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과 ‘노예계약’이라는 말로 포장된 대 국민 사기극이다.” 2일 서울 여의도 63빌딩 이벤트 홀, SM엔터테인먼트(이하 SM)의 김영민 대표는 최근 그룹 동방신기의 멤버 믹키유천, 영웅재중, 시아준수 3인이 제기한 전속계약 해지 가처분 신청에 관한 보도자료를 담담하게 읽어 내렸다. 하지만 그의 발언은 예상을 훨씬 뛰어넘는 것이었다. 김영민 대표는 이번 소송을 “그들의 이익을 위해 먼저 계약을 위반하고, 그것을 가리기 위해 이번 소송을 제기한 것”이라며 이번 소송이 세 멤버들이 SM과 협의 없이 벌인 화장품 사업 때문에 일어난 것이라고 주장했다. 또한 그는 세 멤버의 가처분 신청을 “(가처분 신청이 받아들여질 경우) 개인적 이기주의와 배은망덕을 법이 스스로 보호하는 결과”라며 직설적으로 비난했다.

하지만 기자회견에서 정말 놀라운 것은 동방신기의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의 입장 표명이었다. 두 사람은 자필 사인이 들어간 보도자료를 통해 “동방신기가 이러한 올바르지 않은 화장품 회사와 편법적인 사업으로 무너진다는 것을 납득하고 받아들일 수 없다“고 주장했고, 두 사람의 아버지는 ”전속계약이 정확하지 않다느니 하는 이야기들은 내가 알고 있는 한 본질적 이유(화장품 사업)를 가리려는 핑계에 불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두 멤버의 발언은 사건의 성격 자체를 바꿀 수도 있다는 점에서 큰 의미를 갖는다. 이 사건의 주요 쟁점들을 정리했다.

I. 소송 배경

동방신기의 세 멤버는 지난 7월 말 전속계약 해지 가처분 신청을 하며 동방신기가 ▲ 10년 계약을 한 뒤 다시 3년을 더 해 13년으로 계약기간을 갱신 ▲ 음반 판매량이 50만장을 넘기 전까지는 음반 수익 배분 전무 (2009년 2월 이후 수정) ▲ 계약 해지 시 위약금으로 앞으로 벌어들일 수익 2배를 지불하는 등 실질적인 노예계약을 맺었다고 주장했다. 소송 이유가 불공정 계약 때문이고, 이를 시정하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반면 SM은 오늘 기자회견을 통해 사건의 본질이 세 멤버가 참여한 (주) 위샵플러스의 화장품 사업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SM은 보도자료를 통해 “세 멤버가 회사를 통하지 않은 채 한 화장품업체의 사업을 참여한 뒤부터 회사와 의견 충돌이 있었다”면서 ▲ 세 사람이 화장품 회사로부터 판매분의 5%를 로열티로 받는 계약을 체결, 회사와의 동의 없이 동방신기의 이름을 건 이벤트 개시 ▲ 화장품 사업을 이유로 대형 화장품 브랜드의 CF출연 제의 거부, 그 직후 전속계약 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을 했다고 주장했다. 소송 이유가 부당한 계약 때문이 아니라 세 사람의 더 큰 욕심 때문이라는 논리다. 하지만 이에 대해 (주)위샵플러스측은 SM을 명예훼손으로 고소하며 “세 사람은 지난 4월 각각 7000만 원과 6000만 원, 4000만 원을 투자했을 뿐이다. 또한 세 사람의 초상과 이름 등 지적 재산을 사용한 적이 없다. 그들은 전혀 경영에 참여하지 않았다”고 엇갈린 주장을 한 바 있다.

II. 계약의 적법성 여부

법원은 지난 10월 27일 세 멤버의 전속계약효력정지 가처분 신청에 대해 “전속계약의 일부 조항이 선량한 풍속에 반해 전부 또는 일부가 무효거나 효력이 소멸됐다고 볼 개연성이 높다”며 본 소송 판결 전까지 SM이 세 사람의 공연 등 연예활동에 관한 계약을 체결하거나 신청인들의 독자적인 연예활동을 방해해선 안 된다고 판결했다. 동방신기의 계약이 법적 기준으로 볼 때 문제의 소지가 있음을 인정한 것이다. 현재로서는 세 사람의 입장이 법적으로는 우위에 있는 셈이다. 또한 세 사람은 올해 2월 이후 수익금을 전혀 받지 못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하지만 SM은 이 계약들이 “동방신기 멤버들은 회사에 계약서의 수익 분배 요율의 상향조정을 요구했으며, 회사는 멤버들의 요구조건을 대부분 수용하여 수익 배분 비율을 상향 조정”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SM은 동방신기와의 계약 내용에 대해 ▲ 13년 계약은 SM이 제시한 동방신기에 대한 비전과 투자를 보장 받은 멤버들의 자발적인 선택 ▲ 계약 해지 시 과다한 손해 배상 조항은 공정거래 위원회의 지적에 따라 2002년, 2007년, 2008년 세 번에 걸쳐 시정해 반영한 것 ▲ 수익 배분은 2009년 2월에 체결한 변경계약에서 수익 배분율을 대폭 상향조정하고, 이를 기준으로 2008년 하반기부터 수익을 소급 적용했다는 입장을 밝히며 계약이 상호 합의하에 체결됐다는 점을 강조했다.

또한 SM은 “장기적인 투자와 인큐베이팅을 통해 스타를 육성하여 한류를 만들어낸 산업의 시스템 자체가 붕괴될 수 있다”며 “당사자 간의 동의와 자유 의지에 의해 체결한 계약서가 성공한 후에 인정되지 않으면 연예 산업 전반에 혼란을 야기할 것이다. (중략) 이렇게 되면 앞으로도 큰 성공을 거둔 후에 어떠한 이유와 핑계를 만들어서라도 지키지 않으려는 일들이 반복적으로 일어나게 될 것”이라고 주장했다. 세 멤버가 법원 판결대로 ‘선량한 풍속’의 관점에서 계약의 부당성을 주장하는 것과 달리, SM은 아이돌 그룹 하나를 만들기 위해 많은 돈이 투자되는 산업의 특수성과 계약이 상호 합의하에 이뤄졌음을 강조하는 것이다.

III. 소송의 향방

SM은 기자회견에서 “금번 가처분 결정은 세 명의 멤버가 본안 소송의 판결이 나올 때까지 잠정적으로 개인적인 활동을 할 수 있다고 허락한 것 뿐, 세 사람에게 동방신기로서의 권리를 인정한 것은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또한 SM은 “본 가처분으로 인해 정상적인 동방신기의 활동이 상당히 제약을 받게 됨에 따라 당사가 입게 될 손해에 대해서는 손해배상 청구 등 법적 대응을 할 것”이며 “내년 봄에 동방신기의 국내 컴백 활동을 할 계획이다. 이를 위해 앞으로 10일 후인 11월 12일까지 세 멤버가 이에 대한 답변을 할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 경우에 따라서는 SM이 세 사람을 상대로 법적 소송도 불사하겠다는 의지를 밝힌 것이다.

그러나 SM의 주장이 세 사람에게 어떤 영향을 미칠 것인지는 미지수다. SM의 주장이 사실이라 가정해도, 현재 양자 간의 소송은 전속계약효력 정지에 관한 것이다. 법원은 이미 공개된 계약서의 불공정 여부에 초점을 맞춰 판결한 바 있다. 이런 결정을 내린 법원이 계약의 상호 합의와 소송 원인에 대한 문제제기를 부각시킨 SM의 주장을 얼마나 수용할지는 알 수 없다.

IV. 동방신기는 계속될까

SM의 기자회견에서 가장 큰 사건은 유노윤호와 최강창민, 그리고 두 사람의 아버지가 SM의 입장을 지지하면서 멤버간의 입장차가 뚜렷해진 것이다. 특히 최강창민의 아버지 심동식 씨가 세 멤버의 부모가 화장품 회사에 돈을 투자, 코스닥 우회 상장을 시도했고, 자신에게 “주가가 막 치솟을 때 미리 정보를 드릴 테니 주식을 사라”고 권유했다고 밝힌 것은 논란이 될 여지가 충분하다. 그동안 양자는 계약에 대한 법적 공방을 했을 뿐, 상호간의 감정적인 비난은 자제해 왔다. 양쪽 모두 동방신기의 존속을 원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두 멤버의 입장 표명과 함께 이번 소송은 SM과 세 멤버의 폭로전이 될 가능성도 생겼다. 지금까지의 소송이 SM과 세 멤버가 계약을 두고 서로의 입장을 조율하는 차원의 것이었다면, 앞으로는 그룹의 존속 여부를 두고 공방이 벌어질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물론 양자는 여전히 동방신기의 유지를 원하고 있다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이제 양쪽이 상처 없이 동방신기의 활동을 재개하기는 불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정말 동방신기는 계속될 수 있을까. 동방신기 사건이 중요한 분기점에 놓였다.

글. 강명석 (two@10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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