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리듬파워≫

방탄소년단 '그래미어워드' 4년 연속 참여·2년 연속 후보
퍼포먼스도 3년째
美 3대 음악 시상식 '그랜드슬램' 목전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결전의 날이 다가온다. 전 세계 음악팬들의 관심을 받고 있는 '제64회 그래미 어워드(GRAMMY AWARDS)'가 4월 4일(한국시간) 개최를 앞두고 있다. 방탄소년단은 데뷔 이래 가장 영광스러울 순간을 맞을 준비를 하고 있다.

시상식은 지난 1월 31일에 열릴 예정이었으나 코로나 팬데믹 여파로 날짜가 연기됐고 장소도 미국 로스엔젤레스에서 라스베이거스로 바뀌었다. '그래미 어워드'가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것은 시상식이 시작된 1959년 이후 최초다.

방탄소년단은 지난해 발표한 '버터(Butter)'로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수상 후보에 올랐다. 방탄소년단은 후보자 자격으로는 처음 그래미 무대를 밟는다. 지난해에도 같은 부문 후보로 올랐으나 코로나 여파로 현지 시상식에 참여하지 못했다.

'버터'는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인 '핫 100'에서 통산 10주 정상을 차지하는 대기록을 달성했다. 이에 외신은 '버터'가 그래미 4대 본상 후보에 들 것이라 예상했으나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 후보에만 그쳐 아쉬움을 남겼다.
사진제공=레코딩 아카데미
사진제공=레코딩 아카데미
본상 후보에 들지 못했다고 방탄소년단의 업적을 낮출순 없다.

'그래미 어워드'는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American Music Awards)', '빌보드 뮤직 어워드(Billboard Music Awards)'와 함께 '미국 3대 음악 시상식'으로 꼽힌다. 까다로운 조건을 거쳐 한 해 가장 뛰어나고 성공한 음악들을 모아 투표로 결정하면서 미국 최고의 권위 있는 대중음악 시상식으로 여겨진다.

특히 음악 산업에 종사하는 이들의 투표로 후보와 수상자를 선정하기 때문에 그래미 참여 자체가 반세기 넘게 아티스트의 '꿈'으로 불렸다.

하지만 규모가 큰 만큼 논란도 거세다. 그 중 하나가 인종 차별. '그래미 어워드'는 매번 영어권 가수 중심의 수상과 보수적인 성향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3대 음악시상식 중 가장 오래 됐고, 음악성을 최우선으로 두지만 다양성엔 관심이 없었다.

'다이너마이트'가 지난 '아메리칸 뮤직 어워드'에서 대상 포함 4관왕, '빌보드 뮤직 어워드'에서 3관왕을 차지한 것과 비교해 '그래미 어워드'에선 무관인 것만 봐도 그래미의 벽이 높음을 알 수 있다.

비영어권 가수에게만 깐깐한 잣대를 들이대는 그래미에서 방탄소년단이 2년 연속 후보로 선정됐다는 것 자체가 의미 있는 일이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방탄소년단이 처음 그래미 무대를 밟은 건 2019년 61회 시상식. 당시엔 후보자 자격이 아니라 시상자로 무대에 섰다. 방탄소년단은 수상자 발표에 앞서 "한국에서 자라면서 이 무대에 서는 날을 꿈꿔왔다. 다시 돌아오겠다"고 말했다. 수상자로 무대에 서겠다는 각오를 드러낸 셈.

방탄소년단의 약속은 현실이 됐다. 다음해 방탄소년단은 제62회 시상식에서 래퍼 릴 나스 엑스(Lil Nas X)와 합동 공연을 펼쳤고, 2021년에는 '베스트 팝 듀오/그룹 퍼포먼스(BEST POP DUO/GROUP PERFORMANCE)' 부문 수상 후보에 오른 동시에 단독 퍼포머로서 그래미 어워드를 빛냈다.

방탄소년단은 뜻깊은 단계를 거쳤다. 처음에는 한국 가수 최초로 그래미에 참석, 시상자로 무대에 올랐다. 합동 공연을 거쳐 수상 후보 입성과 단독 공연까지 한 걸음씩 전진하고 있다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사진제공=빅히트뮤직
'제 64회 그래미 어워드'는 음반산업 종사자 협회인 레코딩 아카데미(Recording Academy) 회원들이 다양한 부문에서 후보를 선정하고, 수상자 투표도 마쳤다.

올해에는 주요 부문의 최종 후보 결정에 참여해 온 후보검토 위원회 역할이 폐지되고, 오직 회원들의 투표로만 최종 후보가 결정되도록 방식이 바뀌었다. 회원들의 투표 권한 역시 15개 부문 투표가 가능했던 과거와 달리 3개 장르에 한해 10개 부문에만 투표 권한이 주어지도록 조정됐다.

또한 그래미 어워드는 올해 주요 4개 부문 후보를 8개에서 10개로 늘리면서 다양한 음악 장르와 뮤지션들의 기회의 폭도 넓혔다. '권위'를 인정받는 동시에 '보수적'이라는 꼬리표가 붙는 그래미 어워드의 이유 있는 변화다. 이에 방탄소년단의 수상이 높게 점쳐지고 있는 상황.

방탄소년단의 두 번째 '그래미 어워드' 수상 도전. 전 세계를 '버터'로 녹인 방탄소년단은 '그랜드 슬램(미국 3대 시상식에서 모두 상을 받는 것)'을 목전에 뒀다.

방탄소년단은 '그래미 어워드'의 두터운 장벽을 허물 수 있으리라. 그래미가 방탄소년단을 놓치는 어리석음을 되풀이하지 않길 바란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