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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상에 가장 서글픈 그 말,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비겁한 그 말 빨갱이, 넌 빨갱이

이 세상에 가장 왜곡된 그 말, 그리고 이 세상에 가장 무자비한 그 말 빨갱이, 넌 빨갱이

아무런 논리도 필요 없어, 누구도 책임질 필요 없어, 무조건 빨갱이라 몰아붙이기만 하면 돼, 빨갱이라 낙인찍어 버리기만 해 눈엣가시처럼 거슬리는 자 단숨에 쓸어버리고 싶을 땐

14일, 안치환과 자유가 ‘빨갱이’를 노래하자 신세계문화홀이 쩌렁쩌렁하게 울렸다. 아직은 발표된 적이 없는 노래. 오직 안치환만이 쓰고 부를 수 있는 노랫말이다. 속이 다 시원해진다. 이 곡은 한결같이 동시대를 노래해온 안치환의 음악인생 25년이 고스란히 담긴 박스세트 ‘컴플리트 마이셀프(Complete Myself)’에 수록돼 세상에 나오게 됐다.

안치환은 1990년 1집 ‘첫 번째 노래모음’ 발표 후 왕성하게 활동해오며 한국을 대표하는 저항가수로 자리하고 있다. 이번 박스세트에는 지난 25년간 발표한 97곡을 다시 녹음해 담았다. 안치환은 11집으로 넘어가기 전에 이제까지 발표한 10장의 정규앨범을 정리하고자 이번 박스세트를 기획하게 됐다.

기존 곡을 다시 녹음하는 작업은 2004년부터 진행됐다. “10년 전에 최고의 시설을 가진 내 녹음실이 생겼어요. 밴드 멤버들과 여유롭게 녹음을 할 수 있게 됐죠. 문득 예전에 남의 녹음실에서 시간에 쫓겨 녹음했던 시절에 대한 아쉬움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멤버들과 공연 농한기 때 하나둘 씩 곡을 녹음하기 시작했죠. 작업을 하면서 ‘내가 왜 이런 짓을 하고 있지?’라는 생각도 들었어요. 결국은 나 자신의 만족을 위해서 했던 것 같아요. 11집으로 넘어가기 전에 뭔가 정리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었고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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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스세트는 ‘사랑(Love)’ ‘삶(Life)’ ‘저항(Resistance)’ 세 개의 주제로 분류됐다. 안치환은 “곡을 녹음을 거의 하고 나니 주제를 3개 정도로 나눌 수 있겠더라”고 말했다. 삶과 사랑은 흔한 대중음악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주제다. 하지만 ‘저항’을 노래하는 경우는 드물다. “제가 지금까지 해온 노래를 민중가요, 운동권가요로 부르는 분들도 있는데, 그런 단어들이 시간이 지나니 별 의미가 없어지더라고요. 그런 단어는 필요한 사람들이 하는 말이고요. 전 그냥 노래라고 생각합니다. 마땅히 이 세상에 있어야 할 노래 말이죠.”

‘저항’에는 ‘빨갱이’ ‘카오스’ ‘솔아 푸르른 솔아’ ‘철의 노동자’ ‘광야에서’ 등이 담겼다. ‘빨갱이’에 대해 안치환은 “현대사에서 많은 이들에게 아픔을 준 단어이고, 지금도 그 아픔은 계속 되고 있다”며 “누군가는 이 이야기를 반드시 해야 하는데 아무도 안하니까 내가 하게 되는 것 같다. 이 말을 하고 싶어서 노래가 돼 나온 것 뿐”이라고 말했다.

이번 박스세트 녹음은 옛 곡을 현대적으로 재해석하는 작업이기도 했다. ‘안치환과 자유’의 멤버로 안치환과 오랜 인연을 이어오고 있는 기타리스트 정용민은 “옛 앨범을 들어보면 지금 음악의 편곡 및 사운드와 큰 차이가 느껴진다. 박스세트에 담긴 곡들은 10~20년 전 곡들보다 더 현대적으로 들릴 것”이라고 말했다. 안치환은 “음악적으로 내 색은 포크, 포크록, 록, 발라드의 영역으로 나눠볼 수 있다. 편곡은 안치환과 자유가 가진 음악적 소스 내에서 해결하고자 했다”고 덧붙였다.

국내에서 자신의 곡을 다시 녹음해 박스세트를 발매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다. 이날 쇼케이스에 동석한 음악평론가 박은석 씨는 “한국에서 자신의 이름을 내건 박스세트를 발매하는 경우는 이제까지 10명이 채 되지 않는다. 그만큼 대한민국 음악계에 안치환만큼 음악적 퀄리티와 경력의 일관성을 가진 뮤지션이 드물다”며 “이번 박스세트는 안치환의 지난 25주년이 굉장히 풍성하고 의미 있었다는 것을 함축적으로 보여주는 것”이라고 평했다.

글, 사진 권석정 moribe@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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