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김하진 기자]
유리/사진=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방송화면 캡처
유리/사진=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방송화면 캡처
‘다시 만난 유리’다.

걸그룹 소녀시대 유리가 드라마 하나로 새삼 ‘화제의 인물’로 떠올랐다. 지난 7월 웹드라마로 공개돼 주목받은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덕분인데, SBS에서 4부작으로 편성돼 지난 22일 전파를 탔다.

유리는 극중 주인공 고호 역을 맡았다. 광고 회사에 다니는 29세 여성으로, 이 시대 직장 여성의 애환과 싱글녀의 삶을 표현했다. 때로는 여성스럽지만, 때로는 박력 넘치는 캐릭터를 맛깔나게 소화하며 유리는 첫 회부터 시청자들에게 눈도장을 찍었다. 더불어 연기력에 대한 호평도 이어졌다.

지난 23일 2회에서는 유리의 진가가 한층 빛을 발했다. 고호는 강태호(김영광)의 무례함에 끓어오르는 화를 상상으로 삭혔다. 상상 속 고호는 태호의 멱살을 잡고 흔들며 소리를 질렀고, 괴상한 표정에 욕까지 하며 시청자들에게 속 시원한 통쾌함을 안겼다.

또 유리는 광고주의 집을 방문해 우스꽝스러운 가발을 착용, ‘막춤’을 추며 또 다른 변신을 꾀했다. 이처럼 고호의 옷을 입은 그는 망가짐도 불사한 채 캐릭터의 성격과 개성을 끌어내며 극에 재미를 더했다.

핑크빛으로 물든 로맨틱한 장면도 위화감 없이 소화했다. 태호와 옛 연인 지훈(이지훈), 그리고 적극적으로 애정 표현을 하는 ‘연하남’ 정민(신재하)까지, 유리는 각기 다른 방식으로 러브 라인을 이어갔다. 특히 2회 말미에는 태호와의 묘한 감정선으로 시청자들의 호응을 이끌어냈다.

유리/사진=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방송화면 캡처
유리/사진=SBS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 방송화면 캡처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는 중국 소후 닷컴을 통해 방영된 웹드라마를 원작으로 한다. 총 20부작으로 구성됐지만 방송에서는 편집된 4부작만 확인할 수 있다. 벌써 ‘4회는 너무 짧다’ ’20부작 모두 보고 싶다’ 등 시청자들의 아쉬운 목소리가 나오고 있으며, 유리의 연기에 대해서도 ‘기대 이상’이라는 반응이 지배적이다.

사실 유리는 소녀시대 중에서도 비교적 빨리 연기에 도전했다. 2007년부터 드라마와 영화의 단역을 거쳤고, 이후 2012년 SBS ‘패션왕’을 통해 주연을 거머쥐었다. 당시에는 지적도 있었다. 걸그룹이란 타이틀이 워낙 강했기 때문에 이미지를 벗는데 시간이 필요했고, 작품과 캐릭터에 녹아들기에 경험도 부족했다.

냉정한 충고와 평가를 가슴에 새긴 유리는 심기일전해 ‘고호’를 만났다. 데뷔 10년 차인 만큼 내적으로도 성숙했고, 가면을 벗고 캐릭터와 한몸이 되는 법도 익혔다. 망가지고, 예쁘게 보이지 않는 걸 두려워하지 않은 덕분에 고호라는 캐릭터를 누구보다 잘 소화하고 있다.

윤아, 수영, 서현 등 소녀시대에서 연기자로 활동하고 있는 멤버들이 꽤 있다. 유리 역시 ‘고호의 별이 빛나는 밤에’를 통해 ‘기대되는 연기자’로 발돋움할 전망이다. 그야말로, 유리를 다시 만났다.

김하진 기자 hahahajin@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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