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음악 페스티벌에는 날짜별 헤드라이너가 있다. 7월 29일부터 시작하는 지산밸리 록페스티벌(이하 지산)에서는 케미컬 브라더스, 악틱 몽키즈, 스웨이드가, 일주일 후인 8월 5일 지산의 바통을 이어받는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이하 펜타)에서는 비오비, 콘, 심플 플랜이 헤드라이너로 설 예정이다. 하지만 아무리 밴드가 유명하고 음악이 훌륭하다 해도 모든 관객이 그들의 팬일 리 없고 심지어 그들에 대해 잘 모르는 관객 또한 있을 것이다. 물론 그렇다고 무대를 등 돌리고 앉아 맥주만 마실 순 없는 노릇. 좀 더 쉽게, 빠르게, 흐뭇하게 록을 즐길 수 있도록 지산과 펜타의 ‘헤드라이너급 얼굴들’을 뽑아봤다. 그것도 숨겨진 훈남들로만. 혹시 나만의 ‘오빠’였는데 많은 사람이 알게 됐다고 너무 속상해하지 말자. 갯벌 속에 파묻힌 진주는 언제라도 그 빛을 내는 법이다.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브랜든 보이드, 중년의 미스터리 옴므파탈
소속: 인큐버스(보컬)

남자는 일에 열중할 때 가장 섹시하다는 진리를 온 몸으로 보여주는 미중년이다. 노래를 부르든, 그림을 그리든, 역시 브랜든이다. 어깨까지 내려오는 웨이브가 땀에 흠뻑 젖을 때까지 공연하다가도 부드러운 손길로 한 폭의 그림을 완성하는 모습을 보면, 같은 사람이 맞나 싶을 정도로 전혀 다른 모습을 보여준다. 스스로도 “낮에 그림 그리고 밤에 밴드 하는 남자”로 생각한다. 인큐버스의 인지도 상승에 한몫했던 그의 외모는 갈수록, 특히 30대에 접어들면서 더욱 빛나고 있다. 사진을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두근거리다 못해 너덜너덜해지는 그의 실물을 곧 볼 수 있다. 그것도 무려 7년 만에. ‘Drive’를 부르며 관객들의 마음을 이리저리 조종할 그에게 딱 두 가지만 부탁하겠다. 머리는 기르되 수염은 기르지 마세요.

그를 만나는 날: 7월 31일 @지산
그를 만나기 전 예습은 필수: 브랜든 보이드의 후덜덜한 섹시미 모음집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황재연, 스키니 바지가 잘 어울리는 남자
소속: 텔레파시(기타)

“라이브에서 패션은 정말 중요한 부분”이라는 원칙 아래 텔레파시 멤버들 모두 패션에 민감하지만, 그중에서도 황재연은 패션우등생이다. 긴 앞머리를 고정시킨 헤어밴드로 보헤미안 느낌을 한껏 살린 후, 상의는 한 쪽 어깨가 훤히 드러나는 박스티셔츠와 호피무늬 민소매를 레이어드 해 은근히 쇄골을 자랑하고, 하의는 늘 스키니 바지를 고집한다. 오죽했으면 멤버들이 만장일치로 ‘스키니 바지가 가장 잘 어울리는 멤버’로 꼽았을까. 그러나 이것이 ‘자뻑’이 아닌 당당함으로 비춰지는 건, 그만큼 바디라인이 훌륭하기 때문이다. “SF 영화의 느낌을 주기 위해” 록과 일렉트로닉 사운드를 섞은 음악에 외계인 콘셉트를 입힌 밴드의 멤버답게 다소 엉뚱한 면도 있다. 독감에 걸려 침대에 누운 그는 소속사 관계자에게 “형, 독감이 독한 감기라서 독감인가요? 난 23년 동안 다르게 알고 있었는데”라는 말을 남기고 잠들었다고 한다. 뽀얀 피부에 혀 짧은 소리로 저 말을 했다고 생각해봐라, 절로 미소가 떠오를 만큼 귀엽지 아니한가.

그를 만나는 날: 7월 29일 @지산
그를 만나기 전 예습은 필수: 어둠 속에 나홀로 빛나는 황재연의 다리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조 브룩스, 한국에 꽁꽁 묶어놓고 싶은 영국 미소년

얼굴은 전형적인 꽃미남 스타일, 목소리는 제이슨 므라즈나 데미언 라이스처럼 부드럽고 달달하다. 수많은 여성의 이상형, 흰색 티셔츠에 청바지 차림이 가장 잘 어울리는 조 브룩스는 8년 전 인터넷에 직접 자신의 음악을 올리면서 존재를 알렸다. 진짜 슈퍼맨처럼 빨간 망토를 걸치고 발표한 메이저 데뷔곡 ‘Superman’은 뮤직비디오를 공개한 지 단 8일 만에 유투브에서 조회수 백만을 기록했다. 그도 그럴 것이, 뿔테 안경을 낀 귀여운 얼굴로 ‘내가 너의 슈퍼맨이 될 수 있다면’이라고 속삭인다. 하지만 조 브룩스가 귀여운 ‘국민 남동생’이 될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이유는 따로 있다. 자신에게 ‘펜타 티켓을 예매했다’는 트위터 멘션을 보낸 한국 팬을 팔로우하며 ‘한국어 번역을 도와줄 수 있는 사람을 찾고 있다’는 답 멘션을 보낸 데 이어 바로 다음 날 ‘아시아 진출에 기쁨을 감출 수 없습니다. 펜타포트 락페스티벌에 참가하게 되어서 너무 너무 기쁩니다’라는 한국어 멘션을 직접 올렸다. 혹시 펜타 티켓값이 부담스러워 미처 예매하지 못했던 팬들은 EBS 공연 신청을 서두르길 바란다. 펜타 무대에 오르기 이틀 전, 스페이스 공감에 먼저 얼굴을 비춘다.

그를 만나는 날: 8월 7일 @펜타
그를 만나기 전 예습은 필수: 유승호가 “누나 아~~~”했을 때의 설렘을 느낄 수 있는 ‘Superman’ 뮤직비디오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숀, 루즈한 니트만 입었으면 좋겠다
소속: 칵스(신디사이저)

키 180cm에 몸무게 64kg, 실제로 모 라이더룩 업체의 메인모델로 발탁될 정도로 우월한 신체조건. 웃을 때는 눈이 반달이 되어버리는 순박한 스물둘. 가장 마지막에 칵스 멤버로 합류했지만 보컬 이현송이 “EP 앨범을 작업하면서 숀한데 ‘어? 얘가 날 이렇게 챙겨주는구나’ 하는 걸 많이 느꼈다”고 칭찬했던 속 깊은 막내. 잘생긴 남자친구와 귀여운 남동생의 조건을 모두 갖추고 있다. 무대 위에서 그의 우월한 기럭지를 보고 싶다면, 정면보다는 측면을 추천한다. 선글라스 너머 진지한 눈빛으로 신디사이저를 치는 그의 옆선은 아름답다는 말로밖에 설명할 수 없다. 이것으로도 모자라 트위터에 “여자가 뭔가요 먹ㅋ는ㅋ건ㅋ가ㅋ”, “바다에 가면 ‘나 잡아봐라’ 이러는 것들 손가락과 손가락 사이를 종이로 빠르게 그을거다 빠르게” 등의 멘션을 남기며 이 세상 수많은 솔로와 교감하고 있다. 이렇게 바람직한 청년이 또 어디 있단 말인가.

그를 만나는 날: 7월 30일 @지산
그를 만나기 전 예습은 필수: 숀의 상의실종 공연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정중엽, 장기하와 얼굴들의 ‘진짜 얼굴’
소속: 장기하와 얼굴들(베이스)

그럴 의도는 아니었는데 “뽑아놓고 보니 운 좋게도 얼굴까지 괜찮은 ‘얼굴들’”이었단다. 왜 그런 말을 하는지 모르겠지만 팬들로부터 “얼굴로 가수 하나요?”라는 희한한 칭찬도 들었단다. 장기하와 얼굴들은 그렇게 어리둥절한 표정을 지었다. 하지만 그 중심에는 정중엽이 있다. 연정훈의 얼굴과 이선균의 목소리를 묘하게 섞어놓은 듯한 느낌의 정중엽은 아무도 모르는 사이에 장기하와 얼굴들의 ‘실제 얼굴’이 되기 시작했다. 그러니까, 장기하가 안경을 벗기 훨씬 전부터 말이다. 오지은과 늑대들, 스마일즈의 멤버로도 활동하고 있는 능력자이지만, 사소한 단점, 어떻게 보면 귀여운 매력이라고도 볼 수 있는 게 하나 있다. 바로 똥 이야기를 좋아한다는 점. 오지은이 세션 멤버들과 함께 밴드를 결성한 것에 대해 “데이트만 하는 사이였다가 결혼을 하게 된 것”이라 비유했을 때 옆에서 “아기가 똥을 싸면 내가 치울건가, 부인이 치울건가 하는 문제”라고 거들고, 장기하와 얼굴들의 2집 앨범이 만족스럽냐는 질문에는 “쾌변을 한 느낌”이라고 콕 집어 대답했다. 하지만 뭐 어떤가. 음악의 천재 모차르트도 그랬다는데!

그를 만나는 날: 7월 31일 @지산
그를 만나기 전 예습은 필수: 다들 진지한데 정중엽 혼자 빵 터진 ‘그렇고 그런 사이’ 뮤직비디오(마지막 10초 주목)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지산과 펜타의 얼굴들
오주환, 길들여지지 않은 야생마
소속: 이스턴 사이드 킥(보컬)

연습할 때도 햇살이 비치는 창가에 맨발로 걸터앉아 기타를 칠 것 같다. 혹은 모두가 잠든 새벽에 허스키한 목소리로 노래할 것 같다. 마치 오주환의 보이스를 염두에 두고 가사를 쓴 것처럼, 그가 ‘늙은 먼지를 거뭇거뭇 쓸어내리다’, ‘바닥에서 일어나도 텁텁한 공기는 똑같더라’는 가사를 입 밖으로 뱉어내면 저절로 그 분위기가 그려진다. 몸은 잘 깎은 조각이지만, 뮤지션으로서의 오주환은 아무렇게나 헝클어진 단발머리처럼 와일드하다. 비록 조 브룩스 같은 꽃미남도, 정중엽 같은 순해 보이는 훈남도 아니지만 그에게는 자유로운 영혼의 록커 느낌이 묻어난다. 물론 무대를 내려와 KBS 의 코너 ’너무나 솔직해서 오히려 낯선 우리나라의 숨겨진 진짜 맛 이야기’를 진행하는 ‘오군’은 귀여운 원칙주의자다. 제주도의 한 물회 식당을 눈앞에 두고 “살짝 떨린다”고 말해놓고는, 정성스레 한 상 차려 준 사람 무안하게 “맛을 잘 모르겠는데 어우 이거 최고예요, 이렇게 말 못하겠어요”라며 끝까지 칭찬 한마디 건네지 않는 건 혹시 록커의 자존심일까.

그를 만나는 날: 8월 7일 @펜타
그를 만나기 전 예습은 필수: 오주환의 마이크 잡아먹을 듯한 거친 목소리를 들을 수 있는 ‘흥겨운 노래’

글. 이가온 thirteen@
편집. 장경진 thre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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