 그런 것 같아요. 명언 날리고 하잖아요."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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