류준열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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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게으르지만, 오히려 겁이 없어요. 뚜렷한 목표를 가지고 악착같이 간다고 하면 부작용도 생기고 상처받는 사람도 생길 거에요. 누군가에게 피해도 주고 그럴 텐데 그렇지 않으면 상대적으로 스트레스도 덜 받지 않을까요? 상상한 적이 없는데 이루어지니까 상상하지 않은 게 현실이 되는 느낌이에요. 상상하면 욕심이 생기고 허무할 것 같아요. 한 번도 꿈꾸지 못한 일들이 매일 생기고 있어요. 내일도 생길 거라고 생각해요. 그런 걸 기대하면서 일어나요."

게으르지만, 겁이 없는 배우 류준열. 그동안 해왔던 캐릭터와 다른 의미를 지닌 '올빼미' 속 역할과 만났다. 눈빛으로 모든 것을 표현해야 하는 그의 얼굴이 돋보였다.

한 번도 꿈꿔 보지 못한 일들이 류준열에게 매일 일어나고 있다. 그는 내일도 꿈꾸지 못한 일을 생길 거라는 기대감으로 자고 일어난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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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감독 안태진)는 밤에만 앞이 보이는 맹인 침술사가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후 진실을 밝히기 위해 벌이는 하룻밤의 사투를 그린 스릴러. 특히 조선 왕가의 의문사인 소현세자의 죽음에 새로운 허구의 캐릭터를 가미하여 완성한 영화. "마치 약물에 중독되어 죽은 사람 같았다"고 기록된 역사적 미스터리에서 출발했다.

류준열이 유해진과 영화 '택시운전사', '봉오동 전투'에 이어 '올빼미'로 재회했다. 세 번째 호흡인 만큼 말을 하지 않아도 찰떡같은 케미를 선보인다. 유해진도 "굳이 예의를 안 갖춰도 되고 '잘하자', '현장에서 봐' 그런 느낌이었다. 약간 편해진 게 있다"고 했다.

앞서 류준열은 '올빼미' 언론배급시사회 후 진행된 기자간담회에서 유해진의 "제가 옆에서 봤을 때 정말 굵은 기둥이 돼 가고 있구나 많이 느꼈다"는 말에 눈물을 보였다. 유해진은 류준열의 눈물을 몰랐다고 밝혔다.
류준열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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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와 관련해 류준열은 "오해다. 눈에 뭐가 들어갔나"라고 밝혀 웃음을 안겼다. 그는 "해진 선배님이 그 타이밍에 그런 이야기를 해주셨다. 제가 눈물을 쉽게 보이는 스타일이 아닌데 울컥했다. 저를 잘 아는 친구들은 '무슨 일이냐?', '네가 그럴 리가 없는데', '못 참았어?'라고 하더라"고 설명했다.

극 중 류준열은 경수를 연기했다. 경수는 세자의 죽음을 목격한 맹인 침술사다. 류준열은 "저는 정말로 게으르다. 오히려 겁은 없다. 겁이 없어서 문제다. 사실 학교 다닐 때부터 하고 싶은 역할만 했던 것 같다. 어떻게 들으면 오해할 수도 있지만, 학교 안에서 오디션을 볼 때 제일 하고 싶었던 역할을 다했다. 그 비결은 제가 잘해서라기보다는 주인공 역할들은 치열하기 때문에 그런 역할을 별로 하고 싶지 않았다. 그 외 역할을 하고 싶으니까 상대적으로 경쟁도 덜했다"고 털어놨다.

이어 "그 전부터 핸디캡이 있는 역할이라든가 부지런히 움직이어야 하는 캐릭터에는 대본 자체에 손이 안 가더라. 이번 역할은 '딱 봐도 쉽지 않겠다' 싶더라. 부지런히 움직이어야 하는 역할인 거 같은데 대본이 주는 매력이 확실히 있다. 그래서 무조건 저지른 스타일이었다"고 덧붙였다.
류준열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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류준열은 주맹증을 앓고 있는 캐릭터를 표현하기 위해 눈의 초점을 잡지 않았다. '올빼미' 촬영이 끝난 지금도 초점을 잡는 데 좋지 않다고. 류준열은 "아침에 일어나면 초점 잡는 데 시간이 걸린다.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물을 마시고 화장실을 가지 않나. 그때 거의 초점이 안 잡힌다. 병원에서도 초점을 잡으라고 하더라. 이거 실화다. 초점을 안 잡고 사는 경우는 없지 않나. 억지로 초점을 빼다 보니까 편안하다고 해야 하나. 반대로 이야기하면 초점을 잡는 데 애를 써야 한다. 그래서 안 잡는 게 더 편했다"고 밝혔다.

류준열은 "안과 가서 검사하면 시력 검사를 먼저 하지 않나. 편안하게 하라고 해서 초점 안 잡고 눈을 떴다. '보이세요?'라고 하길래 '안 보이는데요'라고 했다. 시력 검사 할 때 밑에서 점점 올라가지 않나. 초점을 잡고 보라고 하더라. 초점 잡으니까 시력이 1.5로 많이 좋다. 시력에 이상이 없어서 민망하게 나왔다. 초점이 안 잡혀 있는 게 편안하다"며 웃었다.

류준열이 느낀 '올빼미'의 매력은 무엇이었을까. 그는 "기본적으로 다 만들어진 스튜디오에서나 현장에서 만들어진 것들 등 영화를 볼 때 조금 거짓인 걸 알고 보지 않나. 있을 법한 일인데 '나라면 어떻게 할까?'라고 접하는데 이번 작품은 인조실록의 내용을 가지고 허구에 상상을 덧붙여서 만든 거니까 더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진짜 이럴 수도 있겠는데?'싶더라. 2시간 속아서 영화를 재밌게 즐기면 그게 미덕이 아닐까. 몰입감이 명확했다"고 말했다.
류준열 /사진제공=NEW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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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빼미'를 위해 류준열이 가장 많은 준비 한 부분이 의사소통이었다고. 그는 "커뮤니케이션 준비를 많이 했다. 그 시간에 공을 많이 들였다. 제작진들, 촬영 감독님, 조명 감독님, 미술 감독님, 가장 중요한 안태진 감독님과 이야기를 많이 했다. 그 어떤 작품보다 이야기를 많이 했다. 집요하게 묻고, 따지고 준비를 많이 했다"고 했다.

류준열은 "이번 작품을 하면서 커뮤니케이션을 어떻게 하는지와 중요하다는 걸 배웠다. 그 부분에 신경 많이 썼다. 영화는 공동의 작업이지 않나. 제가 늘 강조했던 게 '자기 몫을 잘하면 영화는 굴러간다'는 것이었다. 그게 사실 꼬아서 반대로 들으면 '내 것만 혹은 할 것만 하고 간다'는 거다"라며 "물론 그것도 중요한 미덕이기도 하고, 필요하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외의 것들도 같이 나누면서 아이디어도 내고 책임감 있게 했다. '배우니까 연기만 하고 가면 돼'가 아니라 다른 부분도 묻고 따지고 하면서 책임지는 게 완성도에 기여하지 않았나. 그런 부분이 좋았다"고 애정을 드러냈다.

마지막으로 류준열은 "'올빼미' 들어갈 때 컨디션이 좋았다. 운동선수가 프리 시즌이라고 하나 큰 대회를 앞두고 운동하면서 폼을 맞춰 놨을 때 화려한 퍼포먼스가 나오듯이 그럴 때 컨디션도 좋다"며 "연출에 관심이 있냐는 질문에 '연출보다는 제작에 관심이 많은 편'이라고 몇 번 대답했다. 이번 작품도 그런 마인드가 없지 않아 있었다. 여러 의견도 내고, 주고받으면서 편하게 준비한 것 같다. 제작하는 마인드가 일정 부분에 들어가 있지 않았나 생각이 든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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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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