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든글로브 앞둔 '미나리'
'미국영화'지만 '외국어영화' 분류된 아이러니
미국적 정서+한국적 정서가 혼합된 작품
작위적이지 않고 가족애 다뤄 보편적 공감 얻어
'미국영화'지만 '외국어영화' 분류된 아이러니
미국적 정서+한국적 정서가 혼합된 작품
작위적이지 않고 가족애 다뤄 보편적 공감 얻어
![영화 '미나리' 포스터 / 사진제공=판씨네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BF.25547479.1.jpg)
골든글로브를 주관하는 할리우드외신기자협회(HFPA)에 따르면 대화의 50% 이상이 영어가 아닌 경우 외국어영화로 분류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미나리'에서는 주로 한국어가 사용됐기 때문에 외국어영화로 간주된 것이다.
영어가 아닌 한국어를 썼다고 '미나리'를 외국어영화라고 규정할 수 있을까. 사실 지금 같은 시대에 영화의 국적을 굳이 따진다는 것이 무의미할 수도 있다. 그래도 이 같은 쟁점이 있는 영화니 한 번 쯤 얘기해봄직하다.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BF.25547515.1.jpg)
미국이라는 '국적'을 달고 있는 '미나리'는 미국적 정서와 한국적 정서가 뒤섞인 영화라고 할 수 있다. 이민 1세대인 아빠 제이콥(스티븐 연)은 아메리칸 드림이라는 꿈과 달리 번번이 좌절을 맛보고, 한국 도시 생활이 더 익숙한 엄마 모니카(한예리)는 미국에서의 시골 생활이 애타기만 한다. 이민 2세대인 딸 앤(노엘 조)과 아들 데이빗(앨런 김)은 한국인 가족 속에 살고 있지만 미국적 가치관이 더 큰 인물이다. 앤과 데이빗은 엄마, 아빠보다 영어에, 파스타에, 쿠키에 더 익숙한 모습을 보인다. 손주들을 돌보기 위해 한국에서 온 할머니 순자(윤여정)는 '토종 한국인'이다. 침대가 아닌 바닥에서 자고 손주들에게는 화투를 가르친다. 영화는 이민으로 인해 가족 안에서도 일어나는 차이점을 조명한다. 이로 인해 이들 가족 간 작은 다툼은 있으나 결코 분열되진 않는다. 개척과 도전이라는 미국적 정서와 가족애와 공동체적 의식의 한국적 정서가 '미나리'에 모두 담겨있는 셈이다.
![영화 '미나리' 스틸 / 사진제공=판씨네마](https://img.hankyung.com/photo/202102/BF.25547534.1.jpg)
지난해 열린 부산국제영화제 기자회견에서 스티븐 연은 "한국에서 미국으로 오면서 내가 어느 곳에도 속해있지 않다는 느낌을 받았다. 중간 갭에 끼어있는 느낌을 받았다. 그래서 가족들이 더 결속한 것 같다"고 자신의 경험을 털어놓기도 했다. '미국' 국적의 '미나리'가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영화'가 된 것 역시 소속되지 못한 중간자의 고충을 보여주는 것이 아닐까. 이 조차도 '미나리'가 보여주는 애환을 시사하는 듯하다.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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