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3년은 아마도 유사 이래 한국에 가장 많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 해로 기억될 것이다. 올해는 사상 최고치를 찍었던 작년보다도 음악 페스티벌이 오히려 늘고 있다. 재작년이 ‘난무’, 작년이 ‘전쟁’이었다면 올해는 ‘핵폭발’ 수준이다. 이번 주말에 열리는 봄 음악축제 ‘뷰티풀 민트 라이프’를 시작으로 축제 성수기인 5~8월 사이에만 무려 15개에 이르는 크고 작은 음악 페스티벌이 열린다. 핵폭발의 시작은 석가탄신일을 낀 5월 셋째 주 주말 연휴다. 5월 17일과 19일 사이에만 ‘서울 재즈 페스티벌’, ‘그린플러그드’,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월드 DJ 페스티벌’ 등 4개의 대형 페스티벌이 열리며 로이킴, 정성하 등이 게스트로 나오는 제이슨 므라즈의 내한공연, 그리고 시규어 로스, 키스 쟈렛의 내한공연까지 겹쳐 있다. 이후 8월로 가면 전통의 강호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과 신생축제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이 같은 기간 열려 두 번째 폭발을 예고하고 있다. 이 가운데 최근 주요 페스티벌이 라인업의 윤곽을 공개하면서 페스티벌 팬들의 관심을 고조시키고 있다. 지갑 사정이 아쉬울 뿐. 어디에 가야 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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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의 강호
7월 26일부터 28일까지 사흘간 안산시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에서 열리는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이하 안산밸리)은 큐어, 스크릴렉스, 나인 인치 네일스로 이어지는 주요 해외 라인업의 윤곽을 확정지었다. 또한 그래미 돌풍을 일으킨 신인밴드 펀(Fun.)과 최근 새 앨범을 발표한 뱀파이어 위크엔드가 눈길을 끈다. 그 외에 포올즈, 헐츠, 코히드 앤 캠브리아 등 마니악한 뮤지션들이 대거 포진했다. 이외에 새 앨범을 발표하는 불독맨션, 디어클라우드 등 국내 라인업도 참신하다. 올해 지산에서 안산으로 새롭게 자리를 옮긴 ‘안산밸리’ 측으로서는 작년의 리디오헤드와 같은 킬러 콘텐츠보다는 음악의 다양성과 질로 승부한다는 계획이다. ‘안산밸리’ 관계자는 “인기 있는 특정 아티스트보다는 마니아를 거느린 다양한 장르의 아티스트를 볼 수 있는 것이 페스티벌의 매력”이라며 “단독으로 한국에 데려오기 힘든 실력파 아티스트들을 골고루 만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8월 2일부터 4일까지 인천 송도에서 열리는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이하 펜타포트)은 최근 1차 라인업으로 들국화를 비롯해 폴 아웃 보이, 스키드 로우, 스토리 오브 더 이어, 피스, 블러드 레드 슈즈 등을 발표했다. 올해로 8년째를 맞는 고참 페스티벌인 ‘펜타포트’는 1999년 전신인 ‘트라이포트 락 페스티벌’을 비롯해 2006 ~ 2009년 행사가 열린 송도로 자리를 옮겼다. ‘펜타포트’ 관계자는 “간이무대가 아닌 페스티벌을 위한 초대형 상설무대를 신축해 우천 시에도 안전하게 공연을 관람할 수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펜타포트’는 편안한 교통편과 편의시설, 합리적인 티켓 가격으로 기존 팬들을 공략한다는 각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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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석가탄신일대첩’의 승자는?

5월 17일과 18일 서울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에서 열리는 ‘서울 재즈 페스티벌’은 최종라인업을 확정지었다. 미카, 데미안 라이스 등 팝스타부터 램지 루이스, 로이 하그로브, 히로미, 로베르토 감바리니 등 베테랑 재즈 뮤지션들을 골고루 볼 수 있는 것이 ‘서울 재즈 페스티벌’의 강점. 같은 날 경기도 자라섬 일대에서 열리는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이하 자라섬 R&B)에서는 재즈의 역사를 관통하는 거장 베니 골슨, 올해 그래미상을 수상한 로버트 글래스퍼 익스페리먼트 등 재즈를 중심으로 구성된 라인업을 만나볼 수 있어 재즈 팬들의 열기가 기대된다.

역시 같은 기간에 열리는 ‘그린플러그드’에는 인디 신의 최고 인기 밴드들이 총출동하며, 올해로 7회째를 맞는 ‘월드 DJ 페스티벌’은 DJ들의 화려한 일렉트로닉 댄스 뮤직을 중심으로 꾸며진다. 업계 관계자들 사이에서는 한 기간에 페스티벌이 몰려 있는 것에 대해 집객을 걱정하는 소리도 들린다. ‘서울 재즈 페스티벌’을 주최하는 프라이빗커브 관계자는 “현재까지 티켓 판매는 좋은 편이다. 작년의 두배 정도 관객을 기대한다”며 “이 기간에 여러 가지 페스티벌이 열리지만, 각각 대상으로 하는 관객층이 다르기에 집객을 크게 걱정하지는 않는다”고 말했다.

신생 페스티벌들의 도전

6월 7일부터 9일까지 남이섬에서 열리는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3 뮤직 &캠핑’(이하 레인보우 아일랜드)은 헤드라이너로 지난 2월 영국 록밴드 트래비스를 헤드라이너로 일찌감치 공개하며 관심을 끌었다. 올해로 3회째를 맞이하는 ‘레인보우 아일랜드’는 같은 기간에 열리는 경쟁 축제가 없어 집객에 큰 무리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주최사인 VU엔터테인먼트 관계자는 “작년과 비슷한 수준의 집객을 예상하고 있다”고 전했다.

작년에 일렉트로니카 페스티벌 붐을 주도한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코리아(이하 UMF 코리아)’는 6월 14일과 15일 서울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 등지에서 개최된다. 작년 첫 행사는 주경기장이 마치 거대한 클럽이 된 것처럼 불야성을 이뤘다. 2회째를 맞는 올해 행사에는
세계 정상급 DJ들인 아민 반 뷰렌, 아비치, 칼 콕스 등이 무대에 오르며 국내에 열혈 마니아층을 지닌 테크노 걸그룹 퍼퓸, 최근 DJ로 변신한 컬쳐 클럽 출신의 팝스타 보이 조지가 내한해 눈길을 끈다.

여성 뮤지션들만 무대에 오르는 한국판 ‘릴리스 페어’라 할 수 있는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지산에서 열리는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이하 지산월드)은 올해 처음 열리는 페스티벌들이다. 지산리조트와 ‘지산월드’ 측은 플라시보, 자미로콰이 등의 해외 라인업을 확정했다.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와 KBS미디어가 공동 주최하는 ‘지산월드’는 해외 뮤지션들을 추가로 발표할 예정이라 해외 라인업을 데려오는 여타 페스티벌 관계자들의 촉각을 곤두세우게 하고 있다. 한편 올해로 2회째를 맞는 ‘슈퍼소닉’은 조만간 라인업을 공개할 예정이다. 일본의 대표 록 페스티벌 ‘서머소닉’과 라인업을 제휴하는 ‘슈퍼소닉’은 ‘서머소닉’에 오는 유명 아티스트들을 얼마나 데려올 지가 흥행을 좌우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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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방의 페스티벌들에 주목

최근 음악페스티벌이 급증하면서 라인업 경쟁, 집객의 어려움, 정체성의 혼란 등의 문제점들도 지적되고 있다. 이 가운데 변방에서 개최되는 참신한 페스티벌들도 눈길을 끈다. 5월 4일 문래예술극장에서 개최되는 언더그라운드 페스티벌 ‘2013 51플러스 페스티벌’(이하 51플러스)는 젊고 진취적인 아티스트들로 꾸며진다. 올해로 4회째를 맞는 ‘51플러스’는 2010년 홍대입구역 재개발로 인해 철거 위기에 놓였던 ‘두리반’을 돕고자 처음 열렸다. 특정 기획사가 아닌 뮤지션이 직접 기획하는 DIY 페스티벌로 열리는 이 행사에는 소규모 아카시아 밴드, 황보령 스맥소프트, 로다운 30 등 인디 신의 대선배 뮤지션들과 함께 하헌진, 김태춘, 김일두, 곽푸른하늘, 위댄스 등 최근 주목받는 신예 뮤지션들이 대거 출연해 기대를 모은다.

이달 26일부터 28일까지 전북 전주에서 열리는 ‘메이드 인 전주’에는 베테랑 헤비메탈 밴드들부터 실력파 신인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장르의 뮤지션들이 대거 참여해 튼실한 라인업을 자랑한다. H2O, 블랙홀, 블랙신드롬, 나티, 제로지, 크라티아 등 80년대부터 활약한 대선배 뮤지션들부터 허클베리핀, 윈디시티, 마리서사, 시와, 로맨틱펀치, 24일 등 50여 팀이 레드제플린, 딥인투, 슈퍼스타 등 전주 시내에 위치한 세 곳의 라이브클럽에서 공연을 펼칠 예정이다.

주요 페스티벌 일정

뷰티풀 민트 라이프 4월 27~28일 고양 아람누리
메이드 인 전주 4월 26~28일 전주 클럽 일대
51플러스 페스티벌 5월 4일 문래예술극장
서울 재즈 페스티벌 5월 17~18일 올림픽공원 내 88잔디마당
자라섬 리듬 앤 바비큐 페스티벌 5월 17~18일 가평 자라섬 일대
그린플러그드 5월 17~18일 난지한강공원
월드 DJ 페스티벌 5월 17~19일 양평강상체육공원
레인보우 아일랜드 2013 뮤직&캠핑 6월 7~9일 남이섬섬
뮤즈 인 시티 페스티벌 6월 15일 올림픽공원 내 88 잔디마당
울트라 뮤직 페스티벌 6월 14~15일 잠실종합운동장 올림픽 주경기장
안산 밸리 록 페스티벌 7월 26일~28일 안산 대부도 바다향기테마파크
인천 펜타포트 락 페스티벌 8월 2일~4일 인천 송도국제도시 23호 공원
지산 월드 락 페스티벌 8월 2일~4일 지산 포레스트 리조트
부산 국제 록 페스티벌 8월 2~4일 부산 삼락강변체육공원
슈퍼소닉 8월 14~16일 올림픽공원

글.권석정 moribe@tenasia.co.kr

편집. 홍지유 ji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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