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방신기 뮤직비디오_2
동방신기 뮤직비디오_2
“‘썸씽’은 새로운 터닝포인트 같은 곡이 될 것 같은 느낌이에요.” – 최강창민, 2013년 12월 26일 SMWEEK 동방신기 콘서트를 앞두고 열린 가자회견 중

‘썸씽’은 동방신기의 진정한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을까? 지난 1일 공개된 ‘썸씽’ 뮤직비디오로 보자면 일단은 대성공이다. 매 앨범 파격적인 퍼포먼스로 보는 눈을 사로잡았던 동방신기는 이번에 듣는 귀마저 호강시킬 준비를 마쳤다.

사실 동방신기가 그동안 펼쳐 보인 음악은 퍼포먼스와 함께 보지 않으면 듣기엔 부담스런 음악이 주를 이뤘다. ‘왜’를 비롯해 ‘캐치 미’, ‘휴머노이즈’ 등 앨범 타이틀곡들 대부분 일렉트로닉 장르를 기반으로 한 강렬한 곡들이었다. 특히 ‘캐치미’ 안무는 용춤, 헐크춤, 용틀임춤, 거울춤 등 다양한 이름이 있을 정도로 노래보다 퍼포먼스가 더욱 화제를 모았다. 여기에 SM 특유의 사회 비판적 메시지를 담은 ‘휴머노이즈’까지 이어지며 동방신기는 SM 정통 보이그룹의 계보를 더욱 확고히 계승하며 저력을 과시했다. 그만큼 노래에 힘도 한껏 줬다. 결의에 가득 찬 눈빛은 기본이었으며 마치 무대에서 몸을 불태울 것처럼 강렬하고 절도 있는 동작들이 이어졌다.

‘썸씽’은 다르다. ‘썸씽’은 라스베가스의 빅밴드 쇼를 보는 듯한 화려하고 변화무쌍한 무대가 연상되는 현대적인 구성의 스윙 재즈곡으로 그동안 볼 수 없었던 새로운 동방신기의 음악을 담았다. 지난해 12월 26일 가졌던 기자회견에서 유노윤호는 “안 보여드렸던 장르를 보여드리려고 한다. 크게 한 가지 힌트를 드리자면 빅밴드의 콘셉트다. 그 동안 ‘캐치 미’처럼 멋있으면서 퍼포먼스를 살리는 노래를 했는데 이번에는 밴드스럽게 풀 수 있는 음악이다”며 “밝은 곡도 많고, 차에서 들었을 때 ‘와 신난다’라는 느낌이 들 것이다”고 앨범 소개를 한 바 있다. 동방신기는 어떻게 바뀐 것일까?

동방신기 ‘썸씽’ 뮤직비디오
동방신기 ‘썸씽’ 뮤직비디오
동방신기 ‘썸씽’ 뮤직비디오

먼저 노래는 쉬워졌다. 노래를 부르는 게 쉬워졌다는 것이 아니라 듣기에 쉬워졌다. 유노윤호와 최강창민이 펼치는 하이노트의 향연은 그대로 이어가면서 어깨를 들썩이는 스윙재즈의 흥겨운 감성을 담았다. 어려운 가사도 사라졌다. 대신 동방신기의 섹시를 표현할 수 있는 재치 있는 가사가 이어진다. ‘썸씽’은 왕자병에 걸린 남자가 좋아하는 여자를 만나 그녀는 분명 자기가 푹 빠질만한 ‘썸씽(Something, 어떤 것)’을 가지고 있어서 빨리 내게 다가와 주기를 마음속으로 바란다는 내용이다. 허세를 담은 가사처럼 동방신기만의 쫄깃한 목소리도 함께 담겼다. 여기에 20대 후반의 성숙한 남자들이 펼치는 농익은 섹시함도 느껴진다.

퍼포먼스는 더 발전했다. 특히 이번 퍼포먼스의 핵심은 줄을 이용한 퍼포먼스. 동방신기는 줄을 튕기며 연주하는 시늉을 하기도 하며, 권투장 링을 만들거나 줄에 묶인 마리오네트를 표현하는 등 완성도 높은 고난도 라인 퍼포먼스를 펼친다. 큰 동작보다는 다리를 까딱까딱 움직이는 등 섬세한 표현력도 필요하다. 이는 파워풀한 동작보다 오히려 표현하기가 까다로운 것들. 시종일관 여유로운 표현도 지어야 해 난이도는 올라간다. 여유를 담은 목소리처럼 표정 또한 부드럽다. 순간순간 미소를 짓는 동방신기의 모습은 멋진 외모까지 적절히 부각시킨다.

뮤직비디오는 퍼포먼스에 화려함을 더했다. 시간이 멈춘 듯한 장면을 연출하는 스톱모션, 실사와 애니메이션이 결합돼 만화를 보는 듯한 재미를 주는 로토스코핑, 개별 촬영 후 합성을 통해 디테일한 영상미를 살리는 모션 컨트롤 카메라 등 다양한 촬영 기법을 통해 비현실적이면서도 역동적인 느낌을 살렸다.

동방신기는 ‘데뷔 20주년을 어떤 모습일까’는 질문에 “동방신기하면 최고의 쇼, 좋은 퍼포먼스 그리고 인간적으로 같이 성장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답했다. 퍼포먼스로서 보는 음악에서 최정점을 찍었던 동방신기는 ‘썸씽’을 통해 듣는 음악까지 제대로 점령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데뷔 10주년을 이룬 동방신기가 다시 앞으로의 10년을 예고하는 듯하다. 터닝포인트를 맞은 동방신기의 끝나지 않는 진화를 지켜보는 과정, 즐거울 것이 틀림없어 보인다.

글. 박수정 soverus@tenasia.co.kr
사진제공. SM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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