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원에이포 신우(위), 빅스 켄
비원에이포 신우(위), 빅스 켄
[텐아시아=이정화 기자]“나를 갈고 닦은 후에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 (신우)
“공연을 시작하면 재미있을 것 같았다. 기대감이 컸다.” (켄)
– 6월 22일, 뮤지컬 ‘체스’ 기자간담회 중

23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뮤지컬 ‘체스’ 프레스콜이 열렸다. 출연 배우들은 약 70분 동안 1막의 하이라이트를 시연했다. 아나톨리 역의 조권-키-신우-켄, 프레디 역의 신성우-이건명, 플로렌스 역의 안시하-이정화 등이 무대에 나섰다.

뮤지컬 ‘체스’는 세계 체스 챔피언십에서 경쟁자로 만난 미국의 챔피언 프레디 트럼퍼와 러시아의 챔피언 아나톨리 세르기예프스키 간의 긴장감 넘치는 정치적, 개인적 대립과 프레디의 조수 플로렌스가 아나톨리와 사랑에 빠지며 벌어지는 운명의 소용돌이를 담고 있다. 냉전이라는 시대적 배경 아래에서 체스를 둘러싸고 인물들의 배신, 야망, 사랑이 펼쳐진다. 특히나 아이돌 캐스팅으로 화제를 모은 아나톨리는 그 무게감이 상당한 역할이다. 냉전 속에서 적대국인 미국의 여인 플로렌스를 사랑하게 되어 가혹한 운명에 발버둥 치는 인물로, 뮤지컬에 처음 도전하는 비원에이포 신우와 빅스 켄은 이러한 아나톨리를 자신들만의 방식으로 소화하며 성공적인 데뷔를 알렸다.

플로렌스 역의 안시하, 아나톨리 역의 비원에이포 신우
플로렌스 역의 안시하, 아나톨리 역의 비원에이포 신우
신우는 여배우와의 케미가 가장 좋았던 인물이다. 프레스콜에서 맡았던 신의 영향도 있었겠지만, 원작에서 40대로 설정된 아나톨리를 아이돌이 연기하게 되면서 빚어질 수 있는 어색한 부분은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안정적이면서도 부드러운 목소리와 섬세한 감성, 그리고 건장한 신체가 삼박자를 이뤄 멜로 감정을 표현할 때 빛을 발했다. 비원에이포에서 보컬과 랩을 담당하고 있는 그의 목소리의 진가를 뮤지컬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첫 뮤지컬이라는 것이 믿기지 않을 정도로 자연스러웠던 연기도 놓칠 수 없다.

아나톨리 역의 빅스 켄
아나톨리 역의 빅스 켄
켄은 노래 영역에서 존재감을 드러냈다. 일전에 시트콤을 통해 연기를 한 적이 있지만, 뮤지컬은 또 다른 영역이기에 극의 톤에 맞는 대사를 치는 것에선 미숙한 부분이 보이는 것이 사실이었다. 하지만 이내 그의 모습에 주목하게 되었던 건, 그가 차분하게 이야기를 풀어가듯 노래를 부를 때 드러난 집중력 덕분이다. 이미 뛰어난 가창력을 지닌 가수로 인정받았지만 뮤지컬은 처음인 켄이 한 달간의 공연을 통해 얼마나 성장할지 기대해 볼 만하다.

공연을 마친 후 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신우는 “(뮤지컬 출연) 기회가 없었던 건 아니었는데, 나를 좀 더 갈고 닦은 후에 시작하는 게 좋겠다고 생각했다”며 뮤지컬 출연에 대해 조심스러운 태도가 있었음을 밝혔다. 이어 “고민도, 어려운 부분도 많았는데 선배님들이 많이 채워주신 것 같다”며 함께 출연하는 배우들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켄 역시 아나톨리 역을 맡은 동료들을 비롯해 선배들에게 감사를 전했다. 또한, “주변에서 칭찬과 격려도 많이 해주셨다. 객관적으로 성공 아닌 성공으로 (첫 번째 공연을) 끝낸 것 같다”며 넉살 좋은 웃음을 지어 보이면서 “두 번째부터는 내가 무대를 갖고 놀아야겠다고 생각했다”고 말해 배우로서의 자신감도 드러냈다.

뮤지컬 ‘체스’는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7월 19일까지 공연된다.

이정화 기자 lee@
사진. 팽현준 기자 pangpa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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