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전도연-김희애-엄정화-이영애/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배우 전도연-김희애-엄정화-이영애/사진 = 텐아시아 사진DB
안방에 거센 여풍이 불어 닥치고 있다. 최근 안방은 여성 주연 서사가 인기다. 그것도 50대 여배우들의 비상이다.

가장 먼저는 전도연을 꼽을 수 있다. 전도연은 최근 종영한 tvN '일타 스캔들'에서 국가 대표 배구 선수 출신 반찬 가게 사장 남행선 역으로 분해 사랑스러운 로맨틱 코미디를 선보였다. 기획-촬영 당시만 해도 50대 여배우의 로맨틱 코미디가 통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표가 있었으나, 전도연은 보란 듯이 선입견을 깨트리며 자신만의 색깔로 캐릭터에 색을 입혔고 배우 정경호(최치열 역)와의 러브 라인도 설득력 있게 그려냈다.
전도연·김희애·엄정화·이영애, 女風 타고 훨훨 나는 50대 언니들 [TEN피플]
전도연은 이어 넷플릭스 영화 '길복순'(감독 변성현)을 통해 액션 연기에도 도전했다. 킬러 전문 업체의 톱 클래스 킬러인 길복순 역을 맡은 전도연은 데뷔 이래 처음으로 강도 높은 액션을 소화하며 한계를 깨는 도전에 나섰다. '길복순'은 변 감독의 일베(극우성향 커뮤니티사이트 일간베스트 약자) 논란을 비롯해 작품 자체에 대한 호불호가 극명하게 갈렸지만, 전도연의 연기력과 액션 도전에 대해서는 큰 이견 없이 호평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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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으로는 김희애다. 김희애는 넷플릭스 시리즈 '퀸메이커'에서 최정상급 '이미지 메이커'인 황도희 캐릭터를 연기했다. 김희애는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재벌 기업 오너 리스크를 막아내는 전략기획실장이었다가, 여성 인권 변호사 오경숙(문소리 분)을 서울시 시장 선거 캠프 본부장으로 활약하며 통쾌한 승리의 맛을 선사한다. 극중 진폭이 큰 캐릭터였음에도 김희애만의 내공으로 굳건하게 중심을 잡고 극을 이끌었다는 평을 받고 있다.
엄정화./사진=텐아시아DB
엄정화./사진=텐아시아DB
가수와 배우에 있어 두 마리 토끼를 잡아내는 만능 엔터테이너인 엄정화는 JTBC 토일드라마 '닥터 차정숙'에서 타이틀롤 차정숙으로 변신했다. 20년 차 가정 주부에서 1년 차 레지던트가 된 차정숙은 이른바 '경단녀'(경력단절여성)의 상황에 공감대를 형성하며 때로는 재미있고 때로는 시원한 사이다 매력으로 많은 시청자들의 주목을 끄는 중이다. 엄정화는 안정적인 연기력과 톡톡 튀는 본연의 매력으로 차정숙 캐릭터에 매력을 더하고 있다.
배우 이영애 / 사진 = 텐아시아DB
배우 이영애 / 사진 = 텐아시아DB
엄정화에 이어 이영애가 지휘자로 변신하며 안방극장을 노크한다. 이영애는 tvN 새 드라마 '마에스트라'에서 비밀을 품은 여성 지휘자 차세음 역을 맡았다. '마에스트라' 측은 차세음에 대해 '세계적으로 명성을 떨치고 있는 클래식계 신성으로 과감하고 강단 있는 성격으로 연주자와 청중을 매료시키는 무대 위 지배자'라고 표현했다. 이 같은 차세음 캐릭터를 이영애가 어떻게 구현해 낼지 이목이 쏠리고 있다. 특히, 2021년 12월 종영한 JTBC 드라마 '구경이'에서 흥행 실패를 맛본 이영애는 이번 작품이 더욱 중요하게 다가올 것으로 보인다.

여성 주연 서사 비중이 높아진 것은 최근 발표된 연구에서도 포착된다. 최근 넷플릭스와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학교(USC) 애넌버그 포용정책연구팀이 공동으로 발간한 다양성 리포트에 따르면, 2018년부터 2021년까지 공개된 넷플릭스 영화·시리즈 중 여성이 단독 혹은 공동 주연으로 출연한 작품은 55%였다. 다양성 분석을 시작한 첫해인 2018년에는 여성 주연작 비율이 48.6%로 시작해, 2019년 55.2%, 2020년 56.7%, 2021년에는 61%를 기록하며 증가 추세를 보이고 있다.

여성의 이야기가 잘 팔리는 건 콘텐츠 공급자와 소비자를 차지하는 여성의 비중이 예전보다 늘어났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콘텐츠를 만드는 주체 중 여성이 많아졌고, 소비나 콘텐츠 구매 역시 여성의 비율이 높다는 것이다. 또, 여성의 사회 진출이 늘어난 것에서 나아가 다양화 되며 이전보다 더 다채롭고 새로운 이야기를 다룰 수 있게 된 것도 주요 원인으로 분석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텐아시아에 "최근 여성 감독이나 콘텐츠 제작자들이 많이 나오면서 여성 이야기의 공급이 많고 작품 퀄리티도 신선하다"며 "콘텐츠의 주된 시청층이나 구매층인 여성이 관심 가질 만한 이야기를 제작하려고 하기 때문에 이 같은 흐름이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또, 하나 재미있는 것은 국내 원톱 여성 주연으로 연기하고 있는 언급된 배우들이 모두 지천명을 넘긴 50대라는 사실. 예전 같았으면 단순히 엄마나 아내 역에 멈춰 있었을 배우들이 타이틀 롤을 맡아 연기하며 훨훨 날고 있는 것이다.

최지예 텐아시아 기자 wisdomart@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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