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어부바' 종범 역 정준호 인터뷰
"과거 흥행만 생각, 잘하는 분야라 안일"
"가족이 볼 수 있는 영화 하고 싶었다"
"아내 이하정, 영화 보고 울었다고 하더라"
"촬영 중 부상 입었지만 제작자 마인드로"
정준호 /사진제공=트리플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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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회 때 와이프(이하정)와 와이프 친구들, 아나운서 동료들이 와서 '어부바'를 봤다. 제가 출연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울었다고 하더라. 과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었는데 자기들만 운 게 아니라 옆, 뒤에서 훌쩍이는 걸 목격했다고 하더라."

6일 화상 인터뷰를 통해 만난 배우 정준호가 시사회로 영화 '어부바'(감독 최종학)를 관람한 아내 이하정의 반응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5월 11일 개봉하는 '어부바'는 늦둥이 아들과 철없는 동생 그리고 자신의 분신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고군분투하는 종범(정준호 분)의 이야기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 '커뮤니티 BIFF' 올해 주목할 만한 개봉작으로 선정됐다.
정준호 /사진제공=트리플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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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는 오랜만에 메인 주연으로 스크린에 컴백한다. 그는 "상당이 설레고 떨리는 마음"이라며 "영화는 많은 사람이 참여해서 같이 공동 작업을 통해 완성품을 만드는 거다. 주연 배우는 연기의 개연성부터 전체적인 짜임새를 이끌어가야 하기에 상당히 마음이 무겁고, 책임감이 남다르다"고 밝혔다.

1995년 MBC 24기 공채 탤런트로 연예계에 데뷔한 정준호는 데뷔 27년 차를 맞았다. 배우 생활만 25년을 해온 그는 흥행을 우선했다고 고백했다. 정준호는 "투자자들의 자금을 모아서 영화를 만들다 보니까 우선으로 흥행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다. 흥행해서 투자한 것에 대해 손해를 보지 않고 좋은 결과를 가져갈 수 있게끔 똑같은 선택을 하게 되더라"고 말했다.

이어 "그러다 보니 비슷한 장르, 비슷한 캐릭터들을 연기한 기억이 많다. 어쩌면 내가 잘하는 분야라고 생각해서 조금 더 자신이 있었다. 시나리오를 파악하고 분석하는 게 안일했던 것 같다. 잘하는 쪽으로 치우치지 않았나 싶다. '정준호가 나와서 영화가 잘 됐다'는 소리를 듣고 싶은 마음이 앞섰다"고 덧붙였다.
정준호 /사진제공=트리플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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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는 "흥행, 책임감과 부담감은 항상 가지고 있다. 제가 결혼해서 아이를 낳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가족에게 한 번은 '가족이 소중하다'는 따뜻한 느낌과 가족이 볼 수 있는 소재의 영화를 해보고 싶었다"고 설명했다.

"인생의 진면목을 바라보고 살아야 할 것 같다"던 정준호. 그는 "50이 넘고, 가정을 갖고 아이들을 키우다 보니 인생에 1, 2등이 정해져 있거나 메이저, 마이너가 될 수도 있다. 수 십억, 많게는 수백억의 영화를 찍다가 제작비, 출연료를 양보하고 인센티브를 갖는 취지로 '어부바'를 시작했다. 수백억 상업 영화 못지않게 분위기가 좋았다. 열정적인 모습에 제가 받은 출연료보다 밥, 간식을 산 돈이 더 많이 들었다"고 했다.

흥행을 우선시했던 과거와 달리 정준호는 달라진 생각으로 '어부바'를 선택했다. 정준호의 생각이 달라진 배경은 바로 아들 시욱이 때문이었다. 정준호는 2011년 아나운서 출신 이하정과 결혼, 슬하에 1남 1녀를 두고 있다.
정준호 /사진제공=트리플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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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들이 올해 9살이다. 7살 때부터 매체를 통해서 아빠가 영화배우라는 걸 알게 됐다. '아빠 무슨 영화 찍었어?', '어떤 영화 출연했어?'라고 물어보더라. 아들에게 '같이 영화를 한 번 볼까?'라고 할 수 있는 영화가 많지 않더라. 제가 출연한 영화들이 다소 자극적인 소재가 많았다. 전쟁 영화는 볼 수 있지만, 메인 주연으로 출연한 영화를 봤을 때 아들하고 좀 편하게 볼 수 있는 게 많지 않은 것 같다. '어부바' 시나리오를 받았을 때 '이 영화다!' 싶었다. 오랜 배우 생활을 했지만 내가 아버지가 되고, 아들을 낳고 기르다 보니 가슴 속 뭉클하게 남을 수 있는 그런 영화가 '어부바'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시나리오를 읽고 결정했다."

최근 '어부바' 언론배급시사회와 VIP 시사회가 열렸다. 정준호의 아내 이하정도 '어부바'를 관람했다고. 정준호는 "시사회 때 아내와 친구들, 아나운서 동료들이 와서 봤다. 제가 출연해서 그런지 모르겠는데 울었다고 하더라. 제가 출연했다고 과하게 생각하는 게 아닌가 싶었다. 시사회 끝나고 스태프들과 쫑파티 하는 자리에 왔는데, 자기들만 운 게 아니라 옆, 뒤에서 훌쩍이는 걸 목격했다고 하더라"며 "시사회 오신 분들 반 정도가 아기 엄마들이라 아이를 키우는 부모 입장에서 봤을 때 제 행동 하나하나에 아픔을 느낀 것 같다"고 했다.

극 중 정준호는 어부바호 선장 종범을 연기한다. 종범은 어부바호를 지키기 위해 하루하루 고군분투하는 인물. 정준호는 종범을 통해 진한 부성애 열연은 물론 관객들에게 유쾌한 웃음과 찡한 감동까지 전달할 예정이다.
정준호 /사진제공=트리플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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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는 "종범이는 묵묵하면서 고지식한 면도 있다. 소중한 아들을 늦게 얻게 됐다. 녹록지 않은 현재 생활에서 나름대로 최선을 다해 가정을 지키고,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을 위해 선장 역할을 한다. 돌아보면 우리 주변에도 이런 인물이 많다"며 "저 역시 종범이처럼 늦게 아들을 가졌다. 또 종범이처럼 장손이고 장남이다. 종범이에게 공감이 되는 부분이 많았다. 제가 살아왔던 걸 되새기면서 캐릭터를 연구한 것 같다"고 말했다.

'어부바'를 촬영하다 인대가 끊어지는 다쳤던 정준호다. 그는 촬영을 중단하지 않고 그대로 강행했다고. 정준호는 "촬영을 하루 못 하면 제작비가 많이 소요된다. 저만 찍는 게 아니라 다른 배우들의 스케줄도 있지 않나. 정말 큰 부상이 아니면 웬만한 배우들은 그날 촬영분을 소화하려고 한다. 부상은 촬영장에서 흔히 있는 일"이라고 했다.

또한 "병원에서 2~3주 움직이지 말라고 했는데 쉴 수 없었다. 힘들고 아프긴 해도 예정대로 해야 했다.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끝까지 촬영을 마쳤다. 프로듀서가 감사하다고 하더라. 내게 '제작비까지 생각해주셔서 감사하다'며 제작자 마인드까지 있다고 하더라"고 전했다.
정준호 /사진제공=트리플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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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준호는 영화의 엔딩곡인 '김태욱의 노래에는 그대가 살고 있나 봐'를 불렀다. 정준호가 출연 작품 OST에 참여한 건 2008년 드라마 '내 생애 마지막 스캔들'에 이어 이번이 두 번째다.

"오랜만에 OST에 참여하게 됐다. 꿋꿋이 살아가는 종범 형제와 묵묵히 늦둥이 아들을 키우며 자기의 인생을 잘 살아가는 순박한 종범이와 가족이 생각났으면 하는 의미에서 선택했다. 그래서 의미가 있다. 물론 영화와 잘 어울릴 것 같아서 감독님께 말씀을 드리기도 했지만, 막역한 친구 김태욱 씨가 노래를 들려주면서 어울리는 영화, 드라마가 있다면 꼭 부르라고 하더라. 노래를 듣고 '언젠가 이 노래와 어울리는 영화, 드라마를 할 때 불러야겠다'고 했다. '어부바'가 잘 맞을 것 같아서 이번에 부르게 됐다."

정준호는 5월 중 크랭크인하는 영화 '귀신경찰'(감독 김영준)에 오랜 친구인 신현준과 함께 출연한다. 정준호는 "('귀신경찰'이) 신현준의 회사에서 제작하는 걸로 안다. 신현준이 제가 출연 중인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에 저승사자로 특별 출연을 해준다"고 말문을 열었다.
정준호 /사진제공=트리플 픽쳐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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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는 "출연 제안을 하니 며칠 고민하다가 수락하더라. 고민 한 게 상당히 기분이 나쁘더라. 하면 바로 한다고 그 자리에서 '하겠다'고 해야 하는데, 이틀이 지난 뒤 연락을 했다"며 "그 전에 '탁재훈 형한테 부탁할 테니까 당신 일 보라'고 문자를 했다. 그러자 꺼림칙하게 수락한 것 같다"고 했다.

정준호는 "신현준이 '나도 했으니까 너도 귀신경찰에 특별 출연해달라'고 하더라. 그래서 흔쾌히 '할게'라고 했다. '귀신경찰'은 특별 출연이다. 출연료는 기름값 정도 줬는데 주연처럼 둔갑하여 있더라. 이런 경우는 저도 당황스럽다"고 말해 웃음을 안겼다.

정준호는 현재 방영 중인 드라마 '지금부터, 쇼타임!'과 '어부바'로 TV와 스크린에서 동시에 대중과 만난다. 그는 "드라마 찍을 때도 지금 방송이 될 줄 몰랐다. '어부바' 역시 개봉 시기가 이렇게 될 줄 몰랐다. 코로나19로 드라마, 영화가 늦춰져 비슷한 시기에 선보이게 됐다. 관객, 시청자의 입장에서 볼 때 드라마와 영화는 다른 장르고, 다른 캐릭터여서 제 모습을 보고 색다른 느낌을 받지 않을까 싶다. 그래서 큰 걱정은 안 하고 있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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