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빈의 리듬파워≫

故설리, 2주기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우빈의 리듬파워≫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설리, 그곳에선 행복하니?"

오늘(14일)은 설리(본명 최진리)가 떠난지 2년이 지난 날이다. 싱그러운 미소를 기억하고 있는 우리가 설리에게 묻고 싶은 말은 같으리라.

설리를 기억하는 형태는 저마다 다르다. 누군가의 마음 속엔 말갛고 분홍빛을 띄던 '인간 복숭아'일 것이고 누군가에겐 노브라의 편함을 일찍 깨달았던 한 명의 여성이었을 거다.

설리가 독특한 행동을 일삼는 이슈 메이커로 판단한 이도 있을 것이고, 낙태죄 폐지를 축하하고 위안부 기림의 날을 응원하던 설리의 모습을 소신 있고 당당하게 본 사람도 있을 거다.

설리는 삶의 2/3을 연예인으로 살았다. 많은 사람들이 설리에게 '그 얼굴로 왜 그러고 사느냐'고 '시키는대로만 하면 탄탄대로'라 투덜댔다. 설리도 사랑받고 싶었다. 하지만 "많은 사람의 사랑을 받고 싶어서 제 정체성까지 바꾸고 싶진 않다"며 억압받지 않는 자유를 원했다.
사진=텐아시아DB
사진=텐아시아DB
있는 그대로의 설리고 싶었을 뿐인데 대중의 색안경은 그를 가만 두지 않았다.

꾸며내지 않은 설리는 그의 유일한 앨범인 '고블린 (Goblin)'에 녹아있다. 예쁜 음색과 알록달록한 감성, 자유로운 생각들을 알 수 있는 '고블린'. 다른 것에 가려져 듣지 못했던 '가수 설리'의 모습을 알아주길 바라며 설리의 목소리를 제대로 들을 수 있는 노래들을 소개한다.
"내 방 숨 쉬는 모든 것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니? 나는 여기 있는데"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고블린'은 설리가 직접 작사에 참여해 대중들에게 전하고 싶은 메시지를 담았다. '나'라는 존재에게 원하는 대중들의 시각들을 여러 해석이 가능 등 다각도의 접근과 해석이 가능한 가사로 신비함을 더했다.

'머릿속 큐브 조각들을 늘어놔 현실 속 늪을 찾아갈 시간이야 나쁜 날은 아니야 그냥 괜찮아 꽤나 지긋지긋한 건 사실이야' '널 가득 안고 싶은 건 너의 맘의 하얀 안개 까맣게 물들일게 내 방 숨 쉬는 모든 것 뭔가 잘못됐다고 느끼니? 나는 여기 있는데 내 머리를 만져줘'

신비롭고 여린 목소리를 듣고 있으면 설리가 생각난다. 특히 설리가 해리성 인격 장애로 등장하는 뮤직비디오는 설리의 깊은 고민이 묻어난다. 본능과 억압, 불안정한 모습들이 나오며 설리가 보는 설리, 대중이 보는 설리를 비유해 묵직한 메시지를 던진다.
"질투의 도로시 사랑의 도로시 진리의 도로시 화려한 도로시"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사진제공=SM엔터테인먼트
'고블린'의 수록곡인 '도로시 (Dorothy)'는 설리의 이미지를 청각화한 노래다. 깨지기 직전의 유리구슬처럼 위태롭고 연락하다. 그럼에도 신비롭고 몽환적이다.

'사막의 도로시 빙산의 도로시 지하의 도로시 감기약 도로시 맛있는 도로시 죄다 도로시' '의미는 없었지 희망을 품었지 상상의 언저리 세상에 묻혀진 공기는 허전해 잊혀진 꿈들에 잊혀진 꿈들이' '작은 네 노래들 회색 잿빛 하늘 낙원은 더 이상 존재 않더라도 깊은 물속에서 미래를 위한 기도 미래를 위한 기도'

'도로시'는 이상의 세계로 모험을 떠나면서 갖게 되는 마음을 감각적인 가사로 표현했다. 도로시를 수식하는 단어는 이질적이지만 솔직해 설리의 맨 얼굴을 마주하는 느낌이다. 설리의 여린 음색 때문에 아름답다가도 이내 슬퍼진다.

과거 설리는 "만약 환생을 할 수 있다면 무엇이 되고 싶냐"는 질문에 "환생 안 하고 싶다. 여기서 그냥... 굳이 고르자면 하루살이?"라고 대답했다. 이제서야 설리의 외로움을 알아서일까. 그땐 웃었지만 지금은 웃을 수 없는 설리의 답이다.

설리의 달력은 2019년 10월 14일에서 멈췄다. 우리가 함께 할 수 없는 낙원에서 설리는 영원히 행복하겠지.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