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미국 고등학생 마리아
K팝을 만나 행복과 도전에 눈 뜨다

"내 마음에 꽂혀 들어온 주현미"
가수 마리아. 사진 = 좋은날엔ENT
가수 마리아. 사진 = 좋은날엔ENT


파란 눈의 미국인 소녀는 우연히 유튜브에서 K팝 뮤직비디오를 보고는 눈을 크게 떴다. 그룹 엑소 '콜 미 베이비'(CALL ME BABY) 뮤직비디오가 펼쳐지자 소녀는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 몸을 움직여 춤을 췄다.

'나는 무엇을 하고 싶은가'하는 물음에 답을 찾지 못한 지 오래된 터였다. 소녀는 그 순간 오랜만에 행복의 감정을 느꼈다. 처음엔 멋지고 예쁜 K팝 스타들의 외모에 빠졌다가 점차 그들의 노래를 파고들게 됐다. 매일 등하굣 길, 소녀의 귓가에는 언제나 K팝 노래가 울려 퍼졌다. 마리아(20, Maria Elizabeth Leise)는 '나도 K팝 가수처럼 한국에서 노래하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다.

꿈꾸는 소녀는 무모하고 용감했다.

"두려움이 많고 실제로 무대 공포증도 있는 성격인데, 그래도 해야겠다고 생각했어요. 안 하면 후회할 텐데, 아쉽게 후회하기는 정말 싫었어요."


17세 소녀 마리아는 그렇게 부모님과 가족들을 뒤로하고 한국행 비행기에 무작정 몸을 실었다. 그야말로 맨땅의 헤딩이었다. 한국에 아는 사람이라곤 한인회에서 개최한 노래자랑을 통해 만난 지인뿐이었다.

처음 한국 생활 2년은 정말이지 쉽지 않았다. 홍대 근처에 살면서 버스킹을 했다. 혹시나 가요 관계자의 눈에 띄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었다. 나중에는 노래하는 영상을 찍어서 인터넷에 올리기도 했다.

"버스킹이나 유튜브를 통해서 일단 저를 알려야겠다고 생각했어요. 그러면서 작곡 레슨도 꾸준히 받았고요. 어쨌든 외국인이란 점이 긍정적으로 작용했는지 '너의 목소리가 보여' 같은 프로그램 등에서 섭외가 와서 이따금 방송에 나가기도 했어요."

그렇지만 녹록지는 않았다. 살갑게 다가오는 사람들에게 배신도 당하고, 인간관계에서 어려움도 겪었다. 뚜렷한 수입이 없는 가운데 생활비가 나가니 경제적으로도 여유롭지 않았다. 언어와 문화의 장벽, 낯선 땅에서 10대 이방인 마리아는 고군분투했다.

"많이 외로웠죠. 자취했는데 옆방 원룸에 사람이 있는지 없는지를 아는 것만으로 제 마음의 차이가 컸어요. '친구 하자'라면서 다가온 사람들도 있었는데 이상한 사람들도 많았죠. 목적을 가지고 접근하는 사람들에 대한 상처도 컸어요."
가수 마리아. 사진 = 좋은날엔ENT
가수 마리아. 사진 = 좋은날엔ENT
K팝에 빠졌던 마리아지만, 한국 고유의 정서에 대해서 더 깊게 이해하게 되는 계기가 있었다. 영화 '귀향'(감독 조정래)을 보게 된 마리아는 자신의 인생을 통틀어 가장 슬픈 감정을 느꼈다. '한'(恨)의 정서가 피부에 와닿았다.

"위안부를 다룬 내용이잖아요. 영화의 배경에서 국악 음악이 나오는데 인생에서 들었던 모든 음악 중 가장 슬프게 와닿았어요. 한국 사람들이 말하는 '한'이라는 게 뭔지 알게 됐어요. 친구들에게 물어보니 국악과 트로트를 알려주더라고요. 어떤 음악인지 찾아 듣다가 유튜브에서 주현미 선배님의 무대를 보게 됐어요. '울면서 후회하네'란 노래가 마음에 꽂혔어요."

그리고 약 1년 뒤, 마리아는 TV조선 트로트 서바이벌 프로그램 '미스트롯2' 무대에 올랐다. 마리아의 경연곡은 '울면서 후회하네'. 마리아는 이 무대에서 모든 심사위원을 홀려 '올하트'를 받았다. 파란 눈의 미국인 마리아가 한국 전통 가요 트로트로 모두의 마음을 흔든 것이다.

=> 마리아의 '미스트롯2' 도전기 인터뷰는 다음에 계속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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