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에는 두 종류의 옛 친구가 있습니다. 과거의 추억을 나누며 ‘그 땐 어렸었지’라 말하는 친구, 혹은 예전에 그러했듯 낄낄 거리며 나이답지 않게 철딱서니 없는 말을 나눌 수 있는 친구. 어떤 종류의 우정이 더 깊다고 말할 수는 없지만, 밑도 끝도 없이 전화 걸어 ‘야, 눈 온다. 술 마시자’라고 말할 수 있는 건 아마 후자일 것입니다. 전설이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은 밴드 밴 헤일런의 새 싱글 ‘Tattoo’ 뮤직비디오를 보며 경외감보다는 친근함이 느껴지고, ‘우와’보다는 ‘잇힝’이란 감탄사가 튀어나오는 건 그래서입니다. 얼마 전 로큰롤 명예의 전당에서 역대 가장 영향력 있는 록밴드로까지 뽑혔건만, 원년 보컬이었던 데이빗 리 로스는 80년대에 그러했듯 오두방정에 가까운 춤사위를 펼치고, 기타 히어로인 에디 밴 헤일런 역시 한쪽 다리를 건들거리며 기타 솔로를 펼칩니다.

물론 1984년에 등장한 앨범 시절보다 강력한 하드록 사운드를 디스토션 같은 기타 이펙터의 사용이나 연주 테크닉의 차원으로 설명할 수 있다고 반박할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Tattoo’ 기타 리프를 지배하는 건 거장의 솜씨 있는 테크닉보다는 몸과 마음에서 솟아나오는 건들거림의 그루브입니다. 그리고 그 모습은 기타 헤드에 담배를 꽂고, 태핑(기타 지판 위의 줄을 손가락으로 때리는 주법)을 이용한 눈부신 속주로 ‘Eruption’을 연주하던 반항기와 허세 가득한 앙팡테리블 시절의 그것과 오버랩 됩니다. 물론 젊은 시절의 방황은 잊고 내공 깊은 거장의 풍모를 보여주는 에릭 클랩튼이나 헤어 메탈의 시대를 접고 동시대의 캐주얼을 소화하는 본 조비처럼 나이 먹는 것도 아름답습니다. 다만 이 인사는 ‘Tattoo’, 그리고 지금의 밴 헤일런에게만 남길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철들지 않아 고마워요.

글. 위근우 기자 e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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