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이웃사촌'서 야당 총재役 오달수
'미투' 무혐의 이후 복귀작
"거제서 농사 지으며 3년 보내"
"아무 생각 않고 살아"
배우 오달수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오달수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시사회 때도 그랬지만 많이 떨리고 겁나고 낯설기도 합니다. 지금도 그러네요. 개봉 날짜는 정해졌고 한편으론 관객들이 어떻게 보실지 기대도 됩니다."

배우 오달수는 천천히 더듬더듬 말을 이어나갔다. 간혹 노트에 적으면서 생각을 정리하며 말하기도 했다. 그는 오는 25일 개봉하는 영화 '이웃사촌'으로 활동을 재개한다. 이번 영화는 국가안보정책국 도청팀이 가택 연금 당한 정치인 이의식(오달수 분)을 도청하면서 벌어지는 일을 그린다.

오달수의 복귀는 미투 의혹에 휩싸여 활동을 중단한 지 3년 만이다. '무혐의'를 받았지만 여전히 대중들이 그에게 불편함을 느끼는 것도 사실. 그는 이 같은 시선이 "자연스러운 것"이라고 받아들였다. 그러면서 "본의 아니게 감독님에게 후반 작업 할 시간을 많이 드린 거 같다. 편집 등 많이 만지다 보니 생각보다 잘 나온 것 같다"며 농담도 섞었다.
배우 오달수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오달수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논란 후 오달수는 서울 생활을 정리하고 거제도로 거처를 옮겼다. 가족들과 함께 지내면서 농사를 지으며 시간을 보냈다.

"해 뜨기 전에 밭에 물 주는데 그게 1시간 반 정도 걸렸어요. 좀 쉬었다가 이런저런 일을 하고 해 지면 하루가 끝나는 거죠. 그러면 TV도 보고 영화도 보고 그랬어요. 그러다 보면 (촬영 현장이) 그립기도 하고 묘한 느낌이 있었죠."

오달수는 이 시간을 '귀양살이'라고 표현했다. 하지만 이 시간들이 그에게는 또 다른 양분이 되기도 했다. 그는 누구보다 가족들에게 고마워했다. 오달수는 "3년 가까이 귀양살이를 하면서 옆에서 가장 큰 힘이 돼준 게 가족이다. 이 자리에 나올 수 있었던 것도 가족들의 힘 덕분이다. 24시간 내 곁을 떠나지 않고 돌봐줬다"고 말했다. 또한 "'이웃사촌'의 가족들도 그렇지 않나. 이번 일을 겪으면서 가족이 참 소중하구나, 그 동안 나는 나밖에 몰랐구나 생각했다"고 털어놨다.

"어떻게 보면 저한테는 귀한 시간이죠. 단순한 생각을 하면서 살았어요. 이렇게 단순하게 살아본 적도 없는 것 같아요. 스님들이 면벽 수행을 하는 이유를 알겠더라고요. 아무 생각 안 하고 최대한 내가 내 근육을 움직여서 할 수 있는 가장 단순한 일을 했죠. 앞으로 어떻게 될 것이고 저렇게 해야 할 것이고 같은 복잡한 생각은 안 했어요. 3년간 생각을 걷어내고 비워내면서 살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살아보는 것도 굉장히 중요한 경험이었요."

그래도 대중 앞에 나오기까지 쉽지만은 않았다. 복귀를 결심한 건 책임감 때문이었다.

"예전처럼 제가 편안하게 나와서 농담도 하고 말도 나눌 처지는 못 되지 않습니까. 그렇지만 내가 떨리고 두렵더라도 영화를 찍었으면 홍보를 하는 게 맞죠. 무한 책임을 져야죠."
영화 '이웃사촌' 스틸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영화 '이웃사촌' 스틸 / 사진제공=리틀빅픽처스
연기에 대한 갈망 역시 그를 대중 앞에 다시 서게 한 이유였다. 연기에 대한 그리움이 없었느냐고 묻자 묻자 오달수는 "왜 없었겠나"며 '허허' 웃었다.

"너무 만나 뵙고 싶었죠. 언젠가부터는 1년에 많이 쉬어봤자 두 달 정도였는데 이렇게 긴 시간 현장을 떠난 적이 없었어요. 현장이 그립고 현장이 좋았다는 생각을 시시때때로 했죠."

동료들에 대한 미안함과 고마움도 그를 다시 세상으로 끄집어내준 원동력이 됐다. 그는 "제작자, 제작사 분들, 감독님, 배우들 다 마찬가지인데 나를 원망해도 모자랄 텐데 다들 위로해주고 따뜻하게 안아주니 참 고마운 영화로 기억될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이번 영화를 연출한 이환경 감독과 오달수는 '7번방의 선물'로 호흡을 맞췄던 사이. 오달수는 이 감독과의 관계에 대해 "감독과 배우, 그 이상"이라며 돈독함을 뽐냈다.

"개봉이 무기한 연기된다고 했을 때 감독님이 제게 '형님,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 제가 그 기간에 영화를 더 많이 만지고 더 보고 고쳐서 더 깔끔하게 만들어놓을 테니 아무 걱정하지 마세요'라고 하더라고요. 거제도에 내려와서 밤새도록 막걸리 마시면서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기도 했죠. 감독님이 많이 애써줬어요. 제가 위로 받을 처지는 못 되지만 저를 위로해준 감독님께 감사하죠."
배우 오달수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배우 오달수 /사진제공=씨제스엔터테인먼트
오달수가 연기한 이의식은 유력한 차기 대선 주자이자 가택연금을 당한 야당 총재. 톡톡 튀고 유쾌한 감초 연기로 사랑 받은 그는 이번 영화에서는 웃음기를 덜고 진지함을 더했다. 그러면서도 서민적이고 친근한 모습은 그대로 살렸다.

"감독님이 인터뷰한 걸 보니 저한테도 이런 면이 있다는 걸 보여주고 싶었다고 하셨더라고요. 촬영장에서도 내내 틈만 나면 그 얘길 했어요. 안 웃겨도 되니까 얼마든지 진지한 연기 실컷 해보라고, 절대 부담 갖지 말라고 했었죠."

이번 영화는 고(故) 김대중 전 대통령이 1985년, 제12대 국회의원 선거를 앞두고 귀국했다가 곧바로 가택연금을 당한 사건을 연상시킨다. 영화의 정치적 성향에 대해 이야기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하지만 오달수는 이번 영화를 정치적 측면이 아닌 휴먼 드라마로 봐달라고 강조했다.

"정치적 색깔로 보기 보다는 이러한 폭력적인 시대도 있었다고 봐주면 좋겠습니다. 제가 87학번이에요. 우리 세대는 거쳐온 시대이고 잘 아는 시대지만 잘 모르는 분들에겐 '이렇게 폭력적이고 폭압적이고 사람이 숨 쉴 수 없던 시절도 있었다'는 이야기가 될 것 같아요. 무엇보다 영화가 휴먼 드라마니까 가족과 이웃에 대해서 한 번 더 생각해볼 수 있는 시간이 됐으면 좋겠어요."

김지원 기자 bella@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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