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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지러지고, 오열하고, 함성을 지르는 모습은 태국 팬들도 마찬가지였다. 준수(XIA) 2집 ‘Incredible’ 발매 기념 아시아투어의 포문을 여는 첫 콘서트가 20일 태국 방콕에 위치한 시암 로얄 파라곤홀에서 성황리에 열렸다.

뮤지션으로서 새 앨범의 노래들을 처음 선보이는 무대는 극도로 긴장되는 순간이 될 수밖에 없다. 그런 순간을 방콕에서 맞이한 이유는 이곳에 대한 JYJ, 그리고 준수의 남다른 애정 때문이다.

준수는 작년 1집 ‘TARANTALLEGRA’를 발표했을 때에도 첫 해외 공연지로 태국을 찾은 바 있다. 방콕은 자신에게 있어서 투어의 성공을 기원하는 ‘럭키’한 곳이라고 한다. 그의 말마따나 약 3,000명이 운집한 방콕 공연은 한국을 비롯해 중국, 일본, 말레이시아 등으로 이어질 투어의 초석을 다지는 무대가 되기에 충분했다. 한편으로 방송으로는 볼 수 없는 공연이기에 더욱 의미가 깊었다.

오프닝 영상이 지나간 후 준수는 ‘TARANTALLEGRA’로 강렬하게 스타트를 끊었다. 칼처럼 짜인 군무가 초장부터 객석을 압도했다. 곡 중간에 그로울링을 하는 준수는 소년이 아닌 남자의 모습이었다. 거대한 성처럼 꾸며진 무대는 마치 뮤지컬의 한 장면을 보는 듯했다. 새 앨범 발매 후 첫 콘서트라서 그런지 두 번째 곡 ‘No Gain’에서는 마이크 상태가 조금 불안했지만 준수는 냉정함을 잃지 않고 무사히 곡을 마쳤다.

이날 공연에서 주목할 점은 JYJ가 아닌 준수가 혼자서 약 두 시간 가량의 러닝타임을 어떻게 꾸려나가는가를 살펴보는 것이었다. 곡 중간의 적절한 영상배치, 영상 속 에피소드가 곡으로 그대로 이어지는 연출을 비롯해 갖가지 아이디어들이 준수를 지원했다. 무엇보다 놀라운 것은 준수의 체력이었다. 격렬한 댄스곡을 포함해 17곡을 부르는 가운데 준수는 불안함 없이 무대를 이끌었다. 뮤지컬로 다져진 체력 때문일까? 이런 무대 운용 능력은 국내 남자 아이돌그룹 멤버 중에 군계일학이라 할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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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 곡마다 각기 다른 다채로운 퍼포먼스는 단연 인상적이었다. 백댄서들과 칼 군무를 보여준 ‘Tarantallegra’, ‘Incredible’, 절절한 가창력을 선보인 ‘바보가슴’, ‘가지 마’, 소울풀한 창법의 ‘Rainy Days’ 로맨틱한 감성의 ‘나 지금 고백한다’, ‘초콜릿 걸’ 수건을 이용한 안무를 시도한 ‘Turn It Up’ 등이 다양한 볼거리를 제공했다. 특히 새 앨범에서도 섹슈얼한 가사가 돋보이는 ‘No Reason’에는 소파에 누운 준수를 여성 댄서들이 쓰다듬는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여성 관객들의 비명에 공연장이 떠나갈 것 같았다.

팬들의 반응은 대단했다. 공연 전 객석에서 준수의 어머니를 발견하고 사진을 찍는가 하면 무대에서 준수가 하는 한국말 멘트를 알아듣고 즉각적으로 반응해 준수를 놀라게 하기도 했다. ‘11시 그 적당함’을 노래할 때에는 미리 약속을 하고 야광봉을 흔들어대는 모습은 한국 팬클럽과 다름없는 모습이엇다. 관객의 소원을 들어주는 시간이 되자 ‘귀요미 송’을 시키는 것도 한국 팬들과 닮았다. 한 중년의 백인 관객은 준수의 ‘사랑은 눈꽃처럼’을 따라 부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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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이 막바지로 흐르자 무대 뒤 화면에 준수의 어린 시절 사진과 함께 예전을 돌아보는 자막들이 떴다. ‘준수가 태어난 그 날 이후 23만2,968시간, 준수가 가수의 꿈을 키운 지 11만8,704시간, 준수 월드투어 총 비행거리. 9만8,000km, 월드투어 총 관객 수 5만3,800명, 2집이 나오기까지 총 1만248시간’ 등의 자막들. 숫자들이 늘어날수록 준수와 팬들 사이의 애틋함도 커져 갈 거다. 본 공연 마지막 곡 ‘Incredible’이 끝나자 관객들은 약 5분 가까이 김준수를 연호했다. 갑자기 바닥에서 튀어나와 무대 위를 방방 뛰어다니며 ‘Fever’를 노래하는 준수. 순간, 공연이 이제 막 시작된 것 같았다.

태국=글. 권석정 moribe@tenasia.co.kr
사진제공. 씨제스 엔터테인먼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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