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찍기 편하려면) 어디 설까요?” 비가 포토타임을 가지며 사진 기자들에게 던진 한 마디는 그가 대중을 대하는 태도를 보여준다. 비는 문자 그대로 ‘바쁜 몸’이라 한국에서 보기 어렵지만, 한국의 대중 앞에 설 때마다 자신이 할 수 있는 것들을 다 쏟아낸다. 지난 5일 여의도 KT빌딩에서 새 앨범 < Back to the basic >의 발표를 앞두고 가진 기자회견에서도 비는 기자들의 질문을 하나씩 받아 적어가며 꼼꼼하고 자세하게 답변을 했고, 팬들에게는 2달 남짓한 시간동안 최대한 가리지 않고 활동할 것을 약속했다. 다음은 비와 취재진이 가진 일문일답이다.

“한국 팬들을 가장 잘 챙기는 게 내 임무”
비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
비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
댄스 대신 발라드를 첫 싱글로 발표했고, 이전과 다르게 중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줬다. 이런 시도를 한 이유는.
비 : 이제 데뷔 8년 차인데 확실한 변화를 보여주고 싶었다. ‘널 붙잡을 노래’는 ‘Rainism’을 발표할 때 만들어 놓은 노래였는데, 이 노래를 통해 치장을 빼고 담백하게 가고 싶었다. 정통 발라드를 부르면서 퍼포먼스를 추구하고 싶다. 그리고 두 번째 싱글로는 댄스곡 ‘Hip song’을 보여줄 생각이다. 중성적인 이미지를 보여준 것에 대해서는 획기적인 시도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블링블링한 음악과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조끼와 가죽바지, 모자, 마지막으로 눈썹을 통해 사람들에게 자극을 주고 싶었다. 그리고 나서 뮤직비디오로 1차전을 하고, 그 다음에는 무대에서의 퍼포먼스로 새로운 것을 보여주고 싶다. 듣는 귀와 보는 눈이 모두 만족하는 무대를 보여주고 싶다.

앨범 타이틀이 < Back to the basic >이다. 특별한 이유가 있나.
비 : 원래 올 연말에 앨범을 낼 계획이었다. 그 때 한국과 미국, 아시아와 유럽까지 동시다발적으로 활동할 앨범을 냈어야 했는데, 준비하던 드라마와 영화가 2달 밀렸다. 그런데 이미 곡과 안무구성을 다 마친 상태라 초심으로 돌아가서 치장을 다 빼고 담백한 음악을 들려주고 싶었다. 그리고 굳이 왜 한국 활동을 하느냐고 묻는데 이제는 전 세계의 중심이 아시아고, 아시아의 중심이 한국이라고 생각한다. 한국 팬들을 가장 잘 챙기는 게 임무기도 하고.

미국 음반 발표 계획은 어떻게 되나.
비 : 일단 말하고 싶은 건 내가 미국에서 배우로서 너무 잘 풀리고 있다는 거다. (웃음) 아시아에서 드라마로 화제를 모으고 그 뒤에 가수로 나오면서 인기를 얻을 수 있었는데, 미국에서도 의도하지는 않았지만 비슷한 과정을 밟는 것 같다. 배우로 잘 풀리고 있고, ‘Rain’이라는 이름으로 날 먼저 알린 뒤에 내가 미국인들에게 액션 배우라는 스테레오 타입에서 벗어났을 때 쯤 앨범을 내는 게 가장 성공률이 높을 것 같다. 일단 올해는 영화를 찍을 생각이다. 영화배우로 자리 잡으면 음반도 자연스럽게 풀릴 수 있을 것 같다.

할리우드에서 을 찍고 프로모션을 한 경험이 본인에게 어떤 영향을 미쳤나.
비 : 누구의 말처럼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는 걸 느끼게 해줬다. 아시아 시장은 드라마 때문에 거의 다 내 얼굴을 알아서 편했지만, 미국이나 유럽은 오히려 을 통해 내 이름을 알리는 상황이었다. 그 작품으로 액션배우로 알려질 수 있기도 했고, CF도 찍을 수 있었다. 8개월 동안 힘들게 했지만 얻은 게 참 많았다. 아주 행복했던 프로모션이었다.

드라마 출연 기사가 나왔다. 출연 계획은 어떻게 잡혔나.
비 : 드라마는 지금 얘기 중인 게 있다. 내가 고대하고 고대했던, 하고 싶은 드라마인데 아직 확실한 게 나오지는 않아서 여러 논의를 하고 있다. 9월, 10월 정도면 선뵐 수 있을 것 같다.

“‘널 붙잡을 노래’는 내 경험담”
비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
비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
비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
비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
이번 활동 기간 동안 비슷한 시기에 복귀하거나 경쟁해야할 가수들이 많다.
비 : 지금 뭘 얻으려고 나올 연차는 아닌 것 같다. 즐기려고 나오는 거다. 차원이 다른 걸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 더 큰 시장에 나가기 위한 전초전이기도 하고. 지난 주에 사전 녹화로 무대에 올랐는데 한 분도 모르겠더라. (웃음) 이효리 씨가 복귀한다는데, 아는 분이 나오니까 심심하지 않고 재밌을 것 같다.

아이돌이 대세인 상황이 부담스럽지는 않나.
비 : 사실 나는 가요계의 허리인 것 같다. 위로는 진영이 형(박진영), 현석이 형(양현석) 같은 분들이 있고, 밑으로는 다른 여러 후배들이 있는데 각자 시장이 다르다고 생각한다. 내가 멀리 보고 승부해야할 곳은 중국과 아시아 전체, 미국 시장이다. 그리고 요즘 아이돌은 워낙 실력이 뛰어난데, 그들이 활동할 수 있도록 전 세계에 조금이라도 문을 여는 게 내 임무인 것 같다. 더욱 더 본보기가 되도록 열심히 하고, 같이 즐기고 싶다.

앨범을 발매하는 시점에서 사회적으로 많은 일이 있었다. 의기소침해지진 않았나.
비 : 국가적으로 굉장히 침통한 일이 벌어져서 유감스럽다. 하루 빨리 모든 가족들이 좋은 소식을 접할 수 있도록 많은 분들이 노력해주었으면 하고, 지금은 좋은 소식을 바라고 기도하는 마음이 최우선이라고 생각한다.

활동 기간은 얼마나 되나. 그리고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할 계획은 있나.
비 : 데뷔했을 때부터 예능 프로그램에서 많은 사랑을 받았다. 이번 앨범도 초심으로 돌아가서 열심히 하겠다는 생각으로 낸 거라 보여줄 수 있는 건 다 보여줄 생각이다. 예능 프로그램도 여러분이 부담스러워하지 않는 한 많은 곳에 출연하고 싶다. 활동기간은 드라마와 영화 촬영하기 전 두 달 정도다. 일본 투어가 있어서 일본 몇 개 도시를 돌아다녀야 하는데, 5월 초 정도까지 왔다갔다하며 활동을 병행할 수 있을 것 같다.

지난 앨범에는 가사의 선정성이 문제가 돼서 타이틀곡이 규제를 받았다. 이번 곡의 가사는 큰 문제가 없을 것 같았는데 심의 문제를 염두에 둔 건가.
비 : ‘Rainism’에 선정성이 없다고 생각하지만 있는 분은 있다고 생각할 거다. 그 때 조금 애를 먹은 게 사실이지만 그래서 이번 앨범을 착하게 가는 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이번 앨범은 2년 전에 만들어 놓은 거였고, 많은 분들이 사랑해주실 곡이라고 생각한다.

‘널 붙잡을 노래’는 가사의 영감을 어디서 얻었나.
비 : 경험담이다. 가사를 쓰면서 왜 사랑을 하는지, 왜 사랑에 다치는지에 대해 썼다. ‘널 붙잡을 노래’는 예전에 고전 영화를 보다 남자가 여자 집 앞에서 서성이는 걸 보고 나도 그랬던 경험이 있어서 작곡과 작사를 해봤다.

‘널 붙잡을 노래’의 뮤직비디오에 출연한 한예슬과 작업한 기분은 어땠나.
비 : 한예슬 씨에게 너무 감사하다. 갑작스럽게 출연을 요청했는데 흔쾌히 받아주셨다. 하는 동안 즐겁게 촬영했고, 주위 사람들을 기분 좋게 하는 매력이 있으신 분이다.

“뭘 얻으려고 하기 보다는 팬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비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
비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
지난 앨범부터 작곡과 프로듀싱을 직접 하고 있다. 어떤 점이 변한 것 같나.
비 : 나도 할 수 있구나 싶었다. 진영이 형과 같이 있을 때는 진영이 형이 음악을 전담하고, 나는 무대 연출과 드라마와 영화를 고르는 일을 맡았다. 그런데 독립하고 나서 어떤 스타일을 갖고 가야하는 것에 대해 굉장히 고민이 많이 됐다. 사람들이 원하는 무대 위의 모습을 만족시키면서 새로운 나를 보여주는 게 힘들었다. 그래서 나온 게 ‘Rainism’이었는데, 그 때 고민도 많이 하고 공부도 하면서 나에게 이런 쪽의 재능도 있다는 걸 발견했다. 그만큼 음악도 더 많이 듣게 됐고, 어떻게 하면 발전할지 고민한다. 내가 부딪치고 다치고, 상처 입으면서 어른이 되는 느낌이었다.

다치면서 커가는 느낌이라고 했는데, 그 상처 중 가장 아픈 건 무엇이었나.
비 : 내 자신의 나약함이었다. 연예인을 하면 굉장히 절제해야할 것도 많고, 감춰야할 것도 많다. 그걸 어떻게 이겨내고 극복하느냐가 중요한 데, 가끔은 힘들어서 손을 놔버리고 싶을 때가 있다. 그리고 작곡이나 드라마를 만들 때도 창작이지만 무대에서 어떻게 공연하고 옷을 입고 어떤 무대를 보여주고, 프로모션 할 때 어떻게 말을 할 것인가도 일종의 창작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 것에 대해 고통스러운 것들도 있었다. 그러다 보니까 아침마다 스스로 거울을 보는 버릇이 생겼다. 눈을 보면서 하루에 한 번씩 할 수 있다는 최면을 건다. 그렇게 나를 이겨내면서 한 차원 더 발전할 수 있었던 것 같다. 무엇이든 이겨낼 수 있는 강한 남자가 돼 가는 느낌이다.

본인이 세운 제이튠 엔터테인먼트가 굉장히 커졌다. 패션 사업도 하고, 엠블랙 같은 그룹도 있다. 지금까지의 성과와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 말해 달라.
비 : 나는 회사 경영진은 아니다. 회사 일은 CEO가 하고, 난 경영과 상관이 없다. 나는 연예인으로 계약 돼 있는 사람일 뿐이고, 음반 쪽에 크레이티브 아티스트로만 관여한다. 그래서 엠블랙을 프로듀싱하거나 디자이너로 활동했다. 앞으로 여러 가지 발전 가능한 것들을 서서히 만들어 갈 계획이다.

‘VIP thanks to’에 CJ그룹의 이미경 부회장 등 재계 인사들이 있다. 어떤 인연인가.
비 : 식구 같은 분들이다. 살아가면서 많은 것들에 대해 조언해 주고, 내가 흔들릴 때마다 가족처럼 나를 챙겨주는 분들이다. 큰 일이 생길 때마다 상의 하고, 기쁜 일이 있을 때는 함께 기뻐하는 분들이다.

팬들에게 한마디 한다면.
비 : 죄송한 말씀이지만 이제 팬들은 나와 같이 30대를 넘기는 듯하다. 나도 이제 얼마 안 남았고. (웃음) 그래서 친누나, 친형, 친동생 같은 느낌이 많이 든다. 내가 외로울 때면 외롭다는 티도 낼 수 있는 가족 같은 느낌이다. 이번에 돌아온 것도 가장 큰 이유는 팬들 때문이었다. 뭘 얻으려고 하기 보다는 올해가 가기 전에 팬들에게 뭔가 보여주고 싶었다. 앞으로도 시행착오도 있고 실패도 있을 거고 성공도 있겠지만, 지금 스코어로는 7:3으로 성공하고 실패한 것 같다. 스코어를 더 좋게 하겠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사진. 채기원 ten@10asia.co.kr
편집. 이지혜 seven@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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