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지소 , tvN '방법' 스핀오프 '방법: 재차의' 주연
'기생충' 박다혜로 존재감…캐스팅 1순위로 떠올라
피겨스케이팅 선수 출신, 2014년 배우로 데뷔
"틸다스윈튼처럼 카멜레온 같은 배우 되고 싶어"
영화 '방법: 재차의' 정지소./ 사진제공=CJ ENM
영화 '방법: 재차의' 정지소./ 사진제공=CJ ENM


"'기생충' 출연 이후 새로운 작품을 선택하기까지 부담감이 컸어요. 인터넷에서 제 이름을 검색하면 '기생충' 관련 기사와 사진이 너무 많아서 영화 속 '박다혜'로만 기억하실까 봐 걱정이 많았거든요."

영화 '방법: 재차의'로 여름 극장가 흥행 대전에 합류한 배우 정지소(22)가 자신의 존재감을 알린 영화 '기생충'을 떠올리며 이렇게 말했다.

정지소는 '미국 아카데미 4관왕', '칸 국제영화제 황금종려상' 등 한국영화 역사를 새로 쓴 '기생충'에서 동익(이선균)-연교(조여정)의 딸 다혜로 분해 존재감을 알렸다. 이후 tvN 드라마 '방법', KBS2 드라마 '이미테이션', 그리고 영화 '방법: 재차의'까지 쉼 없이 2년을 앞만 보고 달렸다.

'방법: 재차의'는 드라마 '방법'의 스핀오프로, '부산행' '반도'의 연상호 작가가 일명 '방법: 유니버스'라며 세계관을 확장 시킨 작품이다. 정지소를 비롯해 엄지원, 정문성 등 드라마의 주역들이 그대로 출연하며 '재차의'라는 독특한 좀비 군단이 등장해 오락물로서의 재미를 배가시켰다.

정지소는 영화에서도 방법사 백소진으로 등장한다. 무당의 딸로 태어난 백소진은 한자 이름, 사진, 소지품으로 누군가를 죽음에 이르게 하는 '방법'이라는 능력을 가지고 있다. '방법: 재차의'의 배경이 드라마 '방법' 이후 3년 후를 그리고 있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된 그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드라마를 찍을 때 아쉬움이 있었어요. 무엇보다 소진이에 대한 애정이 남아 있는 상태에서 영화를 찍게 돼 정말 최선을 다했죠."

정지소는 "영화에서 더 많은 걸 보여드릴 수 있었다"라며 만족한 표정을 지어 보였다. 앞서 드라마 '방법'에서의 백소진은 역동적인 액션을 거의 선보이지 않았다. 그러나 이번엔 달랐다. 재차의라는 좀비들을 상대로 시원시원한 액션을 펼치며 볼거리를 더한다. 정지소는 "시나리오를 봤을 때 욕심나는 장면이 많았다. 액션에 너무 욕심을 부려서인지 막상 촬영하고 나서는 아쉬움이 남더라"라고 털어놨다.
배우 정지소./
배우 정지소./
또한 정지소는 "운동할 땐 근력도 좋았는데, 몸이 예전 같지 않았다. 동작 하나하나가 어렵더라. 스턴트를 담당하는 선생님을 자주 찾아가 더 많이 훈련했고, 연습실을 따로 빌려서 연습도 많이 했다"라며 "위험한 장면도 많았는데 두려움을 극복한다기보다 그 분위기에 심취하고 싶어서 여성들이 나오는 액션 영화들을 찾아보면서 자신감을 얻었다"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정지소는 "완성된 영화를 보니, 여러 효과가 더해져 제가 연기 했던 것 보다 훨씬 더 멋있게 표현된 것 같다. 그래서 너무 좋다"며 웃었다.

무엇보다 정지소는 3년 동안 성장한 백소진을 그려내기 위해 세세한 부분까지 신경 썼다. 그는 "성숙해 보이려고 체중을 감량했다. 다크하고 샤프한 분위기를 내고 싶어서 적게 먹고 액션 연습을 굉장히 많이 했다. 당시 아이돌을 소재로 한 드라마 '이미테이션'도 함께 찍고 있었는데, 노래와 춤 연습을 열심히 하다 보니 저절로 살이 빠지더라"라며 웃었다.

방법사 백소진은 '방법 유니버스'의 중심에 있는 인물이다. 이번 '방법: 재차의'에서는 중반부가 지나서야 등장해, 비교적 분량이 짧다. 정지소는 "영화로 한 번 더 참여할 수 있다는 기쁨이 컸다. 시나리오에서 분량은 적었지만, 더 멋져진 소진이의 모습이 매력적이고 대단하게 다가왔다. 저 자신에겐 의미가 크다. 임펙트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는 생각이 먼저였다"라고 했다.

정지소는 피겨스케이팅 선수였다. 어떻게 배우의 길로 들어섰을까. 그는 "피겨스케이팅 선수를 하던 중에도 연기자의 꿈이 있었다"라고 밝혔다. 이어 정지소는 "김연아 선수도 피겨스케이팅을 할 때 연기를 하지 않나. 그걸 핑계로 아버지께 '연기 배우고 싶다'라고 몇 번씩 생떼를 부렸다"라며 "그렇게 스케이트와 연기를 같이 배우게 됐다"라고 털어놨다. 정지소는 "연기 선생님께서 욕심을 내셨다. 아버지께 '가능성을 봤다'고 얘기해 주셨고, 2012년에 MBC '메이퀸'이라는 드라마에 출연하게 됐다. 그때 밤낮으로 촬영을 하면서 스케이트 레슨 시간이 줄어들었고, 자연스럽게 연기에 치중하게 된 것이다"라고 설명했다.

좋아서 시작했지만, 배우의 길은 순탄치 않았다. 정지소는 신선한 마스크로 한때 주목을 받았지만, 별다른 활약을 하지 못하고 점점 대중에게 잊혀 갔다. 특히 정지소는 '기생충'에 캐스팅되기 전 연기를 그만두려 했다고 털어놔 눈길을 끌었다.

정지소는 "'기생충'에 출연하기 전, 대학에 다니면서 '배우 생활을 계속해야 하나, 그만둬야 하나' 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라며 "메이크업을 좋아해서 메이크업 아티스트가 될까도 생각했고, 노래가 좋아서 노래를 배워볼까도 생각했다. 그러다 처음으로 아르바이트를 했다. 아이들이 VR 체험을 하는 곳이었는데, 스무 살이 돼서 다른 길을 찾으려니 복잡하고 머리 아프고 혼란스러웠다"라고 밝혔다.

이어 오디션을 통해 '기생충'에 출연하게 된 정지소는 눈에 띄는 마스크와 안정적인 연기력으로 주목받기 시작했다. 그리고 단숨에 캐스팅 1순위로 떠오르며 드라마, 영화에 연이어 출연했다. 그는 "기생충은 제게 첫 발걸음이고, 사춘기 같은 작품"이라며 "처음부터 다시 연기하는 기분이었다. 좋은 방향을 향해 한 계단 밟게 됐고, 대선배들과 함께하면서 많은 것을 배웠다"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정지소는 "'방법'은 기생충으로 밟은 첫 계단을 계속 이어갈 수 있도록 도와주고, 한 단계 더 성장하게 해 준 작품이다"라고 덧붙였다.
배우 정지소./ 사진제공=CJ ENM
배우 정지소./ 사진제공=CJ ENM
자신을 캐스팅 한 봉준호 감독에게 고마움도 잊지 않았다. 정지소는 "봉준호 감독님과 한 번씩 안부 인사를 한다. 드라마 '방법' 방송할 때 감독님께서 응원의 메시지를 보내주곤 하셨다. '잘 나왔다.' '좋은 모습 보여줘라' 등 파이팅을 해주셨다"라며 "어떤 의미 있는 말보다 봉준호 감독님 문자 하나에 큰 자신감을 얻는다. 제가 다시 연기할 수 있게 해 준 분이다 보니 더 좋은 모습, 의미 있는 모습을 보여드려야겠다고 생각한다"라고 했다.

"시나리오를 고를 정도로 경력이 쌓이진 않았어요. 아직 연기력도 부족하고 대단한 능력을 갖춘 것도 아닌데 '좋은 감독들과 작업했는데 기분이 어떠냐'는 질문을 받는 이 순간도 실감이 안 납니다."

봉준호, 연상호, 이른바 이름 있는 감독들과 작업한 정지소의 다음 작품은 무엇일까. 그는 "'방법' 시즌2 이야기는 아직 못 들었다. 차기작은 '거룩한 밤'이라는 영화를 찍고 있다. 이번에도 매력 있는 신비한 모습을 보여드릴 것 같다"라고 귀띔했다.

그러면서 정지소는 "그동안 다양한 장르에서 매력적인 캐릭터를 연기했다. 이제는 평범하고 일반적인 인물을 연기해보고 싶다. 신입사원, 신입형사, 아르바이트생 등 첫발을 내딛는 그런 인물을 그려보고 싶다. 그리고 스물세 살인 만큼 로맨스에도 욕심이 생긴다"라고 솔직하게 말했다.

정지소는 롤모델로 '틸다 스윈튼'을 꼽으며 "다양한 얼굴을 보여줄 수 있는 카멜레온 같은 배우가 되고 싶다"라고 소망했다. 그리고 10년 뒤의 자신을 떠올렸다.

"10년 뒤엔 서른 세 살이 됩니다. 그때는 더욱 성숙한 모습으로, 어머니 아버지 시청자들과 소통하고, 그들에게 공감을 얻고 싶어요. 그때도 다양한 연기를 펼칠 수 있는 배우이고 싶습니다."

정지소가 열연한 신작 '방법: 재차의'는 지난 28일 개봉했다.

노규민 텐아시아 기자 pressgm@tenasia.co.kr

© 텐아시아,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