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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아이유의 노래 ‘분홍신’과 넥타의 ‘히어즈 어스(Here’s Us)’가 유사하다는 지적에 대해 아이유 소속사 로엔 엔터테인먼트 측은 “‘히어스 어스’의 일부 멜로디와 ‘분홍신’의 두 번째 소절(B 파트)은 멜로디는 유사하게 들릴 수 있으나 두 곡의 코드 진행은 전혀 다르다”라고 공식 입장을 밝혔다.

‘분홍신’은 b플랫마이너 스케일의 코드 진행으로 b플랫 마이너-bm7-cm7-cm6-f7sus4-f7으로 진행되고 ‘히어스 어스’는 도미넌트 스케일의 코드 진행으로 b플랫 메이저의 원 코드 진행이라는 것. 이 말을 쉽게 풀이하자면, 멜로디만 일부분 유사할 수 있지만 코드 진행이 전혀 다르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작곡가 방시혁은 “음악에는 장르와 클리셰라는 개념이 있다. ‘분홍신’이 표절이면 그 많은 스윙재즈곡들은 거의 전곡이 서로 표절이라고 해야 한다”며 ‘분홍신’이 표절이 아님을 밝혔다. 작곡가 김형석은 “비밥 스윙은 빠른 템포의 곡. 그러다 보니 보편적으로 리듬의 형태가 비슷하다. 빠른 일렉트로닉 댄스곡의 리듬구성들이 비슷하듯이 그것을 표절이라 보기엔 무리가 있다”고 글을 남겼다.

하지만 여기서 ‘장르와 클리셰’, 그리고 아이유 노래 ‘분홍신’과 관련된 ‘스윙’이라는 전문적인 용어에 대한 이해에 대한 어려움이 따르고 있다. 뮤지션이나 음악 전공자들의 경우 이 두 노래가 전혀 상관이 없음을 단박에 알 수 있지만, 일반인의 경우 일부 멜로디가 유사하기 때문에 비슷하다고 느낄 수 있다.

때문에 텐아시아에서는 차후 불필요한 표절 논란을 방지하고자 ‘장르와 클리셰’에 대한 설명을 덧붙인다. 대중적으로 잘 알려진 세 개의 노래를 예로 들겠다.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 레드 제플린의 ‘로큰롤(Rock&Roll)’, 제임스 브라운의 ‘아이 갓 유(아이 필 굿)(I Got You(I Feel Good))’. 이 세 곡은 ‘12마디 블루스’라는 동일한 장르적 클리셰를 지닌 곡이다. 간단하게 말해 일반적으로 쓰이는 코드 진행을 가져다가 노래를 만든 것이다. 때문에 동일하게 들리는 멜로디가 있다. 하지만 이것을 가지고 절대로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12마디 블루스’라는 것은 음악인들 사이에서 약속된 코드 진행이기 때문이다.

12마디로 구성된 블루스의 코드 진행은 다음과 같다. C Key(다장조)를 기준으로 하겠다.

C Key = C D E F G A B C
다장조 = 도 레 미 파 솔 라 시 도

12마디 블루스 진행(C Key) C-C-C-C-F-F-C-C-G-F-C-G
도-도-도-도-파-파-도-도-솔-파-도-솔
여기서 코드를 숫자로 표시하면 1-1-1-1-4-4-1-1-5-4-1-5

인순이
인순이
인순이

우리에게 익숙한 가요, 인순이의 ‘밤이면 밤마다’를 들어보자.

‘밤이면 밤마다’ – C Key

외로운 밤이면 밤마다 네 모습 떠올리기 싫어
C(1) C(1) C(1) C(1)
희미한 전등불 밑에서 내 모습 초라한 것 같아 싫어
F(4) F(4) C(1) C(1)
정답게 지저귀는 저 새들 내 맘 알까 몰라
G(5) F(4) C(1) G(5)

레드 제플린
레드 제플린
레드 제플린

블루스 코드 진행의 느낌이 보다 더 확실한 곡을 하나 더 들어보자. 레드제플린의 ‘Rock&Roll’이다.

‘Rock&Roll’ – A Key

It’s been a long time since I rock and rolled
A(1) A(1)
It’s been a long time since I did the stroll
A(1) A(1)
Let me get it back Let me get it back Let me get it back Baby where I come from
D(4) D(4)
간주
A(1) A(1)
It’s been a long time been a long time Been a long lonely lonely lonely Lonely lonely time
E(5) D(4)
간주
A(1) E(5)

이 곡의 경우 기타연주를 집중해서 들어보면 하나의 기타리프가 코드 진행에 따라서 변화하는 것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바로 이 변화의 느낌이 기본적인 블루스 진행의 느낌이다. 실제로 우리가 그동안 들어온 수많은 음악들, 특히 재즈와 록의 상당수가 이 블루스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이러한 코드 진행은 알게 모르게 우리의 귀에 상당히 익숙해져 있다.

제임스 브라운(오른쪽)
제임스 브라운(오른쪽)
제임스 브라운(오른쪽)

그렇다면 여기서 블루스 형식으로 된 곡을 하나 더 들어보자. 제임스 브라운의 ‘I Got You(I Feel Good)’이다.

‘I Got You(I Feel Good)’ – D Key

Woah, I feel good, I knew that I wouldn’t of
D(1) D(1) D(1) D(1)
I feel good, I knew that I wouldn’t of
G(4) G(4) D(1) D(1)
So good, so good, I got you
A(5) G(4) D(1) A(5)

위 세 곡들은 각각 조(Key)는 다르지만 코드 옆에 표시된 숫자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코드 진행은 모두 같다. 셋 다 1-1-1-1-4-4-1-1-5-4-1-5의 똑같은 진행. 귀로 느껴지는 곡의 멜로디, 느낌이 일부 비슷하지만 이 세 곡을 표절이라고 하지 않는다. 그냥 12마디 블루스 진행의 곡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바로 대중음악에 있어서 ‘장르적 클리셰’라는 대목이다. 엘비스 프레슬리, 비틀즈, 롤링 스톤즈, 밥 딜런 등 모두가 이런 블루스 진행의 곡을 가지고 있다. 비슷하게 들린다고 무조건 표절은 아니라는 것이다.

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 팽현준 pangpang@tenasia.co.kr
사진제공. 로엔 엔터테인먼트, 워너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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