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구속 갈림길' 김호중의 표리부동 [TEN스타필드]
≪최지예의 에필로그≫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연예계 곳곳에서 일어난 사건들을 객관적이고 예리하게 짚어냅니다. 당신이 놓쳤던 '한 끗'을 기자의 시각으로 정밀하게 분석합니다.

가수 김호중(33)이 표리부동이 대중의 공분을 사고 있다. 과거를 거슬러 올라가도 이 정도로 팬과 대중을 기만한 연예인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김호중은 겉으로는 팬들을 걱정하고, 공연 약속을 책임지고, 자신이 저지른 잘못에 대해 반성한다고 했지만, 속은 그렇지 않다는 것이 훤하게 보인다. 처음에는 이런 모습에 화가 났지만, 이제는 그가 너무도 똑똑하지 못하다는 생각마저 든다.

김호중은 지난 11일 고양 콘서트를 마친 뒤 팬카페를 통해 "사랑과 아름다움이 넘쳐흐르는 시간이었다. 함께하는 이 행복이 너무 크고 소중하다"며 "남은 주말 잘 보내고 안전하게 귀가하라"고 팬들에게 당부했다.

당시만 해도 팬들을 향한 김호중의 자상한 메시지로 보였지만, 이는 결국 팬을 향한 기만이었다. 김호중은 불과 이틀 전인 지난 9일 문제의 음주 뺑소니를 치고 나서 '안전 귀가'를 운운한 것이다. 술을 마시고 운전대를 잡은 김호중은 신호 대기 중이던 멀쩡한 택시를 들이받은 뒤 도주했으면서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자신의 범죄를 은폐하고 뻔뻔하게 '안전하게 귀가하라'는 메시지를 전했다.

만회할 기회는 있었다. 사건이 벌어지고 약 5일 뒤인 지난 14일 김호중의 범죄 사실이 알려졌고, 뺑소니 및 음주운전를 비롯한 운전자 바꿔치기 의혹이 제기됐다. 김호중이 아닌 소속사가 대신 입을 열었다. 소속사 대표 이광득 씨는 '김호중은 절대 음주를 하지 않았고 공황장애로 인해 사고 뒤처리를 하지 못했으며, 대리 자수를 사주한 것은 자신'이라고 거짓으로 해명했다.

김호중은 침묵했다. 소속사의 거짓 해명을 사실상 용인한 것이다. 이는 김호중이 직접 거짓말 한 것과 다르지 않다.

콘서트를 강행한 것도 것과 속이 다른 이유였다. 김호중 측은 "팬들에 대한 약속을 지킨다"며 콘서트를 강행한다고 했지만, 그 내면에는 위약금 등 사실상 경제적 타격을 최소화하려는 이유가 크게 작용했다.

사건 이후 내내 침묵하며 혐의를 부인하던 김호중은 자신의 음주운전 정황이 담긴 증거들이 속속 드러나자 결국 음주운전을 자백했다. 그것도 창원 콘서트 강행 직후였다. 김호중은 소속사의 공식입장을 빌어 단 3줄에 걸쳐 대중에 사과했다.

김호중은 자신을 지지하고 감싸는 팬들에게는 제대로 된 반성과 자숙의 모습을 보이기도 전에 성급하게 복귀를 시사하기도 했다. 그는 팬카페를 통해 사과와 자책을 하면서도 "모든 조사가 끝나면 이곳 집으로 돌아오겠다"고 했다. 이를 두고 '자숙도 전에 복귀 예고'라는 비아냥이 따라붙었다.

경찰 소환 조사에서도 표리부동은 계속됐다. 김호중은 지난 21일 오후 2시 서울 강남경찰서에 출석하면서 정문 앞에 대기 중이던 취재진을 따돌리고 지하 주차장을 통해 비공개 출석, '도둑 출석'이라는 지적을 받았다. 이어 김호중은 조사를 마친 오후 5시 기준 6시간 뒤인 밤 11시 왼쪽 손을 주머니에 꽂아넣고 취재진 앞에 섰다. 그는 자신의 죄를 시인하고 반성하는 모습 대신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는 영혼 없는 사과로 끝까지 빈축을 샀다.

김호중은 경찰 조사 이후 마지막 기회를 놓쳤다. 어리석다. 김호중은 적어도 취재진 앞에 섰다면 자신의 잘못에 대해 직접 시인하고 반성하는 척이라도 하며 고개를 숙여 대중 앞에 사과해야 했다. "죄인이 무슨 할 말이 있겠나"라는 김호중의 말은 '별로 사과하고 싶은 생각 없다'는 뜻으로 읽혔다.

이같은 김호중의 표리부동과 대중 기만은 경찰의 구속영장 신청으로 이어졌다. 22일 경찰은 김호중에 대해 특정범죄가중처벌법상 위험운전치상, 도주치상 혐의를 적용해 구속영장을 검찰에 신청했다. 검찰은 이를 받아들여 같은날 법원에 구속영장을 청구했다.
'구속 갈림길' 김호중의 표리부동 [TEN스타필드]
이에 서울중앙지법 신영희 영장전담 부장판사는 오는 24일 김호중에 대한 구속 전 피의자 심문(영장실질심사)을 연다. 이날 구속영장이 발부되면 김호중은 구속된 상태에서 해당 사건 관련 조사와 재판을 받게된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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