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한석규, 설경구, 최민식./ 사진=텐아시아DB
배우 한석규, 설경구, 최민식./ 사진=텐아시아DB
스크린에서만 볼 줄 알았던 톱배우들을 이제 OTT로 먼저 볼 수 있게 됐다. 배우 이정재가 '오징어 게임'으로 전 세계적인 스타가 된 마당에 최민식, 설경구라고 굳이 스크린만 고집할 필요가 없을 테니까.

코로나19가 창궐한 지 2년. 한국 영화계는 그야말로 망하기 일보 직전이다. 극장엔 관객이 없고, 이에 따라 이미 촬영을 마친 수많은 영화가 개봉조차 못 하고 있다. 이런 시장 상황 탓에 투자도 원활치 않아서, 신작 제작도 어려운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대중은 안방에서 편하게 볼 수 있는 OTT에 익숙해졌다. 배우들도 점점 마음을 열었다. 스크린을 고집하던 톱배우들이 영화계가 어려워지자 새로운 활로를 모색, 잇따라 OTT로 진출하고 있다.

22일 배우 한석규가 왓챠 오리지널 드라마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에 출연한다는 소식이 전해졌다.

'오늘은 좀 매울지도 몰라'는 이혼 후 대장암 선고를 받은 아내를 위해 밥상을 차리는 남편의 부엌 일기를 그린 휴먼 드라마다.

한석규는 이 드라마에서 40대 후반의 번역가이자 인문학 강사 '창욱' 역을 맡았다. 그간 어떤 인물을 맡아도 신뢰감 있는 연기로 극의 몰입도를 높였던 한석규의 출연만으로도 기대감이 고조됐다.

특히 한석규의 OTT 오리지널 작품 출연은 이번이 처음이다. 한석규의 경우 영화와 TV 드라마를 넘나들며 활약, 명실상부 최고의 연기파 배우로 인정 받고 있는 만큼, 짧고 굵은 OTT 드라마에서 또 어떤 연기로 시청자를 흔들지 관심이 높아지고 있다.
넷플릭스 '야차' 포스터./
넷플릭스 '야차' 포스터./
설경구도 OTT에 본격적으로 진출했다. 설경구는 그 어떤 배우보다 스크린을 중심으로 활약했다. 1990년대 여러 드라마에서 단역으로 출연한 경험이 있지만, 2000년 '박하사탕'으로 영화계에 화려하게 데뷔한 이후 TV에선 볼 수 없었다.

그런 설경구가 스크린을 뒤로하고, OTT를 통해 관객을 만난다. 오는 4월 8일 공개되는 넷플릭스 영화 '야차'를 통해서다.

'야차'는 스파이들의 최대 접전지 중국 선양에서 일명 '야차'가 이끄는 국정원 비밀공작 전담 블랙 팀과 특별감찰 검사, 그리고 각국 정보부 요원들의 숨 막히는 접전을 그린 첩보 액션 영화다.

'프리즌' 나현 감독이 메가폰을 잡고 설경구, 박해수 등이 출연했다. 당초 극장 개봉을 목표로 제작됐지만 코로나19 팬데믹이 장기화되면서 쇼박스가 넷플릭스에 권한을 넘겨 OTT를 통해 공개하게 됐다.

설경구는 이후 또 다른 넷플릭스 영화 출연도 확정했다. '불한당: 나쁜 놈들의 세상'부터 '킹메이커'까지 함께한 변성현 감독 신작 '길복순'이다.

'길복순'은 청부살인업계의 전설적인 킬러 길복순이 회사와 재계약 직전, 죽거나 또는 죽이거나 피할 수 없는 대결에 휘말리게 되는 이야기를 그린 액션 영화다. 설경구를 비롯해 전도연, 이솜, 구교환 등 스크린을 대표하는 대세 배우들이 총출동한다.

영화 '명량'으로 1761만명을 동원하며 국내 최고의 흥행 배우임을 입증한 최민식도 OTT 드라마에 출연한다.

디즈니 플러스가 제작하는 드라마 '카지노'다. 이 영화는 카지노를 통해 성공하게 되는 한 남자의 파란만장한 인생을 그린 범죄 액션물로, 영화 '범죄도시'의 강윤성 감독이 메가폰을 잡았다.

최민식은 1998년 종영한 MBC 드라마 '사랑과 이별' 이후에 스크린에서만 활동했다. '올드보이' '악마를 보았다' '신세계' '명량' 등 명작을 통해 최고의 배우로 인정 받고 있다.

2년 전 촬영을 마친 영화 '이상한 나라의 수학자'가 올해가 돼서야 개봉, 최민식은 최근까지 스크린에서 모습을 보였다. 지난해 부산국제영화제를 통해 선보인 '행복의 나라로'도 개봉을 앞두고 있다. 다만 극장 상영을 위한 신작 출연 소식은 아직 없다.

이처럼 줄곧 스크린만 고집하던 설경구, 최민식 등 이른바 대배우들이 OTT로 활동 노선을 옮겼다. 이에 송강호, 강동원, 박해일 등 TV 드라마 등에서 볼 수 없던 배우들의 차기작에 자연스레 관심이 쏠린다. 특히 설경구, 최민식 등과 함께 한국영화 전성시대를 이끈 대배우 송강호도 OTT 카드를 만지작 거리고 있을 지 이목이 집중된다. 송강호는 현재 '비상선언' '1승' 등 극장 영화 개봉을 기다리고 있으며, '거미집' 촬영에 돌입한 것으로 알려졌다. OTT 제작물 캐스팅 소식은 아직 없다.

OTT 제작물의 제작방식이나 촬영환경은 극장 영화와 크게 다르지 않다. 최근에는 많은 영화감독들이 OTT로 진출한 상황이다. 또한 코로나19로 '집콕' 시대가 되면서 대중들의 콘텐츠 소비 방식이 뚜렷하게 달라졌다. 이제 영화를 꼭 극장에서 봐야 하는 시대는 지냈다. 설경구, 최민식 등 톱배우들이 OTT를 선택하는 이유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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