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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섯 명의 힘은 대단했다. 지드래곤의 랩, 탑의 눈빛, 승리의 입담, 대성의 가창력, 태양의 섹시함이 도쿄 돔에 모인 5만5천 명의 팬들을 한 순간도 가만두지 않았다. 일본 돔 투어 중인 빅뱅은 그야말로 물이 오를 대로 올라 관객들을 쥐락펴락했다. 다섯 명이 호흡을 맞추면 하늘이 놀라고, 개인기를 발휘하면 땅이 동하는 듯했다. 무엇보다도 다섯 남자는 무대에서 그렇게 즐거워 보일 수 없었다. 일본 팬들은 시종일관 ‘비끄방(빅뱅의 일본 발음)’을 외치며 울고 웃었다.

19일 빅뱅의 공연이 열린 도쿄돔을 찾았다. 빅뱅이 도쿄돔에 선 것은 작년 월드투어 ‘빅뱅 얼라이브 갤럭시 투어 2012’ 이후 1년 만. 이번에는 사흘간의 도쿄돔 공연을 매진시키며 무려 16만5천 명의 관객을 동원하게 됐다. 현지 인기 가수들도 엄두를 내기 힘든 숫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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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객들의 열기는 대단했다. YG엔터테인먼트의 신인 아이돌그룹 위너의 오프닝이 끝나고 암전이 되자 5만5천명의 관객이 숨을 죽였다. 이후 첫 곡 ‘하루하루’의 피아노 전주가 나오자 관객들은 거의 자지러지다시피 엄청난 데시벨의 비명을 질러대기 시작했다. 함성소리에 가려 빅뱅의 노래가 잘 안 들릴 정도였다. 이어 ‘블루’의 차분한 하모니가 도쿄돔을 감싼 후 지드래곤이 “에이요 왓츠 업 도쿄”라고 외치자 공연장의 열기가 단숨에 들끓었다. ‘배드 보이’에서는 앙증맞은 안무에서는 한결 여유로움이 묻어났다.

빅뱅의 무대 장악력은 뛰어났다. 도쿄돔이 마치 자신들의 안방인 것처럼, 자신들의 기량을 십분 발휘했다. 매끄럽게 스타트를 끊은 빅뱅은 ‘가라가라 고’, ‘핸즈 업’부터 파워풀한 무대를 선보이기 시작했다. 밴드의 실제 연주와 함께 역동적인 사운드가 터져 나왔고, 다섯 명의 치고 빠지는 호흡은 완벽에 가까웠다. 다섯 명 만으로 도쿄돔의 대형 무대가 꽉 차는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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솔로 무대도 이어졌다. 빅뱅의 막내 승리는 검은 수트를 입고 무대에 등장해 ‘렛츠 토크 어바웃 러브’, ‘할 말 있어요’ 등 신곡을 선보였다. 여성 백댄서와 섹시한 호흡을 맞추는 승리에게서는 소년이 아닌 진한 쾌남자의 냄새가 났다. 승리는 유창한 일본어로 시종일관 웃음을 선사하기도 했다. 이어 등장한 대성은 무대에 굶주린 듯 상당한 에너지와 함께 특유의 굵은 목소리로 노래했다. ‘조이풀’을 노래할 때에는 장난스런 제스처로 팬들을 즐겁게 했다.

태양이 화면에 비추자 일본 관객들은 일제히 ‘동영배’(태양의 본명)를 외쳤다. 흰색 롱코트와 흰색 마이크를 들고 무대에 나온 태양은 특유의 섹시한 음색과 절도 있는 몸동작으로 여성 팬들을 녹였다. ‘링가 링가’에서는 강렬한 비트가 도쿄돔을 후끈 달아오르게 했다.

지드래곤의 존재감은 대단했다. ‘머리 어깨 무릎 발 스웩’이라고 랩을 시작하자 도쿄돔의 공기가 바뀌는 듯했다. 가만히 객석을 노려보며 랩을 하던 지드래곤이 갑자기 전력질주를 하며 ‘겟 유 크래용’을 외친 다음 관객들이 ‘와이 소 시어리어스’로 응수하기까지의 정적은 이날의 명장면 중 하나였다. 거대한 마이크를 등에 매고 등장한 탑은 눈빛 하나로 관객을 제압했다. 빨간 조명 아래 터져 나온 ‘둠 다다’는 주술적인 느낌을 주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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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전체 빅뱅은 매 곡마다 다양한 장면을 연출했다. ‘핸즈 업’에서는 계단 위로 올라갔다가 봉을 타고 내려오기도 하고, ‘러브 송’에서는 객석으로 향하는 무빙 스테이지 위에서 자유롭게 춤췄다. 다섯 명은 시종일관 무대를 휘젓고 다니며 눈을 즐겁게 했다. 퍼포먼스가 무대를 완성했다면, 중간 중간 펼쳐지는 멤버들의 장난기는 큰 웃음을 줬다. 탑이 즉흥적으로 마이클 잭슨의 ‘문워크’를 추자 태양은 ‘빌리 진’을 노래하며 장단을 맞췄다. 그렇게 쉴 새 없이 장난을 칠 때는 개구쟁이 소년들 같았다. 밴드 멤버를 소개하는 시간에는 제임스 브라운의 ‘Get Up (I Feel Like Being a) Sex Machine’을 능청스럽게 노래하기도 했다.

마지막 곡 ‘판타스틱 베이비’가 끝난 후에도 일본 팬들은 자리를 떠나기는커녕 노래를 합창하며 빅뱅의 앵콜을 기다렸다. 빅뱅의 앵콜은 자유분방함 그 자체였다. 산타클로스 옷을 입고 무대에 다시 나온 빅뱅은 ‘거짓말’, ‘붉은 노을’ 등 초창기 곡을 선사하며 마지막 불꽃을 태웠다. 러닝타임 세 시간이 훌쩍 지났지만 열기는 도무지 식을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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빅뱅은 지난 11월부터 내년 1월까지 사이타마 세이부 돔을 시작으로 오사카 쿄세라 돔, 후쿠오카 야후 오크 돔, 나고야 돔, 도쿄 돔, 삿포로 돔을 도는 일본 6대 돔 투어를 진행 중이다. YG 측에 따르면 이번 돔 투어를 통해 약 77만1,000명의 관객을 동원할 예정이다. 2009년 일본 정식 진출 후 4년 만에 일궈낸 쾌거다. 빅뱅은 일본 진출 당시까지만 해도 현지에서 마니악한 인지도를 가졌었다. 하지만 소규모 클럽부터 시작해 차근차근 공연장의 규모를 넓혀가 지금에 이르게 됐다. YG엔터테인먼트 박헌표 이사는 “빅뱅의 힙합에 스타일리시함이 더해지고 패션, 스타일 등이 동시에 주목받으며 인기도 점점 커져갔다. 하지만 무엇보다도 실력을 바탕으로 꾸준한 콘서트를 해온 것이 오늘날 일본에서 빅뱅의 성공을 가능하게 한 것”이라고 말했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YG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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