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일 극장·티빙 동시 공개되는 '서복'
복제인간 소재로 삶과 죽음에 대한 고찰
널뛰는 전개 아쉬워
영화 '서복'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영화 '서복' 포스터 / 사진제공=CJ ENM
SF라는 장르에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를 더해 유한한 삶에 대한 철학적 고찰을 담으려 했지만 접합 부분이 엉성하다. 공유, 박보검이라는 연기력, 흥행력, 인기까지 갖춘 투톱 배우를 내세웠지만 연출이 과했다 싶다. 영화 '서복'이다.

시한부 선고를 받은 전직 정보국 요원 민기헌(공유 분)은 영생의 존재인 복제인간 서복(박보검 분)을 경호하는 임무를 맡게 된다. 이 임무를 무사히 끝내면 자신의 불치병을 고칠 수 있게 해주겠다는 정보국 안익현 부장(조우진 분)의 제안이 있었기 때문. 임무 수행 중 배후를 알 수 없는 용병들에게 습격 받은 후 민기헌은 서복을 안전한 곳으로 다시 옮길 방법을 모색한다. 인류의 구원이 될 수도, 재앙이 될 수도 있는 존재인 서복을 둘러싼 여러 세력을 피해 민기헌이 서복을 무사히 지켜낼 수 있을까.
영화 '서복' 스틸 / 사진제공=CJ ENM
영화 '서복' 스틸 / 사진제공=CJ ENM
이 영화는 '건축학개론'의 이용주 감독이 9년 만에 내놓은 신작이다. 이 감독은 오랜 시간 공을 들여 '두려움'이라는 주제를 복제인간이라는 소재로 풀어내는 시나리오 작업을 했다고 한다. 극 중 캐릭터들은 '두려움'이라는 바탕에서 직조됐다. 민기헌은 죽음에 대한 두려움, 서복은 영원한 삶에 대한 두려움, 안 부장은 복제인간으로 인해 혼란스러워질 세상에 대한 두려움을 겪고 있다. 각기 다른 두려움이 부딪히면서 갈등과 분란은 커져간다. 이런 모습을 통해 '서복'은 영생을 꿈꾸는 인간에게 유한한 삶의 귀중함을 이야기한다.

'서복'에는 액션과 휴머니즘도 담겼다. 하나에 집중하지 못하고 여기저기 손을 댔다는 점은 만듦새에 아쉬움을 남긴다. 만화 캐릭터를 능가할 만큼 초인적 능력을 발휘하는 서복의 모습은 고개를 갸웃거리게 만든다. 액션 역시 스펙터클한 재미가 있긴 하지만 주객전도됐다는 느낌도 지울 수 없다. 두 시간 남짓에 모든 걸 담으려는 욕심을 부리다 보니 적정 수준을 넘어선 격이다.
영화 '서복' 스틸 / 사진제공=CJ ENM
영화 '서복' 스틸 / 사진제공=CJ ENM
과한 연출에도 관객들의 눈은 즐겁다. 공유, 박보검을 한 스크린 안에서 함께 볼 수 있다는 점은 구미를 당기는 요소다. 공유는 야윈 얼굴에 어두운 낯빛으로 민기헌 캐릭터의 날 선 심리 상태를 묘사했다. 박보검은 무감정한 복제인간에서 호기심 많은 순수한 아이, 엄청난 파괴력을 지닌 초인적 존재까지 변화하는 캐릭터를 안정적 연기력으로 완성해냈다. 특히 태어나서 실험실 밖을 한 번도 벗어난 적 없던 '실험체' 서복이 '진짜 세상'을 마주하는 순간에 느끼는 경이로운 감정을 잘 표현해냈다. 함께하는 여정 속에 우정을 쌓아하는 두 캐릭터의 모습은 ‘서복’의 전개나 완성도와는 무관하게 즐거움을 안긴다.

'서복'은 극장과 OTT 서비스 티빙 동시 공개를 결정했다. 1년 넘게 이어진 코로나19의 망령에 해답을 찾지 못하고 있는 한국 영화들에게 '서복'의 과감한 시도가 방향성을 제시해줄지도 모른다. '서복’이 제대로 된 길잡이가 될지 지켜봐야할 것 같다.

김지원 텐아시아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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