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수경 기자]
에픽하이 정규 9집 커버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에픽하이 정규 9집 커버 /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소리 아닌 상처 내서 만든 노래들 / 피투성이지만 /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에픽하이 9집 1번 트랙, ‘난 사람이 제일 무서워’ 가사 中)

에픽하이는 그들이 꿈꿨던 것처럼 위대하고 아름다운 무언가를 해냈다. 지난 23일 3년 만에 발매한 정규 9집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이다.

에픽하이의 피, 땀, 눈물은 통했다. 에픽하이는 24일 오전 7시 기준 멜론, 지니, 벅스, 올레, 엠넷 등 국내 주요 음원 차트에서 더블 타이틀곡 ‘연애소설(Feat. 아이유)’로 1위를 싹쓸이했다. 수록곡들도 ‘연애소설’의 뒤를 이어 차트 줄세우기를 하거나 최상위권에 안착했다.

에픽하이표 ‘좋은 음악’의 힘이다. 에픽하이는 입체적인 힙합 그룹이다. 힙합이라는 장르에 갇히지 않은 채 자신들이 하고 싶은 음악을 힙합으로 풀어내며 그 자유로움을 확장해왔다.

이번 정규 앨범에서 에픽하이는 더 노련해졌다. 에픽하이 특유의 감성은 유지하면서도 세련되고 듣기 좋은 음악을 만들어냈다.

에픽하이가 쟁쟁한 피처링 군단을 활용한 방법에서 이들의 발전을 엿볼 수 있다. 총 11곡으로 이뤄진 이번 앨범에는 송민호(MINO)·사이먼 도미닉·더콰이엇·크러쉬 등 힙합 뮤지션들부터 넬·오혁과 같은 모던록 뮤지션들, 아이유·수현 등 장르를 넘나드는 여성 보컬리스트들이 참여했다.

눈길을 사로잡기에 충분한 화려함이지만 라인업이 전부는 아니다.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의 진짜 매력은 에픽하이와 이들 뮤지션들의 조화와 시너지에 있다. 각 트랙들은 참여한 뮤지션들의 음악 성향에 따라 전혀 다른 색채를 띈다.

3번 트랙 ‘노땡큐’는 그 중에서도 수작이다. 더콰이엇이 피처링 뿐만 아니라 작곡 및 편곡에도 참여한 ‘노땡큐’의 비트는 독보적이다. 간결하면서도 강렬하게 시작돼 재즈풍으로 흘러가다가 다시 역동적으로 변모한다. 변화무쌍해서 더없이 매력적인 비트 위에서 송민호(MINO), 사이먼 도미닉, 더콰이엇은 가장 잘하는 것을 보여준다는 듯한 자신감으로 랩을 해 듣는 이의 몰입도를 높인다.

에픽하이 9집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참여진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에픽하이 9집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 참여진 /사진제공=YG엔터테인먼트
각 곡에 담긴 메시지와 감정 또한 풍성하다. 사랑과 삶의 무게에 대한 거대한 이야기부터 어른 즈음이 돼 느끼는 씁쓸함, 가사 한 줄 적는데 며칠 밤을 샜을 때 느꼈던 감정의 편린들까지 내면을 깊숙이 파고들어 솔직하게 묘사한 가사는 자연스러운 공감을 형성한다. 어느새 위로가 된다. 진정성, 위로와 같은 단어들이 오히려 진부하게 느껴지는 요즘 이 열한 곡이 빛을 발하는 이유다.

에픽하이는 ‘WE’VE DONE SOMETHING WONDERFUL’이 “위로가 되는 음악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아티스트가 위로로 다가가고자 할 때 진짜 위로가 되는 음악을 만든 것. 이보다 완벽한 성공은 없다.

에픽하이는 오는 11월 3~4일 서울 용산구 한남동 블루스퀘어에서 열리는 단독 콘서트를 통해 팬들과 만난다.

김수경 기자 ksk@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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