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텐아시아=이은호 기자]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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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하반기 음원 차트에는 그룹 빅뱅의 이름이 ‘붙박이’처럼 박혀 있었다. ‘메이드(MADE)’ 시리즈 덕분이다. 5월 ‘루저(LOSER)’와 ‘배배(BAE BAE)’로 한 달 내내 차트 1, 2위를 석권하더니, 8월까지 그 기세를 몰아붙였다. 덕분에 빅뱅은 ‘메이드’ 시리즈의 수록곡 8곡 모두를 당 해 총 결산 디지털 차트 톱 100에 모두 진입시켰다.(가온차트 기준)

‘메이드’ 시리즈는 지난해 5월부터 8월까지 진행된 빅뱅의 신곡 발매 프로젝트. 매달 1일 한 곡 이상의 신곡을 공개하고 추후 이를 토대로 정규앨범 ‘메이드’를 완성한다는 것이 프로젝트의 골자이다. 당초 지난해 9월 나오기로 한 정규앨범은 멤버들의 재충전을 위해 잠정적으로 발매가 연기된 상태. 그러나 프로젝트의 소기 목적은 이미 충분이 달성된 모습이다.

프로젝트의 목적은 묻히는 곡 없이 앨범 전곡 모두를 알리겠다는 것이었다. 빅뱅은 지난해 5월 진행된 텐아시아와의 인터뷰에서 “물론 정규 앨범은 종합 선물세트처럼 보여줄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는 있지만, 집중도는 떨어진다. 하지만 매달 싱글을 내는 형식은 우리에게도 시간적인 여유가 있고 뮤직비디오도 모두 촬영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매 달 매 싱글에 ‘전력투구’하겠다는 이야기다. 음악에 대한 자신감 역시 읽을 수 있다.

업계의 반응은 갈라졌다. 음악 소비 방식의 변화에 따른 영리한 마케팅이라는 의견에는 모두 동의하는 모양새. 그러나 일각에서는 거대 자본력이 있기에 가능한 플랜이라고 지적하며 차트 독식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중소기획사의 고충이 특히나 컸다.
빅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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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찌됐든 빅뱅의 전략은 성공했다. ‘메이드’ 시리즈의 전 곡을 히트시킨 것에 이어 각종 시상식에서도 눈에 띄는 활약을 보였다. 지난 17일 열린 ‘가온차트 K-POP 어워드’를 살펴보면 그 결과가 극명하게 드러난다. 빅뱅은 ‘메이드’ 시리즈의 싱글 앨범이 발매됐던 5, 6, 7, 8월 모두 ‘올해의 음원상’을 휩쓸었다. 이 외에도 1월 열린 ‘하이원 서울가요대상’과 ‘골든디스크’에서 각각 ‘최고의 음원상’과 ‘음원 대상’을 비롯한 다수의 상을 손에 안았으며, 지난해 12월 열린 ‘엠넷 아시아 뮤직 어워드(MAMA)’에서도 ‘올해의 노래상’ ‘올해의 가수상’ 등을 수상했다. ‘음원’이란 타이틀이 붙은 상은 모조리 휩쓴 셈이다.

후배 그룹 아이콘도 비슷한 전략을 택했다. 아이콘은 지난해 네 차례에 걸쳐 데뷔 앨범을 공개했다. 웜업 싱글 선공개(2015.09.15), 데뷔 하프 앨범 발매(2015.10.01), 신곡 추가 공개(2015.11.16.), 데뷔 풀 앨범 발매(2015.12.24) 등이 바로 그것이다. 제작된 뮤직비디오만 총 7편에 달하며 음악방송에서도 7곡의 무대를 선보였다. 타이틀곡 외의 수록곡 대부분에도 관심과 집중도가 고루 분포된 셈이다.

‘앨범 쪼개기’ 전략은 상당한 비용과 그에 걸맞은 기획력을 필요로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이미지 소모로 생명력이 줄어들 수도 있기에, 리스크 또한 크다. 하지만 충분히 욕심내볼 법 한 마케팅이다. 빅뱅의 성공이 여타 관계자들을 자극하는 기폭제가 됐을 것 역시 분명하다. 과연 빅뱅은 차트와 시상식 휩쓸기에 이어, 음악 시장에 새 바람을 몰고 올 수 있을까.

이은호 기자 wild37@
사진. YG엔터테인먼트, ‘가온차트 K-POP 어워드’ 중계 화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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