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일은 없다'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최지예의 별몇개≫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가 개봉 전 먼저 본 영화의 별점을 매깁니다. 영화표 예매 전 꼭 확인하세요. 당신의 시간은 소중하니까!


'잠' 별몇개? = ★★★☆

무섭고 기괴해 보이나, 지극히 일상적이다. 끝내 극으로 치닫지만, 상황을 대입해 보면 무리도 아니다. 묘하고 독특하게 조여오면서, 결국엔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영화 '잠'(감독 각본 유재선)이다.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일은 없다'

신혼부부의 소담한 집 거실에는 비장한 명패가 하나 걸려 있다. 이 부부 공동의 모토인 이 문구는 영화 내내 부부뿐만 아니라 관객들의 머릿속에도 끊임없이 상기된다.

다정한 남편 현수(이선균)와 사랑스러운 아내 수진(정유미)은 2세 탄생을 앞두고 알콩달콩 신혼 생활 재미에 푹 빠져있다. 그러다 어느 날 "누가 들어왔어"란 현수의 잠꼬대를 시작으로 부부의 일상에 균열이 생긴다.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영화는 현수의 렘수면행동장애, 이른바 몽유병의 증상과 치유하는 과정을 따라가지만 정작 시선을 잡아끄는 것은 이를 지켜보는 수진의 심리 변화다. 현수가 이 병을 극복하도록 살뜰하게 챙기던 수진은 현수의 증세가 호전되지 않고 악화 일로를 걷자 점차 피폐해진다. 종국에는 딸을 지켜야 한다는 강박에 사로잡혀 광기 어린 행동까지 서슴지 않는다.

이 모든 일련의 과정 가운데 영화가 집요하게 붙잡는 것은 '둘이 함께라면 극복 못 할 일은 없다'라는 부부의 공동 모토다. 이 영화를 두고 '스릴러의 외피를 입은 러브 스토리'라고 소개했다는 유재선 감독의 정의가 와닿는 지점이다. 낯설고 신선한 작법을 통해 보편타당한 메시지를 깊이 있게 제시했단 점에서 영화의 미덕을 갖춘 작품이다. 이 영화의 장르를 '스릴러브스토리'(스릴러+러브스토리)라 지어주고 싶다.

연출은 군더더기 없이 명료하다. 유 감독의 입봉작인 것을 고려했을 때 기대 이상의 매무새를 보여줬다. 첫 데뷔니 하고 싶고 보여주고 싶은 것들이 많았을 텐데도 애매한 컷은 과감히 덜어내고 명확한 메시지로 뚝심 있게 마침표를 찍어낸 연출력이 준수했다.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다만, '봉준호 키드'로 알려진 유재선 감독은 영화의 몇몇 지점에서 봉준호 감독의 향기가 느껴지기도 한다. 아직 무르익지 않은 신인 감독이기에 그만의 색깔과 세계관을 구축하는 데에는 시간이 소요될 것으로 보이지만, 첫 작품부터 칸 영화제의 러브콜을 받은 만큼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감독이다.

봉준호 감독이 "미쳤다"는 코멘트를 남긴 정유미와 이선균의 연기는 더할 나위 없다. 워낙 생활 연기에 정평에 난 이들 배우는 현실 속 어딘가 숨 쉬고 있을 법한 부부의 모습을 그려냈다.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잠' 보도스틸/사진 = 롯데엔터테인먼트
정유미는 초반 특유의 사랑스러운 매력을 보여주다 후반으로 갈수록 전에 보지 못했던 얼굴을 꺼낸다. 서늘하고 차가운, 광기 어린 모습에서 정유미의 폭넓은 연기 스펙트럼을 확인할 수 있다.

이선균은 두 차례 압도하는 연기를 선보인다. 표정과 감정을 배제하고 날고기와 날계란을 껍질째 씹어 삼키는 장면은 기괴하고 섬뜩했고, 후반부 빙의 시퀀스에선 그야말로 소름 돋는 아우라를 뽐낸다.

오는 9월 6일 개봉. 15세 이상 관람가. 러닝타임 94분.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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