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민경의 인서트》

오늘(4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개봉
스크린 2832개 독과 속 사전 예매량 102만 장 기록
/사진=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메인 포스터
/사진=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메인 포스터
《강민경의 인서트》
영화 속 중요 포인트를 확대하는 인서트 장면처럼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가 영화계 이슈를 집중 조명합니다. 입체적 시각으로 화젯거리의 앞과 뒤를 세밀하게 살펴보겠습니다.

마블 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5월 극장가 공습에 나섰다.

4일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개봉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이날 오전 기준 사전 예매량 102만 9428장을 올렸다. 지난 2년간 개봉한 작품 중 사전 예매량이 100만장을 넘은 영화는 없었다. 신기록의 배경에는 상영관 독점이라는 편치 않은 사실이 숨어있다.

영화진흥위원회에 따르면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2832개의 스크린을 확보했다.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등 영화관들은 개봉 첫날 오전부터 오후까지 메인 시간을 비롯해 대부분의 상영 시간에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로 채워 넣었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좌석을 봉인하는 마법을 부리면서 경쟁작들은 좌석 경쟁에서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 같은 날 개봉한 '배드 가이즈'의 스크린 수는 1160개, 애니메이션 '토르: 마법 검의 전설'은 400개, '우연과 상상'은 66개, '스프링 블라썸'은 51개, '딜리셔스: 프렌치 레스토랑의 시작'은 1개뿐이다.
/사진=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배드 가이즈' 메인 포스터
/사진=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 '배드 가이즈' 메인 포스터
그동안 국내 극장에서 마블 등 할리우드 블록버스터, 국내 대형 배급사의 텐트폴 영화들이 스크린을 독점해왔다. 이에 독립 영화, 저예산 영화, 다양성 영화 등은 설 자리를 잃었다. 코로나19 여파로 인해 대형 영화들이 개봉을 미루자 다양성 영화들이 상영관에 걸렸다.

이 영화의 스크린 독점에 대해 비난이 없다는 점은 특이한 일이다. 코로나19로 절명의 위기에 빠진 한국 영화계는 스트레인지 박사가 '가뭄에 단비'를 내려주길 바라고 있는 상황. 국내 대형 배급사들의 대작 영화의 개봉을 줄줄이 미루면서 틀 영화가 없다는 점도 마블 신작의 독주를 바라는 영화계 사람들의 바람에 힘을 보탰다.

마블의 파상공세는 실제로 코로나 불황을 뚫어낸 바가 있다. 지난해 12월 마블 영화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이 주인공.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거리 두기와 취식이 불가능했던 시기 한국에서만 755만 명의 관객을 동원, 2021년 한국 최고 흥행작이 됐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역대 한국 박스오피스 47위에 이름을 올렸다.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은 개봉 첫날 2814개의 스크린에서 62만 명의 관객을 동원했다. 영화적 재미 등으로 입소문을 탔지만, 경쟁작 부재와 스크린 독점 속에서 호성적을 냈다는 사실을 부인할 수 없다.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는 근소한 차이로 '스파이더맨: 노 웨이 홈'의 스크린 수를 제쳤다.

영화계는 코로나19 여파라는 핑계로 대작들의 개봉 날짜를 연기, 눈치 싸움을 시작했다. 물론 마블도 개봉 날짜를 연기했던 바. 마블이 시리즈의 개봉 날짜를 속속히 확정 짓자 영화계는 칸국제영화제 초청, 마블 특수 효과 등에 기대기 위해 한둘씩 개봉 날짜를 정했다.
/사진=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틸
/사진=영화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 스틸
구원투수의 첫날 스코어는 긍정적이다. 사전 예매량만 봐도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를 기다려왔다는 사실을 알 수 있다. 지난달 25일부터 CGV, 롯데시네마, 메가박스에서 거리두기가 사라지고, 팝콘 등 취식이 가능해진 상황도 닥터 스트레인지 흥행에 도움이 될 터.

윤성은 영화 평론가는 "코로나로 인해 극장들이 27개월 이상 적자를 기록해온 마당에 그 이전과 같은 잣대로 스크린 독과점을 바라볼 수는 없을 것 같다. 거리두기가 완화되고 팝콘 취식도 가능해졌지만, 화제성 있는 콘텐츠가 없으면 OTT에 익숙해진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불러 모으기는 쉽지 않다"고 말했다.

이어 "우선 관객들을 다시 극장으로 이끌어줄 콘텐츠가 필요한 시점에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의 흥행 여부는 영화 산업의 향방에 있어 매우 중요해졌다. 코로나 기간 많은 작품이 개봉을 미루고 눈치 싸움만 계속해왔기 때문에 이날 개봉한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스크린을 독점해 상영관을 빼앗겼다고 비난하는 것은 정당하지 못하다고 본다"고 덧붙였다.

윤 평론가는 "개봉을 앞둔 영화들 또한 우선은 '닥터 스트레인지: 대혼돈의 멀티버스'가 극장가 부활의 신호탄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일 것이다. 그만큼 관객들이 극장에서 영화를 보고자 하는 욕구와 극장 관람의 관성을 살리는 것이 절실하기 때문"이라며 "'범죄도시 2' 등 흥행성 있는 작품들이 개봉하면 자연스레 스크린은 분할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했다.

강민경 텐아시아 기자 kkk39@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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