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영화 '콜'서 살인마役 전종서
"천진난만하면서도 징그러운 악동 이미지 지향"
"학대 받은 동물이라 생각하며 연기"
"대중들과 소통 채널 1번은 연기이고파"
배우 전종서 /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전종서 / 사진제공=넷플릭스
"미래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제가 누구와 결혼했는지 물어보고 싶네요. 하하. 또 이 세상이 얼마나 바뀌었는지, 뭐가 유행하는지 궁금할 것 같아요. 우리 부모님은 건강하신지, 제가 아끼고 사랑하는 사람들이 잘 있는지도 물어볼래요."

한 통의 전화로 2019년의 여자와 1999년의 여자가 연결되는 이야기를 그리는 넷플릭스 영화 '콜'에 출연한 배우 전종서는 미래에서 전화가 걸려온다면 무엇을 묻고 싶냐는 물음에 이같이 답했다. 이 영화는 미스터리 스릴러로, 전종서는 자신의 미래를 바꾸려는 1999년의 여자 영숙으로 분했다. 신엄마에게 가혹 행위를 당하며 살아온 영숙은 2019년의 서연(박신혜 분)에게서 걸려온 전화를 통해 자신의 미래를 알아보고 앞날을 바꿔나간다.

"영숙 캐릭터를 준비하고 연기하면서 어영부영해서는 만들어질 수 있는 캐릭터는 아니라고 생각했어요. 눈빛부터 시작해 아주 디테일한 것까지 살아있어야 한다고 생각했죠. 너무 무게를 잡고 진중하게 하면 그건 정말 끔찍할 것 같았어요. 저는 그 반대로 천진난만하고 순수한 모습을 상상하며 접근했어요. 그러면서도 끔찍하고 징그럽죠. 소녀보다는 소년 같으면서 악동의 이미지를 지향했어요."
영화 '콜'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콜' 스틸 / 사진제공=넷플릭스
영화 속 전종서의 모습은 마치 상처 받은 짐승 한 마리가 광기 어린 악마로 변해가는 듯하다. 미치광이 살인마가 돼가는 소녀의 모습이 섬뜩함을 자아낸다.

"신엄마에게 채찍질 받은 등이 보이는 장면 같은 경우는 실제로 제가 상처 받고 학대 받은 동물이라고 생각하고 임하기도 했어요. 하지만 영숙에게는 인간적으로 접근하려고 노력했어요. 스위치가 켜지기 전까진 여린 소녀였고, 그는 몇 십년간 집에 갇혀 나물이나 한약재 같은 거만 먹으면서 살았죠. 유일하게 기댈 수 있는 친구였던, 빛과 같은 존재였던 서연과의 관계가 틀어지면서 폭주할 수밖에 없어요. 영숙이 어떻게 분노하는지 보다는 왜 슬퍼하는지, 왜 분노하는지, 왜 폭발하는지, 왜 서연에게 집착하는지 등에 대해 스스로 해답을 찾으려고 했어요."

보기 드문 강렬한 빌런 캐릭터를 만들어낸 전종서. 그에게 동물적인 연기를 선보일 수 있었던 비결을 묻자 이렇게 답했다.

"전 복잡하고 섬세하면서 그렇지 않기도 해요. 계산하지도 따지지도 못 하죠. 좋으면 좋고 싫으면 싫은 게 확실해요. 오해가 있다면 말하고 그 자리에서 푸는 성격이에요. 순간순간 느끼는 감정에 충실한데 연기할 때도 느껴지는 대로 표현하고 뭔가를 감추려 하지 않아요. 그런 것들이 제가 가진 동물적인 부분인가 싶기도 한데 스스로는 제가 동물적인지 잘 모르겠어요."
배우 전종서 /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전종서 / 사진제공=넷플릭스
전종서는 이번 영화를 통해 서연 역의 박신혜와 호흡을 맞추게 됐다. 극 중 2019년의 서연과 1999년의 영숙은 전화로 연결돼 두 배우가 직접 대면하는 장면은 적었지만 전종서는 박신혜와 주고받는 연기 에너지를 느꼈다.

"선이라는 게 있었어요. 선이란 건, 내가 이 만큼 폭발하면 그에 비례하는 양 만큼 서연이 좌절해야 하고, 서연이 이 만큼 무너진다면 저는 그 만큼 무너뜨려야 했어요. 이 비례가 맞아떨어져야 하는 거였죠. 그 에너지를 처음부터 같이 맞추고 시작한 게 아니라 제가 한 달 먼저 촬영했어요. 내가 이렇게가지 에너지를 밀어붙일 건데 서연은 어떻게 반응할지 궁금했어요. 박신혜 씨가 제가 찍어둔 걸 다 모니터 하고 들어갔어요. 서로 에너지를 쓰는 양이 비슷해져서 전체적인 균형을 맞춰갈 수 있었어요."
배우 전종서 / 사진제공=넷플릭스
배우 전종서 / 사진제공=넷플릭스
전종서는 이창동 감독의 '버닝'(2018)으로 데뷔하자마자 칸영화제에 입성해 단숨에 주목 받았다. 그는 할리우드 영화 '모나리자 앤드 더 블러드 문'의 주연으로 발탁되는 이례적 행보를 이어가기도 했다.

"해보고 싶은 장르가 많아요. 기존에 시도하지 않았던 장르나 여성 배우가 하기에 조금 버겁다는 편견이 있는 캐릭터나 건드리기에 조바심 나는 것에 도전장을 내밀고 싶어요. 또 우리나라가 가진 문화나 매력을 외국시장에 소개할 수 있는 영화도 해보고 싶어요. 아빠와 딸의 관계 속에 부성애를 그리는 영화도 해보고 싶고요. 저는 아빠와 딸 사이는 조금 더 각별하다고 생각하거든요. 아무튼 좋은 의미로 '미친 영화'를 해보고 싶어요. 그런 게 허락될 수 있는 정서가 만들어졌으면 좋겠어요."

전종서에겐 신예임에도 베테랑 같은 특유의 분위기와 묘한 아우라가 있다. 그래서 대중들이 친근하게 다가가기엔 쉽지 않은 장벽도 느껴진다.

"저는 아주 어렸을 때부터 언젠가 영화를 하고 싶다고, 연기를 하고 싶다고 생각해왔는데 하루아침에 갑작스레 실현됐어요. 데뷔작인 '버닝'이 터지면서 정신없이 보낸 거 같기도 해요. 지금 시대는 대중들과 소통할 수 있는 채널이 많아졌어요. 저도 한 발 한 발 나가고 싶어요. 하지만 일단은 연기로 보여드리고 영화로 얘기하고 싶어요. 대중들과 소통하는 채널 1번은 연기였으면 좋겠어요. 그 외 부수적인 것에 있어선 제가 내성적이고 소극적이라 어떻게 해야할지 사실 잘 모르겠어요. 많이 사랑해주시는 만큼 조금씩 다가갈 수 있는 용기가 날 것 같아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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