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덕 감독, 코로나19로 사망
라트비아 체류 중 사망 소식 전해져
영화계 거장서 '미투 논란'까지
명예-불명예 오갔던 삶
김기덕 감독, 코로나19로 사망
김기덕 감독, 코로나19로 사망


김기덕 감독이 해외 체류 중 코로나19(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로 사망했다. 세계 3대 영화제를 휩쓸며 영화계 거장으로 명성을 떨쳤던 그였지만 2018년 '미투 논란'에 휩싸이면서 명예와 불명예를 오간 삶이었다. 끝내 타지에서 씁쓸하게 숨을 거뒀다.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코로나19 합병증으로 사망했다. 향년 60세.

11일(현지시간) 델피, 타스 통신 등 외신은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 병원에서 코로나19 감염 및 합병증으로 사망했다고 보도했다.

보도에 따르면 김기덕 감독은 상트 페테르부르크에서 에스토니아를 거쳐 지난 달 20일 라트비아에 도착했고, 5일 이후 연락이 두절됐다. 김기덕 감독은 라트비아 북부 휴양 도시 유르말라에 저택을 구입하고, 라트비아 영주권을 확득할 계획이었다고 외신은 전했다.

김기덕 감독 측 관계자 역시 "외신 보도 후 확인 결과 김기덕 감독이 라트비아에서 사망한 게 맞다"며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입원 후 2일 만에 사망하신 걸로 알고 있다. 가족들도 몰랐던 소식이었다"고 했다.

전양준 부산국제영화제 집행위원장은 SNS를 통해 'RIP Kim Ki Duk(1960-2020)'이라는 표기와 함께 "키르기스스탄의 평론가 굴바라 톨로무쇼 바로부터 카자흐스탄에서 라트비아로 이주해서 활동하던 김기덕 감독이 자신의 환갑일 12월 20일을 불과 한 주 앞두고 코로나19로 타계했다는 충격적인 비보를 들었다. 발트병원에 입원한 지 이틀 만인 오늘 사망했다고 한다. 한국영화계에 채울 수 없는 크나큰 손실이자 슬픔이다"며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고 애도했다.

경상북도 봉화군에서 태어난 김기덕 감독은 15세 때부터 구로공단과 청계천 일대의 공장에서 기술을 배울 정도로 가난한 어린 시절을 보냈다. 그가 예술과 연을 맺게 된 건 30대가 되어서였다. 30대 때 김기덕 감독은 그간 모은 돈으로 무작정 프랑스로 향했다. 3년간 파리에서 미술관을 전전하며 독학으로 그림을 공부했다. 그러던 중 돌연 영화에 빠지게 됐다.

한국으로 돌아와 1995년 영화진흥위원회 시나리오 공모전 대상을 받으며 영화계에 입문한 그는 저예산영화 '악어'로 데뷔했다. 예술영화를 고집한 그에게는 '비주류'라는 말이 따랐지만 마침내 세계 3대 영화제인 칸, 베니스, 베를린에서 모두 상을 받은 유일한 한국 감독으로 거듭난다. 영화 '사마리아'로 제54회 베를린 국제영화제에서 은곰상 감독상을, 같은해 베네치아 국제영화제에서 '빈 집'으로 은사자상을 수상했다. 또 2012년 영화 '피에타'로 제69회 베니스 국제영화제에서 황금사자상을 받았다.

그러나 김기덕 감독의 작품은 강한 폭력성과 여성에 대한 가학적인 장면들로 논란을 빚기도 했다. '나쁜남자', '섬' 등이 대표적이다. 그럼에도 인간의 내면을 파격적인 소재로 표현해내는 그의 작품성은 해외 영화제에서 크게 주목 받으며 김기덕 감독은 한국 영화의 르네상스를 이룬 대표적인 인물로 각광받았다.

하지만 이내 그림자가 드리웠다. 2018년 '미투 논란'이 불거진 것. 김기덕 감독은 자신이 연출하던 작품의 여배우들을 성추행했다는 '미투'가 터지고 국내 활동이 어려워지면서 지난 2년여 동안 해외에서 지내왔다. 지난해에는 러시아 모스크바 영화제 심사위원장으로 위촉됐고, 카자흐스탄에서 러시아어 영화 '디졸브'를 찍는 등 해외에서 활동해왔다.

김수영 기자 swimkim@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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