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발 늦었습니다. 폐장한 해수욕장에는 검고 커다란 튜브도, 알록달록한 파라솔도 남아있지 않습니다. 뭐라도 하고 싶지만 시계는 방수가 안 되고, 섣불리 움직이다 감기라도 걸리면 큰일인지라 털썩 모래밭에 드러누워 버립니다. 제 멋대로 밀려오는 파도 소리만 가득한 하늘을 향해 목청껏 노래를 부릅니다. 농담할 기분은 아니지만 크게 웃어도 보고 그러다 울기도 하고, 일단 뱉어내고 나면 거기 장단이 생기고 말들이 가라앉습니다. 구남과여라이딩스텔라의 두 번째 앨범 은 그렇게 때 아닌 곳에서 태어난 듯 주글주글한 노래들로 가득 차 있습니다.

분명한 것은 반듯하지 않다는 것이고, 중요한 것은 반듯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지요. 노래의 구겨진 부분들은 우리들의 울퉁불퉁한 삶에 단추가 꿰어지듯 잘 들어맞으니까요. 그래서 이 앨범은 일단 듣기 시작하면 스스로 끝내기 전에 좀처럼 멈출 수가 없으니까요. ‘괜히 마음가는 사람’을 만나 사랑(장단)을 하기도 하고 그러다가 자신이 ‘나 밖에 모르는 사람’(본격적인 마음)이라는 한심한 사실을 확인하기도 하고, 그러는 와중에도 ‘밥 솥에는 콩밥’(건강하고 긴 삶)을 챙겨두는 들쭉날쭉한 날들은 조웅의 목청에 두루마리처럼 둘둘 감겨 있습니다. 그리고 임병학은 그 타래를 풀어내며 ‘샤도우 댄스’를 춥니다. 한발 늦게 당도한 낭만이 못난 삶을 춤추게 합니다. 이 정도면 두 남자의 우정은 신묘하기도 합니다.

글. 윤고모 n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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