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혁, 냉혈한 빌러 민석役
"날카로운 인물 표현 위해 체중 감량"
"유오성, 묵직함 있는 배우"
"20대엔 열정, 50대 앞둔 지금은 무게감"
영화 '강릉'의 배우 장혁. /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의 배우 장혁. /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기존 누아르가 남자의 영화고 거칠었다면 '강릉'은 사람의 이면을 보여주는 영화에요. 저는 그 사람이 하는 행동이 아닌 그 안에 보이지 않는 내면을 보여주는 게 누아르라고 생각해요. '강릉'은 그 이면을 잘 보여주는 작품입니다."

배우 장혁은 액션 누아르 영화 '강릉'만의 차별점에 대해 이렇게 말했다. '강릉'은 강릉 최대의 리조트 건설을 둘러싼 두 조직 간의 대립을 그린 영화. 장혁은 "사람 관계에 관한 이야기인데 장르가 누아르"라며 "남자들의 의리, 액션보다 그들 사이에 연대감이 깨져가면서 느껴지는 쓸쓸함이 크게 다가왔다"고 말했다.

장혁이 연기한 민석은 리조트 소유권을 노리며 강릉의 실세 조직 수장인 길석(유오성 분)과 갈등하게 되는 인물이다. 평화와 의리를 중요시하는 길석은 자신이 만들어놓은 체계를 지키려하지만 민석은 그 질서를 깨뜨리며 혼란을 야기한다. 장혁은 "오랜만에 본 누아르 장르라 신선하기도 했지만 민석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고 출연 이유를 밝혔다.

"민석은 길석에게 혹 같은 존재에요. 조직을 와해시키고 방해하죠. 민석이 빌런 포지션에 있긴 하지만 색채감이 있으면 어떻겠냐고 감독님께 제안했어요. 이 인물의 행동은 날카롭고 직선적이지만 사실 내면에는 그렇지 않은 부분이 있고 연민을 느낄 수 있게 하면 좋겠다고 했죠."
영화 '강릉' 포스터 /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 포스터 /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극 중 민석은 갖고 싶은 것은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쟁취해온 인물. 언제나 서늘한 기운이 감도는 그의 눈빛에서는 인간미를 찾을 수 없다.

"예민하고 날카로운 인물을 표현하기 위해 마르고 핼쑥한 게 좋을 거 같아서 체중을 줄였어요. 몸 관리라는 건 몸 자체보다 멘탈을 다듬는 작업인 것 같아요. 제 생활의 에너지를 긍정적으로 바꿔주죠. 몸을 더 만들어서 보여줘야 하는 상황이면 좀 더 플러스에서 운동하는 루틴을 만들며 관리하고 있어요. 평소 65kg를 거의 유지하는데 감량해야 할 때는 한 61kg 정도까지 줄여요."

장혁은 유오성과 2015년 방영된 드라마 '장사의 신-객주'에 이어 이번 영화에서 다시 호흡을 맞추게 됐다. 장혁은 유오성을 향한 깊은 신뢰감와 존경심을 드러냈다.

"유오성 선배님은 이런 장르에 특화된 배우라서 같이 하면 재밌을 거라고 생각했어요. 제가 무언가는 쿡쿡 찌르는 느낌을 주는 역할이었다면 유오성 선배는 뿌리를 묵직하게 내려 베이스가 돼주는 역할이었죠. 그 묵직함이 시너지를 내게 했어요. 이전에 작품을 했던 배우들의 경우에는 처음 호흡을 맞추는 배우들보다 이점이 있어요. 유오성 선배와는 '장사의 신'을 1년 남짓 촬영했다 보니 연대감도 있어서 이번 작품에서 더 신뢰를 가지고 할 수 있었죠."
영화 '강릉'의 배우 장혁. /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영화 '강릉'의 배우 장혁. / 사진제공=스튜디오산타클로스, 제이앤씨미디어그룹
올해 46살인 장혁은 어느덧 50대를 바라보는 나이가 됐다. 1997년 데뷔해 연기 생활을 한 지도 25년째다.

"제가 '화산고' 찍을 때가 20대 초중반이었어요. 그때 제가 안는 의자에 '열정 장혁'이라고 쓴 적 있어요. 열정을 가지고 열심히 하면 스크린을 채울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죠. 그런데 40대 중반이 되면서 깨닫는 게 있었어요. 지나온 시간 속에서 그 사람이 느낀 생각과 가치관이 사람의 '밀도'를 만들어낸다는 거였죠. 젊었을 때보다 지금의 제가 더 색채감을 갖고 있을 것 같아요. 같은 대사를 하더라도 예전보다 무게감이 실려있고요. 어떤 작품이 가장 마음에 드냐는 질문을 받기도 하는데 지나고 나면 모든 작품과 캐릭터가 아쉬워요. 결과에 상관없이 지금의 저를 만든 밑거름이죠."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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