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태오 기획·제작·감독에 출연까지
코로나 팬데믹 속 고립된 일상의 브이로그
독일 태생의 한국인→미국서 연기 공부 시작
동화책 출간 경험도…
"기회 된다면 스토리텔러 될 것"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배우 유태오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배우 유태오가 영화 감독으로 데뷔한다.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 '로그 인 벨지움'을 선보이는 것. 감각적인 연기와 훌륭한 피지컬, 여기에 순수한 소년미까지 갖추며 주목받고 있는 그의 새로운 도전에 주목된다.

'로그 인 벨지움'은 유태오의 자전적 다큐멘터리 영화다. 촬영 차 방문한 벨기에에서 코로나19 팬데믹으로 인해 낯선 호텔에서 자가격리하게 된 유태오가 자신의 일상을 기록하면서 시작한 작품이다. 영화는 모두 스마트폰으로 촬영됐다. 유태오가 기획, 제작부터 연출, 각본, 촬영, 편집, 음악 등 영화 전반을 전담했고, 사진작가이자 아내인 니키리가 공동 프로듀서로 촬영과 편집에 참여했다.

최근 열린 '로그 인 벨지움' 언론시사회에서 유태오는 "극장 개봉을 염두하고 만든 영화는 아니다. 고립된 상황에서 두려움과 외로움에 맞서 정신줄을 놓지 않으려고 찍기 시작한 영상"이라고 밝혔다. 또한 "감독이라는 호칭이 쑥스럽다"며 "에세이 같은 영화다. 현실을 바탕으로 상상의 요소를 넣어가면서 내 속마음을 표현한 영화"라고 소개했다. 그는 "내 심장을 찢어 접시에 옮겨 내어드리는 심정"이라고 할 만큼 리얼함을 강조했다.

영화에서 낯선 곳, 낯선 호텔에서 혼자 지내게 된 유태오는 식사도 운동도 모두 혼자 한다. 언제 오디션이 있을 줄 몰라 항시 갖고 다니는 삼각대와 조명으로 셀프 테이프도 제작해본다. 한국에 돌아와서도 자가격리는 이어진다. 겨우 '자유'가 된 그는 다시 일을 시작하고 가족들과도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벨기에에서 찍어온 브이로그 영상을 배우 천우희, 이제훈과 함께 보는 시간도 가진다.
영화 '로그 인 벨지움' 포스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태오닉 모
영화 '로그 인 벨지움' 포스터 / 사진제공=엣나인필름, 태오닉 모
영화의 후반부에는 올해 초 개최된 제41회 청룡영화상 신인남우상을 수상하는 유태오의 모습도 담긴다. 2009년 데뷔한 그가 신인상을 받기까지는 걸린 시간은 10년 이상. 유태오가 반짝 스타가 아니라는 얘기다.

유태오가 본격적으로 얼굴을 알린 건 2019년 빅토르 초이 역으로 주연한 영화 '레토'가 칸 영화제 경쟁 부문에 출품하면서다. 이어 그는 드라마 '배가본드', '아스달 연대기', 넷플릭스 '보건교사 안은영', 애플TV+ '닥터 브레인' 등 굵직한 작품을 통해 국내외에서 인지도를 더욱 높여가고 있다. 최근에는 70분짜리 단막극인 '대리인간'에서는 온도차 있는 인물의 모습을 섬세한 연기로 풀어내기도 했다.

유태오는 독일 쾰른에서 나고 자랐다. 또한 2001년 미국 뉴욕에서 우연히 접한 연기에 빠져 본격적으로 연기를 시작했다. 국적은 한국이지만 외국에서 오래 생활했기에 한국어보다는 독일어와 영어가 더 유창하다. 단점일수도 있지만 이를 장점으로 활용해 교포나 외국인 역할을 맡아 작품의 이야기를 더욱 풍성하게 만들어왔다. 그러나 여기가 머물지 않고 그는 한국어 발음과 발성 연습을 꾸준히 하며 더 자연스러운 연기를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니키리. / 사진=tvN 캡처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니키리. / 사진=tvN 캡처
유태오가 사랑받는 이유에는 조각 같은 외모와 연기력, 성실함도 있겠지만 순수하고 엉뚱한 매력을 갖고 있다는 것이다. 아내인 니키리도 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유태오가 아르바이트를 하려고 했는데 내가 못 하게 했다. '힘들어도 너의 소년미를 잃어버리면 안 된다. 풍파에 치이면 얼굴이 달라진다. 내가 치마폭에 꽁꽁 싸겠다'고 했다. 소년미가 매력인데 그걸 잃으면 어떻게 할 거냐고 했다"고 말한 바 있다.

영화에도 유태오의 이런 진솔하고 순수한 모습이 담겼다. 이런 자신의 모습을 담아낸 감독의 시선에서 담아낸 건 또 하나의 새로운 도전이었다. 그는 "연출 경험은 앞으로 연기하는 데 있어 상상력을 더 키워줬다고 생각한다"며 "나는 스토리텔링을 좋아한다. 지금은 배우 커리어에 집중하지만 내가 가진 스토리가 많다. 기회가 오면 필름메이커, 콘텐츠 크리에이터, 제작사 등 어떤 형태로든 생각해 둔 스토리를 전하고 싶다"고 말했다. 그는 '양말 괴물 테오'라는 동화책을 출간한 적도 있다. '양말은 왜 한짝씩만 없어질까'라는 아이디어에서 시작한 작은 괴물이 펼치는 모험담이다.유태오가 차기작으로 확정한 작품은 넷플릭스 '연애대전'이다. '연애대전'은 남자에게 병적으로 지기 싫어하는 여자와 여자를 병적으로 의심하는 남자가 사랑을 통해 서로를 치유하는 모습을 그린 로맨틱 코미디다. 유태오는 할리우드 영화 '페스트 라이브드'에도 주연으로 출연을 확정했다.

최근 한국에서 작품 활동이 활발했던 유태오는 "꼭 한곳에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갖고 있진 않다"고 말한 바 있다. 도전에 경계를 한계를 두지 않으며 종합엔터테이너로 성장하고 있는 유태오의 다음이 기대되는 이유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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