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여름, 극장에서 개봉할 텐트폴 영화(일명 대작 영화)가 연이어 개봉할 예정이다. 8월 2일 개봉하는 '비공식작전'(감독 김성훈)과 같은 날 개봉하는 '더 문'(감독 김용화)에 이어 8월 9일 '콘크리트 유토피아'(감독 엄태화)까지. 코로나로 침체했던 극장가가 다시 활력을 띌 준비를 하는 듯 보인다. 그중에서 첫 번째 주자로 나선 영화 '밀수'는 류승완 감독의 신작이다. 오늘 26일 개봉하며, 텐트폴 영화들의 전투에 가장 빠르게 참전한다. 거침없는 액션과 통쾌한 대사로 관객들을 사로잡았던 류승완 감독은 '베테랑'에 이어 또다시 천만 관객을 돌파할 수 있을지 기대가 커진다.
영화 '밀수'는 바다에 던져진 생필품을 건지며 생계를 이어가던 사람들 앞에 일생일대의 큰 판이 벌어지면서 휘말리는 해양 범죄 활극이다. 이전까지 남자 배우가 중심인물로 나오던 류승완 감독 영화 중에서 유일하게 여자가 극을 이끄는 인물로 등장한다. 배우 김혜수와 염정아가 바로 그 주인공. 김혜수는 성공을 위해 밀수 판에 뛰어든 '조춘자' 역으로 분했고, 염정아는 해녀들을 이끄는 리더 '엄진숙'을 연기했다. 매번 남자들의 싸움에 관심을 가지던 류승완 감독은 김혜수와 염정아라는 두 여배우를 중심으로 극의 재미와 신선함을 잡을 예정이다.
그렇다면 류승완 감독의 이전 작품들은 어땠을까. 1996년 단편 영화 '변질헤드'로 데뷔한 류승완 감독의 이름 석 자를 알린 것은 바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였다. 이 작품은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전에 만든 단편 두 편과 새롭게 찍은 두 편을 묶어서 개봉한 것. 개봉했을 당시,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8만 관객을 모았으며 배우 류승범의 리얼한 양아치 연기로 관객들에게 '양아치를 데려온 것 아니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정도. 잘 알려졌다시피 류승범은 류승완의 동생이다. 형 류승완의 권유로 영화에 출연했다가 데뷔하게 된 일화도 유명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비행을 일삼는 고등학생 석환(류승완)은 조직폭력배를 꿈꾸는데, 패싸움하다가 파출소로 가 성빈을 보고 그 꿈이 더욱 커진다는 내용이다. 폭력배들이 다투고 칼부림하는 장면은 신선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져 신인 감독임에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상업 영화를 찍게 된 류승완은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라는 패러디로도 유명한 영화 '부당거래'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부당거래'(2010)는 연쇄 살인 사건의 계속된 범인 검거 실패로 대통령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던 중 용의자가 사망하자 경찰청이 가짜 범인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리는 영화. 동생 류승범과 다시 만난 류승완은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다. 극 중 서울중앙지검 검사 주양 역을 맞은 류승범은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명대사를 날리기도 했다. 범죄 수사기관의 어두운 이면을 포착한 류승완은 이후 장르의 대가가 되기도 했다. 수사기관의 빛과 어둠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많은 호평을 받은 '부당거래'는 웰메이드 사회파 스릴러로 등극했다. '베를린'(2013)은 국내가 아닌 해외 독일 베를린으로 영화의 무대를 옮긴다. 첩보 액션 영화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는 수사 도중에 의문의 인물 표종성(하정우)을 만나 배후를 쫓다가 일어나는 사건을 담았다. 쫓고 쫓기는 범죄 활극으로 류승완의 최대 장기를 활용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2015)은 "어이가 없네"라는 류승완 특유의 말맛으로 2015년 그해 여름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다시 한번 경찰을 캐릭터로 내세운 류승완은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재벌 3세의 싸움을 통쾌하게 잡아낸 영화다. 극 중에서 부당한 요구와 몰상식한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본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분노는 관객들에게도 곧바로 전달됐다. 때문에 조태오를 처단하는 장면에서 묘한 쾌감이 드는 것과 서울 도심에서 쫓고 쫓기는 카 체이싱 액션도 별미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며 모습을 비춘 마동석은 신스틸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류승완이 계속 승승장구를 한 것은 아니다. 영화 '군함도'(2017)의 처참한 실패로 인해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하시마섬 탈출기를 그린 '군함도'는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군함도'라는 소재 자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초반의 애국 영화라는 홍보 마케팅과 달리 그저 초대형 블록버스터 탈출 영화로 표현된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꼽혔다.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의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만의 아이덴티티가 퇴색되어서였을까. 당시 관객들은 '군함도'를 찾지 않았고 '베테랑'의 흥행을 이어받지 못했다.
2021년 '모가디슈'에서 류승완은 '군함도'의 오점을 완전히 씻고 다시 나타났다.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북한 대사관의 직원이 국가의 신념이나 이념을 잠시 지우고 생존을 위해서 화합하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코로나 발생 이전에 모로코에서 촬영한 '모가디슈'는 아름다운 풍광 아래에 참혹한 현실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전작에서 범했던 오점을 말끔하게 지워낸 류승완은 몰입감 넘치는 촬영과 세련된 연출로 신파를 앞세우지 않은 담담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오는 26일 개봉하는 '밀수'는 어떨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성 캐릭터를 중심인물로 잡던 전작들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가 주연으로 나온다. 간간히 매력 있고 톡톡 튀는 여성 캐릭터가 나오기는 했으나, 류승완 영화에서 여성 주연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모가디슈'에 이어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것일까. 올여름, 텐트폴 영화의 첫 주자로 나선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어떤 형태로 류승완만의 인장을 보여줄지 우려와 기대가 함께 공존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그렇다면 류승완 감독의 이전 작품들은 어땠을까. 1996년 단편 영화 '변질헤드'로 데뷔한 류승완 감독의 이름 석 자를 알린 것은 바로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2000)였다. 이 작품은 일종의 옴니버스 형식으로 이전에 만든 단편 두 편과 새롭게 찍은 두 편을 묶어서 개봉한 것. 개봉했을 당시, 저예산 영화임에도 불구하고 8만 관객을 모았으며 배우 류승범의 리얼한 양아치 연기로 관객들에게 '양아치를 데려온 것 아니냐'라는 오해를 불러일으켰을 정도. 잘 알려졌다시피 류승범은 류승완의 동생이다. 형 류승완의 권유로 영화에 출연했다가 데뷔하게 된 일화도 유명하다.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는 비행을 일삼는 고등학생 석환(류승완)은 조직폭력배를 꿈꾸는데, 패싸움하다가 파출소로 가 성빈을 보고 그 꿈이 더욱 커진다는 내용이다. 폭력배들이 다투고 칼부림하는 장면은 신선하고 현실적으로 그려져 신인 감독임에도 관객들의 눈길을 끌었다.
이후 상업 영화를 찍게 된 류승완은 "호의가 계속되면 둘리"라는 패러디로도 유명한 영화 '부당거래'로 입지를 굳히게 된다. '부당거래'(2010)는 연쇄 살인 사건의 계속된 범인 검거 실패로 대통령이 직접 사건에 개입하던 중 용의자가 사망하자 경찰청이 가짜 범인을 만드는 아이러니한 상황을 그리는 영화. 동생 류승범과 다시 만난 류승완은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다. 극 중 서울중앙지검 검사 주양 역을 맞은 류승범은 "호의가 계속되면은, 그게 권리인 줄 알아요"라는 명대사를 날리기도 했다. 범죄 수사기관의 어두운 이면을 포착한 류승완은 이후 장르의 대가가 되기도 했다. 수사기관의 빛과 어둠을 세밀하게 포착하며 많은 호평을 받은 '부당거래'는 웰메이드 사회파 스릴러로 등극했다. '베를린'(2013)은 국내가 아닌 해외 독일 베를린으로 영화의 무대를 옮긴다. 첩보 액션 영화로 국정원 요원 정진수(한석규)는 수사 도중에 의문의 인물 표종성(하정우)을 만나 배후를 쫓다가 일어나는 사건을 담았다. 쫓고 쫓기는 범죄 활극으로 류승완의 최대 장기를 활용한 영화로 평가받고 있다.
그중에서도 천만 관객을 동원한 영화 '베테랑'(2015)은 "어이가 없네"라는 류승완 특유의 말맛으로 2015년 그해 여름을 완전히 사로잡았다. 다시 한번 경찰을 캐릭터로 내세운 류승완은 베테랑 광역수사대와 재벌 3세의 싸움을 통쾌하게 잡아낸 영화다. 극 중에서 부당한 요구와 몰상식한 재벌 3세 조태오(유아인)를 본 형사 서도철(황정민)의 분노는 관객들에게도 곧바로 전달됐다. 때문에 조태오를 처단하는 장면에서 묘한 쾌감이 드는 것과 서울 도심에서 쫓고 쫓기는 카 체이싱 액션도 별미다. "나 여기 아트박스 사장인데"라며 모습을 비춘 마동석은 신스틸러로 등극하기도 했다.
류승완이 계속 승승장구를 한 것은 아니다. 영화 '군함도'(2017)의 처참한 실패로 인해서 한동안 침체기를 겪었다. 하시마섬 탈출기를 그린 '군함도'는 1945년 일제강점기 경성을 배경으로 삼았지만, '군함도'라는 소재 자체를 제대로 사용하지 못했다는 논란이 제기됐다. 초반의 애국 영화라는 홍보 마케팅과 달리 그저 초대형 블록버스터 탈출 영화로 표현된 것 역시 문제점으로 꼽혔다. 장편영화 데뷔작이었던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서의 사실적으로 표현한 그만의 아이덴티티가 퇴색되어서였을까. 당시 관객들은 '군함도'를 찾지 않았고 '베테랑'의 흥행을 이어받지 못했다.
2021년 '모가디슈'에서 류승완은 '군함도'의 오점을 완전히 씻고 다시 나타났다. 배우 김윤석, 조인성, 허준호, 구교환 등이 출연한 이 작품은 1991년 소말리아의 수도 모가디슈에서 벌어진 내전으로 인해 벌어지는 사건을 담았다. 대한민국 대사관의 직원과 북한 대사관의 직원이 국가의 신념이나 이념을 잠시 지우고 생존을 위해서 화합하는 이 영화는 실화를 바탕으로 재구성됐다. 코로나 발생 이전에 모로코에서 촬영한 '모가디슈'는 아름다운 풍광 아래에 참혹한 현실을 박진감 넘치게 그려냈다. 전작에서 범했던 오점을 말끔하게 지워낸 류승완은 몰입감 넘치는 촬영과 세련된 연출로 신파를 앞세우지 않은 담담한 연출이 인상적이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그렇다면, 오는 26일 개봉하는 '밀수'는 어떨까. 앞서 언급한 것처럼 남성 캐릭터를 중심인물로 잡던 전작들과는 달리 여성 캐릭터가 주연으로 나온다. 간간히 매력 있고 톡톡 튀는 여성 캐릭터가 나오기는 했으나, 류승완 영화에서 여성 주연을 찾아보기란 쉽지 않았다. '모가디슈'에 이어 또 다른 도전을 하는 것일까. 올여름, 텐트폴 영화의 첫 주자로 나선 류승완 감독의 '밀수'는 어떤 형태로 류승완만의 인장을 보여줄지 우려와 기대가 함께 공존하는 바다.
이하늘 텐아시아 기자 greenworld@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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