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잠'의 유재선 감독은 시나리오를 집필하던 당시에 아내와의 에피소드를 밝혔다.
유재선 감독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잠' 인터뷰에 나섰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재선 감독은 단편영화 '부탁'을 통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어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옥자'의 연출부, '버닝'의 영문 자막 번역 등 다양한 이력을 쌓고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만든 첫 장편영화인 '잠'을 만들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기도 했다.
'잠'은 몽유병이라는 소재를 토대로 신혼부부의 불안을 그려낸 작품. 소재로 몽유병을 택한 이유에 관해 묻자 "어디선가 들어본 호러 영화의 소재 같지만, 흥미로운 것 같다. 몽유병 환자의 극단적인 괴담을 한 번씩은 들어보지 않았나. 시간이 흐르면서 몽유병 환자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사람 가족의 일상은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보통 이런 장르 영화 같은 경우, 주인공이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도망가거나 멀어지는 것이 장르의 구조다. '잠'과 같은 경우는 본인을 위협하는 대상이 본인이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라서 자의적으로 공포를 돌파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라고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완성했다는 유재선 감독은 "시나리오는 3~4개월 정도 썼고, 촬영은 2개월에 걸쳐서 30회차 조금 넘게 찍었던 것 같다. 감독님 인터뷰를 많이 찾아보는데 본인 배우자한테 시나리오를 많이 보여준다고 하더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관계가 알게 모르게 녹여있다 보니 많은 아이디어를 줬던 것 같다. 칸에서 함께 봤었다. '재밌게 봤냐'고 물어봤을 때, 재밌다고 말을 해줬다. 함께 이야기한 것을 들어서 그런지 객관적으로는 보지 못하더라. 촬영 일화들을 중점으로 이야기하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속에서 부부의 단합은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라는 현판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수진은 현수에게 이 문장을 강조하기도 한다. 유재선 감독은 "어쩌면 강요처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나의 상황을 많이 대입했다. 나의 아내가 주인공인 '수진'의 결혼관이 비슷했다. 아내와 나의 관계도 현수와 수진을 닮아있었다. 무직이었고 장래가 밝지는 않았다. 지금이 밝다는 것은 아니지만(웃음) 아내는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커리어가 쌓이고 있었다. 의문이 들 때마다 아내는 '그런 문제는 함께 극복하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했다"라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잠'에서는 부부로서의 갈등이 아이를 가진 부모로 연결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혹시나 구조가 변하는 지점에 대해 정유미 배우와 논한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충돌은 논한 적이 없다. 정유미 배우의 연기는 90퍼센트 시나리오에 적힌 대로 해주셨던 것 같다. 부부간의 사랑과 모성애의 충돌이라는 상황의 해석이나 이론적으로 접하지는 않았다. 매 상황에 각자를 대입하고 접근을 했던 것 같다. 정유미 배우가 정말 대단한 부분은 내가 원하던 '수진'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한 것 같다. 종종 내가 생각했던 연기를 이탈해서 놀라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정말 수진이라면 이랬겠구나'라면서 감탄하며 무릎을 딱 친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잠'의 결말 부분의 해석은 관객들에게 맡긴다는 말처럼 유재선 감독은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결말뿐만 아니라 아웃라인 계획을 세웠을 당시에도 생각했던 부분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께서 '기승전결까지 아웃라인을 꼼꼼하게 채워도 중간에서 이탈한다'는 말이 공감되더라. 3장이 어떤 내용일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확신이 든 것 같다. 결말 같은 경우는 해석에 확신이 있지만, 해석의 여지는 관객에게 있고 그들의 소유인 것 같다. 각자의 해석이 전부 다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들의 해석에 문을 닫고 싶지는 않다"라고 강조했다.
데뷔작부터 칸 영화제에 초청된 신인 감독 유재선. 차기작에 대해 구상한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몇 가지 아이디어는 있다. 영화 지인들은 '지금 해야 한다'라고 말을 하더라.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다른 것을 생각할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개봉 일정을 충실히 수행한 다음에 다음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스터리 범죄물과 다른 하나는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장르가 로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한다. 제작사에서는 첫 번째 것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작에 대한 부담보다는 잠재성과 가능성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 전제는 차기작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만들수만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복일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잠'은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유재선 감독은 23일 서울 종로구 삼청동에 위치한 한 카페에서 영화 '잠' 인터뷰에 나섰다.
'잠'은 행복한 신혼부부 현수(이선균)와 수진(정유미)을 악몽처럼 덮친 남편 현수의 수면 중 이상행동, 잠드는 순간 시작되는 끔찍한 공포의 비밀을 풀기 위해 애쓰는 두 사람의 이야기를 그린 작품이다.
유재선 감독은 단편영화 '부탁'을 통해 부천국제판타스틱 영화제에서 판타스틱 단편 작품상을 수상했다. 이어 '은밀하게 위대하게'와 '옥자'의 연출부, '버닝'의 영문 자막 번역 등 다양한 이력을 쌓고 그가 직접 각본을 쓰고 만든 첫 장편영화인 '잠'을 만들어 제76회 칸 국제영화제 비평가주간에 초청되기도 했다.
'잠'은 몽유병이라는 소재를 토대로 신혼부부의 불안을 그려낸 작품. 소재로 몽유병을 택한 이유에 관해 묻자 "어디선가 들어본 호러 영화의 소재 같지만, 흥미로운 것 같다. 몽유병 환자의 극단적인 괴담을 한 번씩은 들어보지 않았나. 시간이 흐르면서 몽유병 환자의 일상은 어떤 모습인가를 생각했던 것 같다. 그 사람 가족의 일상은 어떤지에 대한 궁금증이 생겼다. 보통 이런 장르 영화 같은 경우, 주인공이 공포의 대상으로부터 도망가거나 멀어지는 것이 장르의 구조다. '잠'과 같은 경우는 본인을 위협하는 대상이 본인이 사랑하고 지켜주고 싶은 사람이라서 자의적으로 공포를 돌파해야 한다는 점이 흥미로웠다"라고 이야기했다.
시나리오를 집필하면서 아내와 이야기를 주고받으면서 완성했다는 유재선 감독은 "시나리오는 3~4개월 정도 썼고, 촬영은 2개월에 걸쳐서 30회차 조금 넘게 찍었던 것 같다. 감독님 인터뷰를 많이 찾아보는데 본인 배우자한테 시나리오를 많이 보여준다고 하더라. 마찬가지로 개인적인 관계가 알게 모르게 녹여있다 보니 많은 아이디어를 줬던 것 같다. 칸에서 함께 봤었다. '재밌게 봤냐'고 물어봤을 때, 재밌다고 말을 해줬다. 함께 이야기한 것을 들어서 그런지 객관적으로는 보지 못하더라. 촬영 일화들을 중점으로 이야기하더라"라며 당시를 회상했다.
영화 속에서 부부의 단합은 주요한 키워드로 등장한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할 문제는 없다'라는 현판이 지속해서 등장하고 수진은 현수에게 이 문장을 강조하기도 한다. 유재선 감독은 "어쩌면 강요처럼 느낄 수도 있다. 하지만 시나리오를 쓸 당시에는 나의 상황을 많이 대입했다. 나의 아내가 주인공인 '수진'의 결혼관이 비슷했다. 아내와 나의 관계도 현수와 수진을 닮아있었다. 무직이었고 장래가 밝지는 않았다. 지금이 밝다는 것은 아니지만(웃음) 아내는 경제적으로도 사회적으로도 커리어가 쌓이고 있었다. 의문이 들 때마다 아내는 '그런 문제는 함께 극복하는 거야'라는 말을 많이 했다"라며 비하인드를 밝혔다.
'잠'에서는 부부로서의 갈등이 아이를 가진 부모로 연결되는 구조를 띠고 있다. 혹시나 구조가 변하는 지점에 대해 정유미 배우와 논한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그런 충돌은 논한 적이 없다. 정유미 배우의 연기는 90퍼센트 시나리오에 적힌 대로 해주셨던 것 같다. 부부간의 사랑과 모성애의 충돌이라는 상황의 해석이나 이론적으로 접하지는 않았다. 매 상황에 각자를 대입하고 접근을 했던 것 같다. 정유미 배우가 정말 대단한 부분은 내가 원하던 '수진'의 모습을 완벽하게 연기한 것 같다. 종종 내가 생각했던 연기를 이탈해서 놀라게 하는 상황이 만들어지기도 했다. '정말 수진이라면 이랬겠구나'라면서 감탄하며 무릎을 딱 친 경험이 있다"라고 답했다.
기자간담회를 통해 '잠'의 결말 부분의 해석은 관객들에게 맡긴다는 말처럼 유재선 감독은 관객들에게 해석의 여지를 주고 싶다고 언급했다. 그는 "결말뿐만 아니라 아웃라인 계획을 세웠을 당시에도 생각했던 부분이다. 쿠엔틴 타란티노 감독님께서 '기승전결까지 아웃라인을 꼼꼼하게 채워도 중간에서 이탈한다'는 말이 공감되더라. 3장이 어떤 내용일지에 대한 윤곽이 드러나고 확신이 든 것 같다. 결말 같은 경우는 해석에 확신이 있지만, 해석의 여지는 관객에게 있고 그들의 소유인 것 같다. 각자의 해석이 전부 다 타당하다는 입장이다. 그들의 해석에 문을 닫고 싶지는 않다"라고 강조했다.
데뷔작부터 칸 영화제에 초청된 신인 감독 유재선. 차기작에 대해 구상한 부분이 있느냐고 묻자 "몇 가지 아이디어는 있다. 영화 지인들은 '지금 해야 한다'라고 말을 하더라. 아무래도 처음이다 보니 다른 것을 생각할 정신이 없는 것 같다. 개봉 일정을 충실히 수행한 다음에 다음 아이디어를 생각해보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스터리 범죄물과 다른 하나는 관객으로서 좋아하는 장르가 로코에도 도전해보고 싶다'는 생각한다. 제작사에서는 첫 번째 것을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차기작에 대한 부담보다는 잠재성과 가능성이 더 중요한 것 같다. 그 전제는 차기작을 만들 수 있다는 것 아닌가. 만들수만 있다면 그것 자체로도 복일 것 같다"라고 덧붙였다.
영화 '잠'은 오는 9월 6일 개봉한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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