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엇이 이들을 그렇게 화나게 했을까? 하드코어 밴드 슬립낫의 데뷔 앨범 속지에는 그들의 곡 ‘(Sic)’에 대해 이런 질문이 실려 있습니다. 무시무시한 출력의 기타 사운드와 무차별한 난타의 드러밍, 노래라기보다는 울부짖음에 가까운 보컬까지 여타의 하드코어 음악에서 직관적으로 느낄 수 있는 정서는 분노입니다. 아메리칸 메탈의 현재라고 불리는 램 오브 갓 역시 마찬가지입니다. 하느님의 어린 양(Lamb Of God)이라는 성스러운 이름이 반어적인 걸 넘어 불로써 심판하는 메시아에 대한 은유가 아닌가 생각될 정도로 이들의 사운드에는 자비란 없습니다. 물론 다시 말하지만 이것은 수많은 하드코어 계열 밴드들이 공유하는 특징입니다. 다만 그들이 새삼스레 확인시켜주는 건, 분노를 ‘잘’ 전달하기 위해선 테크닉이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직설적인 에너지만이 충만했던 초기에 비해 갈수록 테크니컬해지는 이들의 연주는 최근 발매된 앨범 < Resolution > 타이틀곡인 ‘Ghost Walking’에서도 명확히 드러납니다. 낮지만 육중한 질감으로 주춧돌 역할을 하는 베이스드럼부터 보컬의 찢어지는 섬뜩한 고음까지가 씨줄이라면, 그 모든 소리 중 어느 하나 틀어짐 없이 딱딱 들어맞는 촘촘한 리듬은 날줄입니다. 하지만 그보다 중요한 건, 그 타이트한 직조가 어느 순간 살짝 풀어졌다 다시 조여드는 순간입니다. 긴장감이 내포된 인트로의 어쿠스틱 연주와 중간 중간의 템포 변화를 통해 상대적으로 헤비한 사운드는 더 헤비하게 분노는 더 격렬하게 느껴집니다. 에 나왔던 대사를 인용한다면 ‘높이 뛰는 것처럼 보이고 싶을 때는 그 전까지 최대한 자세를 낮춰야’하는 거라 할까요. 감정의 백퍼센트 분출이 감정의 온전한 백퍼센트 전달로 이어지는 게 아니라는 것, 그것이야말로 음악이, 혹은 소통이 어려운 이유일지도 모르겠습니다.

글. 위당숙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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