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 임영웅./ 사진=텐아시아DB
가수 임영웅./ 사진=텐아시아DB


≪최지예의 찐담화♪≫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가요계의 '찐'담화를 주도합니다. 무분별한 정보 속에서 표류하는 이슈를 날카롭게 보고 핵심을 꼬집겠습니다.

가수 임영웅이 실내 흡연과 마스크 미착용으로 도마 위에 올랐다. 다만, 이 논란은 점화의 시작부터 씁쓸한 뒷맛을 남긴다. 방역지침 준수에 미흡했던 임영웅은 사생활을 침해 당한 불법 촬영의 피해자다.

어릴 적 봤던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가 떠오른다. 평범한 삶을 살고 있던 한 남자가 자신의 일거수일투족이 생중계되고 있단 걸 깨닫고, 진짜 삶을 살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여정을 그린 영화다. 주인공 트루먼은 타인의 시선으로부터 자유로울 권리가 한 사람의 삶에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를 보여준다.

TV조선 '미스터트롯' 진(眞)에 오르며 큰 사랑을 받고 있는 임영웅과 진짜 자신의 삶을 찾기 위해 격렬하게 저항했던 트루먼의 처지가 겹쳐 보이는 것은 왜일까.

먼저, 임영웅의 방역지침 문제에 대해 짚고 넘어간다. 당시 임영웅은 TV조선 '뽕숭아 학당'을 촬영 중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임영웅은 실내에서 마스크를 벗은 채 흡연을 했다. '뽕숭아 학당'은 스튜디오 내에서 촬영이 진행됐고, 스튜디오는 당연히 금연이다. 실내이기 때문에 마스크도 착용해야 한다.

일각에서는 '임영웅의 액상 담배에 니코틴이 들었다 안 들었다'로 왈가왈부하지만, 이는 핵심 사안이 아니다. 액상 담배 속 니코틴 함유 여부는 해당 사안에 대해 불법 여부를 단속하는 지자체의 판단 요소일 뿐이다.

임영웅은 실수한 게 맞다. 니코틴과는 관계없이 실내에서 흡연을 하는 건 분명 타인에게 피해를 줄 수 있는 행동이고, 코로나19가 엄중한 때에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은 것도 문제다. 당시 마스크를 착용하기 어려운 상황이었음을 감안하더라도, 혹시 모를 감염에 대한 경각심을 갖고 좀 더 철저하게 방역 지침을 준수했다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

그러나 사람은 실수할 수 있다. 임영웅은 이번 기회에 느슨해졌던 방역 지침을 다시 한번 체크하고, 흡연 관련 지침도 잘 지키면 된다. 일부 팬들은 소속사를 향해 '임영웅의 건강을 위해 금연을 권했어야 했다'며 아쉬운 마음을 토로했지만, 임영웅은 기호에 따라 담배를 피울 수 있는 성인이다. 본인의 판단에 따라 흡연하되, 지침에 맞는 방식으로 피우면 문제 되지 않는다.
임영웅 /사진=뉴에라프로젝트
임영웅 /사진=뉴에라프로젝트
이와는 별개로 임영웅은 불법 촬영을 당하며 사생활 침해의 피해를 받았다. 한 매체의 단독 보도로 촉발된 이번 논란은 '불법 촬영을 통한 사생활 침해'를 큰 문제로 봐야 한다.

임영웅은 녹화 중 대기실에서 사전 동의 없이 불법 촬영을 당했다. 녹화장을 벗어난 공간에서 임영웅은 자신을 촬영하는 것에 동의한 적이 없다. 한순간 찍힌 찰나의 사진이 모두에게 공개돼 이런 파장을 일으키리라고 임영웅은 상상이나 했을까. 마치 자신이 영화 '트루먼 쇼'(The Truman Show)의 주인공이 된 기분이 들지 않았을까 짐작해 본다.

뜨거운 인기와 유명세를 누리고 있는 임영웅이 이 정도의 불법 촬영의 불편함 정도는 감수해야 한다는 의견이 있다면, 이는 지극히 구시대적인 발상이다.

대기실에서는 옷을 갈아입거나 식사를 하고, 잠시 쪽잠을 잘 수도 있다. 지극히 개인적이고 은밀한 일들이 일어날 수 있는 공간이다. 이 모든 순간들이 누군가 모르는 사람에 의해 촬영될 수 있다고 생각해 보라. 너무도 끔찍하지 않은가. 이번 사건은 임영웅에게 큰 충격과 트라우마를 안겼을 것이 자명하다.

백번 양보해서 당시 임영웅의 행동이 불법이라고 판단해 해당 사진을 찍었다면, 그 사진은 매체에 제보될 것이 아니라 지자체에 신고되었어야 마땅하다. 그러나 불법 촬영된 사진은 버젓이 매체의 단독 보도용 사진으로 사용됐다.

임영웅은 '영웅시대'라는 거대 팬클럽을 가진 톱 클래스 가수다. 어마어마한 팬덤을 비롯해 임영웅을 향해 쏠린 눈이 너무도 많다는 뜻이다. 이런 상황 속에서 불법 촬영의 가능성에 노출된 임영웅이 제대로 된 활동을 이어갈 수 있을지 우려된다.
임영웅
임영웅
임영웅은 최근 방송된 '뽕숭아학당'에서 1년 전을 되돌아보며 "오디션이 끝나고 갑자기 받은 관심에 너무 놀라고 적응하기가 힘들었다"고 진(眞) 왕관의 무게에 대해 언급한 바 있다. 그러면서도 "분명한 건 그때나 지금이나 행복한 건 변함없다. 삶에 대한 행복함도 있었고 지금도 너무 행복하다"며 긍정적인 마음을 잃지 않았다.

많은 팬에게 사랑받는 임영웅이 이 같은 마음을 지키며 가수로서 롱런하기 위해서는 기본적인 사생활 보호가 필수적이다. 임영웅은 '트루먼 쇼'의 주인공이 아니다. 무대와 녹화장 밖에서의 임영웅은 갓 서른을 넘긴 한 사람의 청년일 뿐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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