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비주의 콘셉트 때문에 음방 무관
방송 출연만 했어도 1위 싹쓸이 가능성
'타임리스' 17년 지나서 첫 1위 후보
사진=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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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빈의 리듬파워≫
목요일 아침마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가 알려주는 흥미진진한 가요계 이야기. 모두가 한 번쯤은 궁금했던, 그러나 스치듯 지나갔던 그 호기심을 해결해드립니다.

2004년, 전주만 들려도 가슴을 주체할 수 없을 정도로 벅차게 만들었던 노래가 있었다. 소울(소몰이 창법)의 전성시대를 열었던 SG워너비의 '타임리스(Timeless)'. 그 시절 우리는 노래방 엔딩곡으로 '타임리스'를 불렀고, 싸이월드 미니홈피 BGM으로 빼놓지 않고 '타임리스'를 선택했다.

17년의 세월이 흐른 2021년. 지난 2일 방송된 SBS '인기가요'에 두 눈을 의심케 하는 1위 후보가 등장했다. SG워너비의 '타임리스'. '타임리스'는 김진호의 소울 가득한 묵직한 보컬과 김용준과 맑은 미성, 고(故) 채동하의 처연함이 느껴지는 허스키한 음색이 완벽한 조화를 이뤘던 마성의 노래.

발표 당시 3살이던 갓난 아기가 대학생이 된 긴 시간을 건너 이 곡은 차트를 역주행 하고 있다. 유재석표 예능 MBC '놀면 뭐하니'에서 불어온 바람을 타고 제2의 전성기를 맞은 '타임리스'. 강산이 바뀔 세월을 타고 세대를 연결하며 인기를 끌고 있는 이 곡에는 사람들이 모르는 비밀이 있다. 단 한 번도 음악방송 1위를 한 적이 없는 것.

'타임리스'가 수록된 1집 'SG Wanna Be+'은 20만 장에 가까운 판매량을 기록했고 '타임리스'와 수록곡 '죽을만큼 사랑했어요'가 각종 차트 1위에 오르는 등 'SG워너비 붐'을 강력하게 일으켰다. '타임리스'는 멜론 차트에서 2주 동안 주간 1위 기록하기도 했다.

차트를 석권 했지만, SG워너비가 넘지 못한 벽이 있다. 바로 공중파와 케이블 방송에서 했던 음악 방송. 놀랍게도 '타임리스'는 음악방송 1위를 단 한 번도 하지 못했다. 못했다기보다는 안 했다가 맞는 말이겠다.
사진=엠넷미디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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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G워너비는 처음에 얼굴을 공개하지 않은 신비주의 전략을 펼쳤다. 솔로 가수로 데뷔한 이력이 있던 채동하를 숨기기 위한 소속사의 조처. 김진호는 찰스, 김용준은 와이미, 채동하는 데이빗이라는 가명으로 인터뷰를 하기도 했다. '얼굴 없는 가수' 콘셉트였기 때문에 음악방송에 출연하지 않은 것도 당연했다.

타임리스의 선풍적인 인기에도 1위를 못한 이유가 여기에 있다. 지금이야 방송 출연 없이도 1위가 가능하지만 당시에는 방송 출연을 하지 않으면 아무리 히트한 곡이라도 1위를 주지 않았다. 과거 음악 프로그램에는 방송 점수가 있었는데 방송 횟수 혹은 방송 출연 점수 등 자사 프로그램에 대한 기여도를 순위에 반영했다.

SG워너비는 '타임리스' 음원과 뮤직비디오 외 방송 활동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트로피를 받지 못했다. 그러나 아쉬워말자. '타임리스'는 음악방송 1위를 못했을 뿐 SG워너비는 '타임리스'로 그해 가요 시상식 신인상을 휩쓸었다.
사진=멜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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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7년이 지나서야 '타임리스'는 1위 후보에 올랐다. 비록 1위를 하진 못했지만, 지금의 인기로 짐작하건데 1위를 할 가능성은 충분히 열려있다. '타임리스'뿐만 아니라 '죄와벌' '살다가' '아리랑' '라라라' 등 그 시절 1위를 했던 노래들이 왕좌에 다시 앉을 확률도 매우 높다.

SG워너비가 어떤 그룹인가. 음반에서 음원으로 플랫폼이 바뀌고 동방신기 등 아이돌들이 본격적으로 가요계를 지배하던 그 시절 음반왕, 음원왕, 3년 연속 골든디스크 대상을 차지한 그룹이다.

2005년 '죄와벌'로 멜론 연간차트 1위, 2006년 '내사람'으로 연간차트 1위를 차지했다. 특히 2005년 시대 차트에서는 '죄와벌' '살다가' '광' 등 SG워너비 노래만 7곡이다. 2집은 당시 41만4855장(한국음악산업협회 기준)을 판매해 2005년 음반 1위였고, 3집 역시 23만3058장 판매, '아리랑'이 수록된 4집도 19만 998장 판매로 2007년 음반 1위였다. SG워너비는 골든디스크에서 3년 연속 대상을 차지한 비아이돌이기도 하다.
사진=멜론 차트 캡처
사진=멜론 차트 캡처
그 시절 SG워너비의 1위를 막았던 방송 점수도 없어진 지 오래다.

물이 들어왔으니 노를 젓자는 팬들의 요청에도 노는 내려놨다는 SG워너비. 휘둘리지 않고 휩쓸리지 않고 묵묵히 노래하는 SG워너비이지만, 그래도 '타임리스'가 재주행을 한 김에 음악방송 1위도 안겨주고 싶은 건 모든 팬들의 바람이다.

우빈 텐아시아 기자 bin0604@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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