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적 견해차이로 팀을 해체한다고? 다 옛말이다. 포스트잇처럼 붙였다 떼듯 한 팀에서도 다양한 유닛을 조합해 활동할 수 있다. 슈퍼주니어는 현재 활동 중인 10명의 멤버가 보컬 유닛그룹 K.R.Y, 중국활동 유닛 슈퍼주니어 M, 트로트 유닛 슈퍼주니어 T, 그리고 밝은 음악의 슈퍼주니어 해피 등 4개 이상의 유닛으로 나누어 활동 중이다. 최근에는 빅뱅의 유닛 GD&TOP, 애프터스쿨의 나나와 레이나, 리지로 구성된 유닛 오렌지 캬라멜, 씨스타 보라와 효린의 유닛 씨스타19 등 많은 아이돌 그룹들이 유닛 활동을 하고 있다. 유닛 활동은 다수의 멤버들이 있는 그룹에서는 발견하지 못했던 특정 멤버들의 매력을 발견할 수 있을 뿐만 아니라, 그룹과는 다른 유닛만의 새로운 정체성을 만들며 팬들에게 새로운 재미를 안겨준다. GD&TOP, 씨스타 등이 그들의 모체가 되는 그룹과는 또다른 반응을 얻으며 인기를 얻은 이유다. 그러나 한국에서 유닛은 같은 그룹이나 기획사 안에서 결성이 이뤄진다. 아무리 천생연분같은 아이돌이라도 다른 기획사에 소속돼 있다면 유닛은 꿈 꿀 수 없다. 그렇다고 연말 시상식의 특별무대만을 오매불망 기다릴 수도 없는 일. 더 새로운 유닛, 다양한 의미를 담은 유닛에 목마른 당신을 위해 <10 아시아>가 가상 유닛을 만들어 봤다.
빅뱅의 태양 – 씨스타의 효린
프리미엄 신라면에만 블랙이 있는가. 흑인의 소울로 노래한다.
유닛 ‘BLACK’



박진영은 태양에 대해 “보통 흑인 댄서들이 박자를 자유자재로 가지고 노는데 태양은 진짜 춤을 잘 춘다”고 말했다. 그만큼 태양은 노래와 춤에서 ‘흑인 필’로 멋지게 소화한다. 유튜브에서 수많은 흑인들이 태양의 노래에 그의 춤을 따라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또한 씨스타의 효린은 KBS2 <자유선언 토요일> ‘불후의 명곡 2’에서 호소력 짙은 음색과 파워풀한 성량으로 가창력을 인정받았고, 뛰어난 가창력과 함께 음정이 좀처럼 흔들리지 않은 채 에너지 가득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불후의 명곡 2에서 그가 부활의 멤버로부터 ‘한국의 비욘세’라는 칭찬을 받은 것은 그만큼 진한 보컬과 파워풀한 퍼포먼스가 동시에 가능하기 때문일 것이다. 또한 두 사람은 모두 해외 R&B 곡들을 부를 때 어색한 느낌 없이 가사의 감정을 제대로 전달하는 장점도 가졌다. 마치 흑인의 ‘필’을 수혈 받은 보컬 남매 같은 그들이 유닛을 결성한다면 한국 흑인음악계의 새로운 바람을 일으킬 수 있지 않을까.

BLACK이 결성된다면
두 사람이 영어로 노래를 부르면 세계 어디서든 활동할 수 있지 않을까. 타이틀 곡을 발표, 세계 어디에 갖다놔도 바로 현지화 가능한 유닛이 될 가능성이 있다. 꼭 해외 시장에 도전하지 않아도 노래와 퍼포먼스의 완성도가 모두 높은 두 사람의 무대는 모 침대 광고 카피같은 ‘흔들리지 않은 편안함’을 전해줄 듯. 태양이 솔로 콘서트에서 댄서와 함께 선보였던 ‘죄인’을 두 사람의 무대로 보고 싶다.


샤이니 민호 – f(x) 크리스탈
연습실은 태릉, 무대는 올림픽 결승전!
유닛 ‘태릉선수촌’



MBC <아이돌 스타 육상-수영 대회>에서 50m허들, 높이뛰기, 수영 50m 자유형 3관왕에 빛나는 샤이니의 민호는 KBS <출발 드림팀2>에서 놀라운 승부욕을 보여주며 여러 차례 우승을 거머쥐는 등 ‘체육돌’의 시초다. 권투선수 아버지와 기계체조선수 어머니에게 물려받은 타고난 운동신경을 가진 f(x)의 크리스탈 역시 SBS <일요일이 좋다> ‘키스 앤 크라이’에서 매번 놀라운 리프트 기술을 선보이고 있다. 첫 출연에서 ‘고등학교 수준’의 스케이트 실력이라고 자평하던 크리스탈은 세 달 만에 파트너 이동훈의 목에 거꾸로 매달리는 스핀을 선보였다. 민호와 크리스탈의 넘치는 승부욕을 하나의 에너지로 만든다면 유닛계의 ‘금메달’도 충분히 가능하다. 실제로 크리스탈이 <출발 드림팀 2>에 출연했을 때 민호가 높이뛰기의 A to Z를 알려주자 크리스탈이 1m 95cm의 기록으로 프로그램 내 최고 기록을 경신하기도 했다. “기초만 하면 재미없는” 크리스탈에게 실전에서 이기는 법을 알려주는 민호는 ‘채찍을 든 당근’이다. 민호와 크리스탈이 뭉친다면 2PM의 아크로바틱 무대를 넘어 <태양의 서커스> 같은 기술적 퍼포먼스 유닛으로 인정받을 수 있다.

태릉선수촌이 결성된다면
무대를 민호의 목부터 다리까지 크리스탈이 거꾸로 휘감아 내려오는 넥클레스 리프트로 시작, 이후 민호의 발을 잡고 물구나무를 서는 테트리스 리프트가 이어진다. 격정적인 리프트 기술이 계속되고 마지막 순간, 높이뛰기의 구름판을 이용해 무대 공중으로 퇴장. 안무 코치겸 체력 담당은 국가대표 태릉인급 체력을 가진 그룹 마이티 마우스의 상추가 맡는다. 첫 방송은 스포츠 뉴스, 마지막 방송은 2018년 평창 동계올림픽 폐막식이 될 것.


슈퍼주니어 김희철 – 원더걸스 소희
가슴이 차가운 남자, 하지만 소희와는 온 열정을 불 태워 활동하지 않을까..
유닛 ‘소희철’


김희철은 극한의 AB형으로 4차원적인 면모를 보이지만 원더걸스 소희를 언급할 때는 지극히 평범한 20대 남자가 된다. 자신이 가입한 원더걸스 팬카페 닉네임을 ‘킹왕짱 만두파 안소희’라고 하거나, 심지어는 소희를 ‘우주의 귀염둥이’로까지 표현했다. 심지어는 DJ를 맡았던 SBS 라디오 <영스트리트>의 마지막 방송에서, 마지막 방송이라며 우울해 하다 소희와의 전화 통화이후 갑자기 밝아졌을 정도. 심지어 그는 평소 “마음속의 기획사는 JYP다”라고 여러 차례 언급하며 소속사SM 엔터테인먼트의 이수만 사장보다 JYP 엔터테인먼트 박진영과 자주 만나며 와인을 마셨으니, 이 모든 게 소희와의 유닛을 위한 사전 작업일지도 모르겠다. 트랙스의 정모와 유닛 활동을 하기 위해 SM 엔터테인먼트 측에 기획서를 제출했다던 김희철의 서랍에는 이미 소희와의 유닛을 위한 두툼한 기획안이 자리 잡고 있을지도. 그러니 이제 김희철의 오랜 숙원을 이뤄주면 어떨까.

소희철이 결성된다면
M&D의 ‘뭘 봐’와 원더걸스의 ‘소핫’을 리믹스한 음악으로 활동한다. ‘나를 찾는 남자는 많아. 너를 쫓는 남자는 없지’와 ‘I`m so hot 난 너무 예뻐요 I`m so hot 난 너무 매력 있어’가 자연스럽게 이어지도록 편곡해 김희철과 소희의 시크한 이미지를 끝까지 살려둔다. 일과 thㅏ랑, thㅏ랑과 일은 분명 구별해야 하기 때문.


소녀시대 서현 – 2NE1 민지
쎈 언니들이여 다 비켜라. 막내들의 반란,
유닛 ‘Black & White’



소녀시대의 서현과 2NE1의 민지는 멤버들 중 나이는 가장 어리지만 남다른 포스로 그룹 서열에서 우위를 차지한다. 또한 2NE1과 소녀시대는 흑과 백처럼 전혀 다른 이미지이니 각자의 색깔을 살린 새로운 유닛을 만든다면 ‘비보이와 발레리나’같은 이색적인 유닛이 될 지도 모른다. 특히 소녀시대의 서현은 팀 내 ‘바른생활 소녀’로 불리며 스무살 답지 않은 철저한 자기관리로 유명하고, 2NE1의 민지는 힙합 리듬을 몸짓으로 ‘가지고 논다’고 말할 수 있을 정도로 강렬한 무대를 선보일 수 있다. 또한 둘리 춤을 춰도 섹시해진다는 고민을 할 만큼 나이답지 않게 섹시한 느낌을 살릴 수 있다. 그러니 민지가 무대에서 강렬함을 채우고, 아침 7시에 일어나 독서를 하며 지성을 키우고, 12시에 피부가 재생된다는 의학정보를 꼭 지킨다는 서현이 민지의 춤이 ‘19금’을 넘지 않도록 수위를 조절해준다면 막강한 유닛이 탄생할 수 있지 않을까.

Black & White가 결성된다면
SBS <가요대전>에서 서현이 그룹의 막내들과 꾸몄던 스페셜 무대처럼 ‘여신’이 되어 무대 주위를 날아다니고, 민지는 무대 아래에서 점핑하는 장치로 무대에 올라 파워풀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섹시하면서도 파워풀하고, 우아한 무대의 완성.


포미닛 현아와 애프터스쿨의 가희
90년대 그룹 코코와 비비를 넘는 여성듀오이자 군인들의 대통령,
유닛 ‘After 4 Minute’



춤에서는 정말 잘 나가는 우열을 가리기 힘든 포미닛의 현아와 애프터스쿨의 가희다. 가희는 댄서 출신으로 춤에 감각을 타고났고, 기력 없는 아버님도 휴대폰을 꺼내 사진을 찍게 만든다는 마성의 퍼포먼스로 온갖 예능 프로그램에서 대활약을 했다. 또한 현아 역시 ‘Change’, ‘Bubble Pop’등 솔로 활동에서 강렬한 인상을 남겼다. 안무에서 섹시한 느낌을 제대로 표현해내기에 ‘아이돌, 이래도 좋은가’ 같은 류의 논란에 시달리기도 하지만, 어쩌겠는가. 원더걸스에서 활동하던 중학교 3학년때부터 같은 안무를 해도 이상하게 도드라져 보였던 것을. 주체할 수 없는 끼를 가진 현아와 가희가 만나 화려한 퍼포먼스 무대를 위주로 활동한다면 이것이야말로 눈 호강이다. 특히 두 사람의 만남은 1990년대 이후 맥이 끊겼던 여성 댄싱듀오의 바람을 일으키며 군대에서 혁명을 일으킬 것이다.

After 4 Minute이 결성된다면
유닛 이름은 After 4 Minute. 현아와 가희가 보여주는 4분여의 무대가 끝난 뒤 쩍 벌어진 입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야 한다는 뜻이다. 현아의 ‘Change`같이 강렬한 곡이나 Pussycat Dolls의 ‘Button’같은 분위기의 곡으로 강력한 퍼포먼스를 선보인다. 군인들에게 어떠한 군사력 증강보다 효과적인 비밀병기가 될 수 있다. 다리 찢기나 바운스, 웨이브, 팝핑 등으로 섹시함이 무엇인지 알려주는 퍼포먼스 한방이면 ‘(댄스의) 정석’ 책 한권을 쓸 수도 있을 듯.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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