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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살 때 첫 썸머 로맨스를 겪었어요. 우리는 여름에 만나 음악 이야기를 나눴죠. 우리 둘 다 레너드 코헨을 좋아해서 운명이라고 생각했어요. 7주 후에 그는 영국으로, 난 뉴욕으로 가면서 헤어지게 됐죠. 그를 위한 노래예요.”

지난 3일 마포아트센터에서 열린 수잔 베가의 내한공연 현장. 수잔 베가는 노래를 하다가 자기의 이야기를 들려주곤 했다. “난 절대로 하얀 색 옷을 입지 않아요. 내 색은 블랙이니까요. 하지만 당신들은 어떤 색을 입어도 상관하지 않아요. 다만 전 검은 색을 입어요”란 이야기를 한 뒤 ‘아이 네버 웨어 화이트(I Never Wear White)’를 부르는 식이었다.

수잔 베가는 지난 내한공연 당시 여러 곡들을 무반주로 혼자 노래했다고 한다. 그녀의 히트곡 ‘탐스 다이너(Tom’s Diner)’의 무반주 버전처럼 말이다. 모 라디오프로그램 DJ는 이 공연을 조금 지루했다고 회상하기도 했고, 모 음악잡지 편집장은 자기 인생에서 놓친 아쉬운 공연 중 한 손에 꼽는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3일 열린 수잔 베가의 공연은 이 두 명의 음악관계자를 모두 만족시킬만한 훌륭한 무대였다.

이날 공연은 수잔 베가와 기타리스트 제리 레오나드 단 둘이 무대에 올랐다. 제리 레오나드는 데이빗 보위와 오랜 시간 함께 작업해왔으며 로저 워터스, 신디 로퍼 등의 러브콜을 받아온 베테랑 기타리스트다. 이날 사운드는 베가와 레오나드가 딱 5대5라고 해도 좋을 만큼 동등했다. 레오나드는 즉석에서 연주를 녹음해 반복 재생하는 부메랑 이펙터를 중심으로 딜레이 등 각종 공간계 이펙터를 능수능란하게 사용하게 풍성한 기타 화음을 만들어냈다. 또한 일렉트릭 보우를 이용해 바이올린과 같은 음색을 내기도 했다. 마치 화가가 캔버스를 채워나가는 듯한 연주였다. 그 위로 수잔 베가는 거닐 듯이 노래했다.

수잔 베가가 노래를 하면 공기가 바뀌는 듯했다. 그녀의 목소리는 관객을 어르고 달래고 어루만지는 것 같았다. 세월의 내공이 만들어준 힘이랄까? 간혹 리듬이 필요할 때면 관객이 박수소리로 참여했다. 관객들이 쉽지 않은 박수를 소화해내자 수잔 베가는 “베스트 클래퍼(Best Clapper)”라고 칭찬하며 “미국인들은 이렇게 박수를 잘 치지 못해요. 헌데 당신들은 훌륭하네요”라고 치켜세웠다.

수잔 베가는 과거 히트곡들과 신곡들을 골고루 들려줬다. 새 앨범 새 앨범 ‘테일스 프롬 더 릴름 오브 더 퀸 오브 펜타클스(Tales from the Realm of the Queen of Pentacles)’의 곡들을 들려주니 새삼 ‘수잔 베가는 늙지도 않고 여전히 저렇게 아름다운 곡을 쓰는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공연 막판에 ‘루카(Luka)’가 흐르자 반가움의 함성이 터져 나왔다. 이어 베가는 중절모를 쓰더니 “5분만 뉴욕에 다녀오자”라고 말하고 ‘탐스 다이너’를 들려줬다 제리 레오나드는 기타로 앰비언트에 가까운 사운드를 만들며 신비로운 분위기를 조성했다. 둘의 사운드가 너무나 아찔해 더 이상 필요한 게 없을 정도였다.

디스코, 펑크록의 열풍이 70년대 후반을 강타하고 헤비메틀, 뉴웨이브의 약진과 함께 80년대가 시작됐을 당시 모던포크는 더 이상 젊은이들의 음악이 아니었다. 딱 그러한 시기에 베가가 통기타를 들고 그리니치빌리지에 입성했다. 잡지 ‘패스트 포크’의 편집장 잭 하디 등 포크의 불씨를 되살리려는 그리니치빌리지 음악인들과 교류하던 베가는 1집 ‘수잔 베가(Suzanne Vega)’, 2집 ‘솔리튜드 스탠딩(Solitude Standing)’을 차례로 히트시키며 포크의 새로운 기수로 떠올랐다. 그리고 수잔 베가는 모던포크의 음악적인 가능성이 어디까지인지 이날 몸소 보여줬다. 통기타와 노래가 얼마나 아름다울 수 있는지를 바라보며 그저 감사할 뿐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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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수잔 베가 페이스북, 나인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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